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두 관을 들고
오늘 새벽 첫차로 가 팔아오겠다는 엄마 얘기를 들었기에
일찌감치 잠 깬 나는
내 차로 가자며 엄마를 이끌었다.
기름 닳고 잠도 못자고
뭐하러 낭비하냐 하시지만,
허리도 구부정한 양반이
시금치 두 관을 양 손에 들고
버스를 오르락 내리락 할거냐며
나는 내 차로 가자고 우겼다.
새벽 6시 반은 물 탄 우유처럼
안개로 자욱한 시간이었다.
도매상 아주머니는
우리 엄마를 반갑게 맞아
시금치를 받아 들었고,
엄마는 5만원을 받았다며
흡족한 표정이다.
한 시간 남짓 다듬어서
5만원 벌었으니
이만하면 돈 잘 벌었다는 계산이다.
"엄마, 지금 당장의 시금치만 보면
그렇겠지만,
시금치를 이렇게 키우기까지
밭 갈고 씨 뿌리고 김 매고
물 주고 그랬던 시간들을 봐봐..
5만원은 잘 받은 건 아니지."
엄마는 별다른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며
엄마의 사는 법을 생각해보니
짧고 단순한 계산법으로
오늘 이 아침이 기분좋을 뿐이다.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던
시기부터 따지자면
비가 안 와서 속이 탔던 날들은
또 얼마나 길었나!
그러나 그 시간과 노동은
지금 엄마 기억엔 없다.
단지 어제 오후 한 시간 남짓의
시간만이 엄마의 노동이고
그거에 비하면 5만원은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지나간 수고로움을 자꾸 기억해내지 않는 것.
내가 이거 키우느라 애쓴 게
얼만데..하는 본전심리는 접어두고
단지 어제의 한 시간만
따지는 가벼움이 답이었다.
그래서 엄마는 기분이 좋다.
거창한 이득으로 즐거워봤자
저 팔순의 노인에게
뭐그리 대단하게 행복할 일인가.
시금치 두 관에 오만원.
"와, 우리 엄마가
나보다 수완이 더 좋으시구만!"
차고에 주차를 마치고는
나와 엄마는 기분좋게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