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영위원 임기를 마치며
90년도 말에 나와 함께 근무했던 후배가 4년 전에 내가 살고 있는 학구의 교장으로 부임해 왔다. 이 학교는 나의 자녀 3명이 졸업한 학교다. 신문기사에 수록된 명단을 보고 반가워서 축하 전화를 했더니 차나 한잔 하러 교장실에 오라는 것이었다. 분교에서 3명의 교사가 한 식구처럼 3년 동안 끈끈한 정을 쌓으면서 지냈기에 그 때의 향기가 그리워서 다음 날 곧장 교장실로 방문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금년에 학교운영위원회에 참가하여 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흘러간 물과 같은 사람이기에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랬더니 자기의 재직기간이 1년 반 정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자기가 부임해 와서 들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를 진행할 때 학교에서 제시한 안건에 대해 학교운영위원 중 학부모위원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것이 좋은 회의진행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회의를 할 때 마다 시간이 지체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었다. 내가 언뜻 생각해 보니 이것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역할과 임무 및 상정되는 안건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후배 교장에게 학교운영위원이 되겠다고 하면서 위원장은 학부모 위원 중에서 젊은 위원이 될 수 있도록 조율을 해 보라고 조언을 했다.
첫 학교운영위원회가 열리는 날에는 먼저 운영위원장을 선출을 해야 하는 데 학교운영위원장에 뜻을 둔 희망자가 복수라고 교장이 언질을 주는 것이었다. 자칫 잘못 대처하면 인화를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기에 지혜롭게 대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회의라 내가 제일 연장자임을 감안하여 임시의장을 맡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의장단 선출의 임무를 맡기는 것이었다. 후보 추천을 해 달라는 말이 나오자 역시 두 사람이 추천되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투표를 해야 할 단계가 된 것이다. 투표를 하면 민주주의 원칙에는 합당하나 앙금이 남을 가능성이 있기에 내가 회의를 중단하고 교원위원들은 자리를 비켜 달라 했더니 모두 행정실로 가는 것이었다. 내가 학부모위원과 지역위원만 남은 자리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어차피 우리 자녀들의 교육활동을 돕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다. 선생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투표를 하여 위원장을 선정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들의 눈에 우리가 천박하게 보일런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두 분이 충분히 대화를 하여 조율을 해 오면 우리 위원들은 적극 두 분의 의견을 존중 하겠다 하였더니 얼마 후에 한 사람이 포기를 하겠다는 의향을 표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좋은 분위기 속에서 지도부가 구성되었다. 회의를 할 때도 운영위원회에 상정되는 안건을 담당자가 제안 설명을 하고 나면 내가 이어서 안건의 본질, 교육적 의도, 운영위원회에 상정해야 하는 이유, 운영위원의 역할 등을 요약하여 설명을 했다. 그렇게 몇 차례 이야기를 했더니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이 정말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학부모위원들이 알고부터는 회의 진행이 일사천리로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학교운영위원회 1기 임기 2년이 끝나는 날 마지막 하직 인사를 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새 학년이 시작된 3월 말경 행정실장에게서 전화가 와서 지역위원으로 다시 추천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고사를 했다. 그런데 실장이 세 차례 정도 더 전화를 하면서 간곡하게 청원을 하는 것이었다. 결국 수락하여 2기 2년도 학교운영위원이란 이름으로 교육지원활동을 해 온 셈이다. 마지막 운영위원회를 끝내고 기념촬영을 했다. 교육자라는 이름으로 살아왔음이 내 스스로에게 감사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