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냉장고에서 버릴 김치를 꺼내보니 총 12리터. 먹지도 못할 거면서 버려지는 열무 아깝다고 김치를 담근 게 화근이다. 이렇게 버려질 줄 몰랐으니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김치를 많이 하면 안되겠다고 엄마는 배우셨을 것이다.
2 ..세영이 김치 좀 달라길래 기왕 주는 거 깻잎장아찌도 새로이 담가 나눠주기로 하였다. 역시 음식은 미묘한 차이로 맛이 달라진다. 뭔가 안맞는 듯하여 맛간장에 양파청을 한 국자 넣었더니 이제야 제대로 맛이 난다. 분명 세영도 맛있다고 할 것이다.
3 ..대월초에서는 지금 한창 체육대회가 열리고 노래자랑으로 한껏 시끌벅적할 것이다. 그런것에 전혀 관심없고 어울리기 싫은 나로서는 우리 기수가 주관하는 때라 얼마나 미안한지 .. 지금도 혓바늘이 돋고 피곤한 마당에 거기서 하루종일 종종거리다 아예 병원에 가야할 것이 뻔해 참석을 안하겠다고 얘기는 했는데 그들이 과연 얼마나 이해할런지 모르겠다. 친구들의 경조사에는 가보겠지만 이렇게 하루종일 행사에 참석하는 건 내겐 무리라.. 언니는 잠깐이라도 들러보라 하는데 도무지 내키질 않는다.
4..어쩌다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와 새소리만 들려오는 지금. 시월의 오후 3시 언저리는 단커피가 어울리지 않던가. 오랜만에 믹스커피를 마셨다. 부엌정리를 하다가 마시려니 식탁위에 놓인 것이 하도많아 내 커피가 어딨더라? 헤매다 찾았다. 그래도 평온한 오후다. 다빈은 학원에 갔고 언니는 시댁에서 알타리김치를 했다며 한 통 주고 갔다. 나는 여름옷 정리를 했으니 이제 스카프를 마저 더 뜨고 블라우스 리폼만 하면 된다. 오늘은 피곤하구나. 운동은 좀 쉬자.
5 ..대추가 서리 내려야 좀 빨개지려나? 하고 엄마가 혼잣말 하시길래 "엄마는 내 대추 많이 따먹지 마. 물도 주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퉁퉁거렸다. 그 밑의 쪽파밭이나 다른 작물에는 그렇게 정성으로 물주면서 바로 옆의 복숭아나 대추나무엔 물을 안주던 엄마였으니 나도 기가 막혀서 한마디 했던 것이다. 분명 이렇게 따먹을 거면서 어쩜 그리도 야박하게 물을 안주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