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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 사는 것일 보편화된 지금의 일상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게 되었지만, 과거에는 주위에 피어있는 봉숭아의 꽃과 잎을 따서 손톱에 물들이곤 했었다. 최근에는 문방구나 마트에서 물들이기를 할 수 있는 재료들을 모두 갖추어 팔기도 하는데, 이전에는 봉숭아물들이기는 실상 자연에서 찾아 즐길 수 있는 놀이로 받아들여졌다. 주변의 모든 자연 환경이 놀이 대상으로 여겨지던 시절, 여름에 곳곳에 피어있는 봉숭아꽃과 잎을 따서 손톱에 물들이는 것도 흥미로운 놀이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다. 그리고 점점 자라기 마련인 손톱에 첫눈이 올 때까지 물들인 색이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다!'라는 희망적인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놀이를 토대로 하여, 한 아이가 봉숭아 물들이기를 하면서 간절히 바라던 소원을 이루는 과정에 대해 형상화한 그림책이다.
“좋아하는 친구가 생겼어.”라는 표현에 이어, "오늘은 눈이 올까"라는 남자 아이의 독백이 이어진다. 그리고 아래 쪽에는 다른 색의 글씨로 "그 애다."라는 또 다른 누군가의 진술이 제시된다. "첫눈이 올 때까지 손톱에 봉숭아 물이 남아 있으면 바라는 게 이뤄진대."라며, 어느 가게의 창밖에서 안을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이 그립으로 그려지고 있다. 여기에 "창밖에서 그 애가 나를 봐."라는 다른 색의 글자로 누군가의 독백이 나란히 제시되고 있다. 아이는 "내 소원, 너는 알지?"라는 독백과 함께, 창에 입김을 불어 하트 모양을 남기고 떠난다. 이에 대한 답변인 양 다른 색의 글씨로 "내일도 올 거지?"라는 또 다른 목소리가 나란히 제시되고 있다.
아마도 매일 같은 가게로 찾아간 듯, 아이는 "눈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라는 희망을 토로한다. 여기에 “오늘은 늦었네.”라는 상대방의 진술이 이어진다. 아마도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듯, 아이는 “어제는 할머니한테 말했어, 너랑 집에 가고 싶다고.”라고 토로한다. 그리고 “걱정했어. 네가 안 올까봐.”라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제시되고, 다음 장면은 “너도 나랑 갈 거지?‘라는 아이의 목소리와 함께, ”너랑 놀고 싶어.“라는 상대방의 대화가 제시되면서 서로의 마음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전개 과정을 통해서 아이가 바라는 것은 가게의 진열대 위에 있는 인형이며, 가게 안에서 매일 찾아오는 아이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인형과의 교감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버스에서 내리는 할머니에게 아이는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말하지만, 할머니는 “인형은 안 돼.”라고 대답할 뿐이다. 이를 통해서 아이가 매일 가게를 찾아가서 함께 집에 가고 싶다고 한 존재는 바로 인형이라는 사실이 비로소 드러나게 된다. “아직 봉숭아 물이 남아 있지.”라고 말하며, 자신의 손톱을 여자 아이의 모습을 한 인형에게 보여주는 장면이 이어진다. 하지만 여전히 ‘인형 말고 다른 소원’을 말하라는 할머니의 답변이 형상화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눈이 내리지만 인형을 가지고 싶다는 아이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며칠 째 보이지 않는 아이를 그리워하는 가게 안에 놓인 인형의 독백이 제시되고 있다.
그리고 가게를 벗어나 아이에게로 향하는 인형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잠든 아이 곁에 인형을 놓아두고 떠나는 할머니의 그림이 제시되고 있다. 아마도 인형을 갖고 싶다는 아이의 진심을 확인한 할머니께서 소원을 이루지 못해 시무룩해 있는 아이를 위해, 가게에서 산 인형을 자는 아이 곁에 놓아둔 것이라고 이해된다. 어른들에게는 아이가 원하는 것이 그저 비슷비슷한 인형 가운데 하나라고 여겨졌겠지만, 아이에게는 그것이 절실하게 갖고 싶은 단 하나의 소원이었던 것이다. 여자 아이 모양의 인형을 간절히 가지고 싶어 하는 남자 아니의 소원이 봉숭아꽃 물들이기라는 놀이와 결합되어 형상화한 내용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제는 아이들이 자연을 배경으로 놀이를 하는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에, 봉숭이 물들이기라는 놀이와 함께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그림책으로 내용을 구성한 저자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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