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인생 5계'주목하자
미국 명문 MBA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첫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현명하게 사는 삶에 대해 얘기할 때 다음과 같은 4가지 단어를 꼭 언급한다고
한다. `임금(Wage), 보험(Insurance), 저축(saving), 즐기다(enjoy)' 네 단어다.
이는 현명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급여를 받으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보험에
가입하고, 목표를 세워 소비하기 전에 저축을 먼저하고 넷째 이후에 삶을
즐기며 살라는 보이지 않는 조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 월급을 받으면
소비하고 즐기기 바쁘다가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어 저축을 하고 나이 들어
병원 갈 일이 생기니 그제서야 보험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고 먹고 사는 일이 힘들어 막상 노후가 되면
노후생활이 더 빈곤해지는 현상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노후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현명하고 지혜로운 노후 준비를 위해 참고할 만 한 옛 문헌이 있다.
중국 송나라 시대 주신중(朱新仲)이라는 학자는 `인생 5計(계)'를 통해 사람이
한평생 살아 가면서 다섯가지 계획을 올바르게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인생오계를 통해 우리 노년의 삶이 균형잡힌 삶이 되도록 5가지 계획을
재해석 해보고자 한다.
첫번째는 `생계(生計)'이다.
은퇴 후 내가 무슨 일을 하면서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계획인데 직업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지난해 10월1일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노인의 날이었다.
이날 발표된 한 조사에서는 조사대상 91개국가중에서 한국의 노후소득 수준이
90위(최하위권), 건강은 8위를 차지하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노후가 가난한
국가지만 건강은 가장 좋은 상태로 노후의 삶이 균형 잡혀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은퇴 후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고민해야 한다. 정해진 시기(When),
정해진 금액(What), 졍해진 기간(While) 동안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은퇴자산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것이다.
둘째는 `신계(身計)'이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살기 위한 계획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9988234'라는
말이 있다. 99세까지 88하게 살면서 2~3일 앓다가 생을 마감한다는 재미있는 얘기다.
이처럼 평균수명은 81세지만 건강수명은 72세로 결국 병치레로 8~9년정도를 병상
에서 보내는 짧지 않은 시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100세시대는 건강한 사람에게
기쁨과 축복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가족 모두에게 고통이다. 나이 들면 이구동성
(異口同聲)으로 건강이 최고의 자산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번째는 `노계(老計)'이다.
어떻게 하면 자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당당한 노후를 보낼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현재 우리나라 공적연금을 받는 고령자는 전체 고령자의 35%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월 평균 연금 수령액이 30만 원도 채 안 된다. 금번에 정부가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기로 한 기초연금도 빈곤층의 노후 대책에 작은 도움은
되겠지만 충분조건은 못 된다. 우리는 골목 어귀마다 폐지를 잔뜩 실은 리어카를
끄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노후의 삶이 꿈과 희망이 되는
것은 현재 적소성대 (積小成大)하는 준비상태에 따라 좌우된다.젊은 날의 베짱이도
좋지만 노후를 위해 윤택한 개미가 되어야 내가 원하는 노후가 꿈이 될 것이다.
그 다음은 `가계(家計)'이다.
노부모와 자식문제 그리고 부부간 갈등, 가족문제 등을 잘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현상이 노노(老老) 상속과 부모
부양의 문제다.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부양을 조건으로
자식에게 재산을 이전해주는 웃지 못할 현실이 지금 발생하고 있다.
마지막은 `사계(死計)'이다.
인생의 아름다운 마침표. 은퇴 후 무엇을 하고 무엇을 남기고 어떤 모습으로 떠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다. 몇 년전 아흔을 바라보는 어느 은퇴자가 한 말이 기억난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그러나 난 준비 없이 노후를 맞았다. 그러고 보니 모든 게
후회뿐이다. 55세 정년퇴직하고 직업 없이 산 게 벌써 30여년이다. 지금이나마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지, 무엇을 남기고 떠날지를 곰곰이 생각해본다"라는
회고의 말은 지금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