나이 오십 하고도 9개월을 채워가며
가장 뿌듯했던 일을 꼽는다면
올해 운동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직업 자체가 몸을 쓰는 일이기에
나는 퇴근하면 무도건 쉬어야 한다,
그래야 내일 출근에 지장이 없다
라는 생각이 전부였다.
지인들이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부추겨도 나는 우선 쉼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잘못된 자세, 버릇들로 인해
아무리 쉬어도 다시 아파오니
나는 직장과 병원, 한의원을 오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뿐이었다.
그러다가 등과 어깨에 맞는 주사가
너무 고통스러워 차라리 운동으로
이겨내자고 시작한 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오늘도 다빈을 도서관에 내려주고
나는 군에서 관리하는 무료헬스장으로 향했다.
런닝머신으로 4키로 가량 걷다가
근력운동으로 약 30~40분
,다시 런닝머신으로 1키로 운동하여
끝내면 얼추 1시간 반 정도 소요되니
이만하면 하루치 운동으로 되겠지
생각한다.
헬스장 못가는 날은
집에서 한 시간 가량 운동했더니
등, 팔, 어깨의 통증이 없어졌고
10년 넘게 고생했던 족저근막염도
거의 사라졌다.
며칠 전 밤에 운동을 끝내고 앉으니
서늘한 가을바람속에
한 구절의 확신이 퍼뜩 솟았다.
'아, 내가 건강해지겠구나!'
팔순의 엄마보다도
병원을 더 다니는 내게 이런 확신은 50평생 한 번도 가져본 적 없었다.
실상 내게 시간이 난다면
투잡을 뛰어야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다빈이 교육비부터 시작해서
여기저기 돈 들어갈 데가 많고
엄마가 구부정한 허리로도 저리 밭일을 하시니
젊은 내가 한가로이 운동을 다닌다는 건 사치일 수도 있다.
그런 내게 길을 알려준 지인이 있었으니
"가야, 네가 건강하지 못하면
너의 아버지 절차를 이번엔 네가
밟아갈 수가 있어.
그렇다면 다빈이가 옛날의 너처럼
병든 엄마를 돌봐야 한다는 건데,
네가 그걸 바라진 않겠지?"
하루에 10분 만이라도 운동하라고
잔소리했던 지인이었다.
옛날 우리 아빠는
의사가 입원해서 치료받으시라 권했건만
한창 잘되는 가게일 때문에
통원치료 하겠다고 우기다가
25년을 누워 지내신 경우였으니.,
지금 내게는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것보다
건강해지는 일이 더 중요한 것이다.
하여 나는 일보다 운동을 택했다.
결론적으로 내가 체력이 되어야
무슨 일이건 더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렇게 힘을 키워 밭일도 돕고
다빈을 키우고
더 나아가
다빈에게 늙은 나를 부탁하지 않을
생각으로 열심히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