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업자득自業自得 (외 1편)
이 충 희
토굴에 가끔 든다는
눈빛 맑은 스님
한적한 철길 따라 핀 코스모스 한 컷
고향역입니다
카톡으로 온 고향역 어찌나 적막턴지
예서 내리면 스님 고향 댁에 가실 수 있는가요
앗차, 광속으로 날아간 화살
예, 10분이면요
그 10분 거리가 되돌아와
며칠째 목에 걸려 욱신거린다
자업자득!
삿포로 여우비
북해도 신궁에서 일본귀신을 곁눈질하는 내내
태풍 여파로 소낙비 오락가락
시음한 한 모금 비루 탓인가
헛디딘 발치에 놓인 셀부르의 우산
치기와 치기의 기하학을 푸는 사이
곡예하듯 빠져나간 삿포로 여우비
그래. 그런 거리쯤의 안부
가끔 아련하다면 더러 위안이라면
여우비 햇살 사이로 흠씬 쏟아져도
늘 거기 당신 젖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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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희 : 1982년 [현대문학] 천료. 관동문학상, 강원문학상, 강원여성문학상, 강릉예술인상 수상.
시집 가을 回信 먼 불빛 겨울 江陵行 이순의 달빛
ㅡ 「시인정신」2016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