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친구를 가리는 시금석
철학자 아르바스는 임종이 임박하자 아들을 침상 곁으로 부르고는 물었습니다.
"내게 이야기해다오. 내 아들아 네 평생에 친구를 몇이나 사귀었느냐?"
"저는 100명쯤 사귀었지요."
아들이 자랑스럽게 대답하자 그는 또 물었습니다.
"네가 무엇을 하든지 친구를 시험하기 전까지는 그 사람이 네 친구인 것을 믿어서는 안 된다. 너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은 나도 내 평생에 오직 반 정도 믿는 친구 하나밖에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생각해 봐라. 네가 친구를 100명이나 사귀었다고 말하는 것은 경솔한 판단 아니겠니? 그러니 내 아들아 가서 일단 친구들을 시험해 보고 그들 가운데 진실한 친구가 하나라도 있는지 알아봐라."
아들이 물었습니다.
"어떻게 그들을 시험할 수 있을까요?"
아버지가 이렇게 가르쳐주었습니다.
"암소 하나를 잡아라. 그것을 여러 토막으로 자르고 자루에 넣어라 그리고 그 자루를 피에 담가 적셔라. 그다음에 그것을 네 친구들 중의 하나에게 가져가서 이렇게 말해라. ‘사랑하는 친구여, 날 좀 도와다오. 이렇게 간청하네. 난 조금 전에 한 사람을 죽였네. 그 시체를 자네 집 뜰에 매장하고 아무도 그 일을 전혀 모르게 해 줄 수 있겠나? 그렇게 한다면 자네는 나를 이 재앙에서 구원해 줄 수 있네."
아들은 아버지의 모략대로 실천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친구에게 가서 시체를 은닉하도록 도와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의 친구는 대답했습니다.
"송장을 가지고 내 집에서 당장 꺼져라! 어디든 네 마음대로 그걸 매장하고 네 죗값은 네가 받아라! 그리고 내 집 문지방엔 두 번 다시 발을 들여놓지 마라"
그 아들은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마침내는 마지막 백번째 친구에게까지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모든 친구들은 그를 쫓아냈습니다. 그는 아버지에게 돌아와서 모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네가 경험한 일은 별로 이상하지도 않단다. 사람이 잘될 때는 친구가 수없이 많단다. 그러나 불행한 곤경에 빠질 때면 그런 친구들은 안개처럼 사라진단다. 그러니 얘야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내가 반쯤 믿는 친구에게 가서 그대로 해보아라."
아들은 아버지가 반쯤 믿는 친구를 찾아가서 똑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피가 흐르는 자루를 극비리에 매장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아버지 친구가 말했습니다.
"혹시 이웃 사람들이 널 볼지 모르니 어서 집 안으로 들어와라."
그는 아내와 자식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떼어 보내고 안마당을 파기 시작하였습니다.
무덤을 다 파자 철학자 아르바스의 아들은 자기 자루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저는 제 부친의 정말 친구인지 시험해 보려고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선생님이 진실한 친구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돌아와서 이 사실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정말 온전한 친구를 사뀔 만큼 운이 좋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버지가 대답하였습니다.
"나는 평생 동안 온전한 친구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단다."
그리고 아버지는 온전한 친구에 대하여 들은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들려주었습니다.
옛날에 젊은 상인이 두 사람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애굽에, 다른 한 사람은 바벨론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서로 만나본 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여행자들이 그들에게 전하는 소식을 통하여 서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중개인을 통해 선물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바벨론에 사는 상인이 다른 상인들과 함께 애굽으로 갔습니다. 애굽상인은 친구가 애굽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들은 서로 반갑게 포옹을 하였습니다. 애굽 상인은 친구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친구에게 모든 보물을 보여주었습니다. 또 남녀 하인들로 하여금 친구 시중을 들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8일째 되던 날 바벨론 상인이 병에 걸려 눕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걱정이 된 애굽 친구는 친구를 진찰하기 위해 애굽에서 가장 저명한 의사들을 불렀습니다. 의사는 정밀 검사를 하였지만 아무런 증세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의사는 그가 상사 병에 걸렸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제게 말씀하시지요. 당신이 사랑하는 여인은 누구입니까?"
친구가 물었습니다.
"당신 집안의 모든 여인들을 다 불러주시오. 그러면 내 마음을 사로잡은 그 여인을 가르쳐 드리겠소."
애굽 상인이 모든 여종들을 그에게 보여주었으나 병든 친구는 말했습니다.
"아니요. 그중에는 없습니다."
그러자 그 애굽 상인은 자기가 양육해 왔고 결혼할 계획까지 세워 놓았던 고아인 젊은 처녀를 그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환자는 그녀를 보자 말했습니다.
"자, 보시오. 이 처녀가 나를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할 능력을 가진 여인이오!"
애굽 상인은 그 말을 듣고 자신의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이 여자를 데려다가 당신의 좋은 아내로 삼으시오"
그는 신부에게 혼인지참금과 많은 선물을 주었습니다. 그 뒤에 그의 친구는 곧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신부와 함께 바벨론을 향해 귀로에 올랐습니다.
여러 해 후에 행운의 수레바퀴가 다른 쪽으로 돌았습니다. 그래서 애굽 상인은 전 재산을 잃고 알거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는 절망하였습니다. 그런데 바벨론의 친구 생각이 났습니다.
"바벨론에 있는 친구에게 가자, 그는 반드시 나를 도와줄 것이다."
애굽 상인이 바벨론에 도착했을 때 오랜 여행으로 병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의 신발은 다 해져버렸습니다. 옷은 누더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애굽 상인은 친구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지나 않을까 걱정하였습니다. 또 걱정이 있었습니다. 하인들이 거지로 알고 쫓아내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몸을 떨었습니다.
첫날밤 그는 변두리에 있는 어떤 폐가에서 잤습니다. 그때 밖을 내다보니 두 남자가 다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싸우다가 한 사람이 칼을 꺼내어 상대를 찔러 죽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도망쳐버렸습니다.
그 후에 군중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살인자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그 옆에 있는 폐가를 뒤졌습니다. 그런데 그때 그 집에서 자고 있던 이는 애굽 상인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당신은 누가 이 사람을 살해했는지 보셨나요?"
그는 자기가 살인자라고 고백하고 차라리 죽어 버리는 것이 낫다고 비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바로 그 살인자요."
사람들은 그를 체포하여 지하 감옥에 던져넣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재판관들은 그에게 교수형을 선고했습니다.
그 도시의 모든 주민들은 그가 사형집행을 당하는 광경을 구경하려고 모여들었습니다.
그들 중에 친구인 바벨론 상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사형수가 자기 친구인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는 외쳤습니다.
"당신들은 무죄한 사람을 교수형에 처하려 하고 있소!"
그는 재판관들에게 울부짖으며 말했습니다.
"살인자는 저 사람이 아니라 바로나요!"
재판관들은 그 나그네를 석방하도록 명령하였습니다. 대신에 그 바벨론 상인을 교수대에 올려놓았습니다.
교수대 주위에 모인 수많은 군중 가운데 살인 사건의 진범이 서 있었습니다. 그는 너무나 진실하고 희생적인 두 친구 사이의 우정을 목격하고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는 혼자 말했습니다.
"만일 내가 저지른 살인죄 때문에 무죄한 사람을 죽게 한다면 나는 저 하늘나라에 가서 무시무시한 심판을 받고야 말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재판관에게 가서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이 사람을 풀어주시오! 이 사람이나 저 친구도 살인죄를 범하지 않았소. 첫 번째 사람은 인생살이가 괴로워서 죽으려고 스스로 죄를 뒤집어 쓴 것이고, 두 번째 사람은 자기 친구에 대한 진정한 우정 때문에 자진해서 죄를 뒤집어쓴 것이오. 내가 바로 진짜 살인자요! 정의에 따라 나를 교수형에 처하시오!"
그렇습니다.
결국, 우리는 친구의 진실성을 시험할 때, 그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를 지지해 줄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진정한 친구는 억울한 상황에서도 함께하며, 우리의 어려움을 나누는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진실하고 참 좋은 친구가 계십니다.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할렐루야!
감사합니다.
https://youtu.be/5VaBtz1AL3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