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무시무시한 형벌 '도모지'에서 유래(안도)
우리 말, 우리글은 매우 소중하다. 그런데 요즈음 근본도 없는 외래어 남발이나 인터넷 은어, 축약 언어들로 인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아니 위기를 맞고 있다. 아래 대화를 들어보자.
A: 얘, 너 어제 그 애 만나봤어?
B: 응 만났지.
A: 어땠어?
B: 솔까말 듣보잡이야.
굳이 이들의 말을 해석해 보면 어제 만난 애가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란 뜻이다.
또 다른 대화를 들어보자.
A: 어제 행사 어땠어?
B: 아수라장이었어.
해석해 보면 어제 행사장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끔찍한 현장이었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앞의 대화들은 근본이 없어 헷갈리지만 뒤의 말들은 근본이 있는 말들인데도 헷갈린다.
도무지는 ‘아무리 하여도 방법이 없다’는 뜻의 부사로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의 어원을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형벌의 도모지(塗貌紙)에서 유래한다.
구한말 일본에 의해 강제로 을사보호 조약이 체결되어 나라를 빼앗기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애국지사 황현이 쓴 〈매천야록〉에 보면 ‘도모지(塗貌紙)’라는 사형(私刑)이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시대에는 자식이 엄격한 가정의 윤리 도덕을 어그러뜨리면 아비는 눈물을 머금고 그 자식에게 비밀리에 도모지(塗貌紙)라는 사형(私刑)을 내렸다고 한다.
도모지는 글자 그대로 얼굴에 종이를 바른다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죄를 지은 자식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 놓고 물을 묻힌 창호지를 얼굴에 몇 겹씩 착착 발라 놓으면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고, 말도 못하는 상태에서 종이가 물기가 말라감에 따라 서서히 숨조차 쉬지 못하게 되어 마침내는 죽게 하는 끔찍한 형벌이었다.
이처럼 도무지는 이런 끔찍한 형벌에서 비롯하여 전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는 변형의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비슷한 말로 ‘도저히’가 있다. 그런데 ‘도무지’는 주로 부정을 나타내는 말과 함께 쓰이며 ‘아무리 해도’, ‘이러니저러니 할 것 없이 아주’라는 뜻이 있고, ‘도저히’ 또한 주로 부정 표현과 어울려 쓰이며 ‘아무리 하여도’라는 뜻이 있다. “그는 도저히 예의라고는 없는 사람이다”에서는 ‘도무지’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