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겠고,
시간의 양보다도
그속에 별처럼 빼곡히 들어찬 온갖 일들 때문에라도
나는 파랑새라 불렸던 그녀를
쉽게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는 전화기를 통해
카스에서 우리가 한동안 친했었다.
전화통화도 했었고
광주의 최순주 오라버니와 셋이서
의남매를 맺었었다 등등
나로 하여금 기억나게 하려고
조심스레 설명을 늘어놓았다.
순주 오라버니 얘기를 하니
그제서야 나는 그녀를 기억내냈다.
바로 어제까지도 단체카톡방을 열어 인사를 나누고
깔깔대며 수다를 떨었는데,
다음날 바로 카톡방에서 나가 버리곤
연락도 차단했던 여자.
그래서 순주 오라버니와 나는
너무도 황당하고 놀라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
서로 묻곤 했던 날들이 이어졌었다.
그랬던 그녀가 거의 2년만에
내게 전화를 해온 것이다.
그녀의 말로는
종종 카스에서 가야님 댓글을 보며
나와 동감일 때가 많아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과 통화할때는
내가 자꾸 들어주는 쪽이 되어
기가 빨리는 느낌이라
얼른 끊었는데
가야님은 나와 공감대가 맞으니
내 얘기를 잘 들어주곤 했던
생각이 나서
다시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지난날엔 내가 순주님과 가야님을 오해한 것 같다 등등
참으로 싱거운 얘기들을 늘어놓았다.
대체 이런 뻔뻔함은
어디서 주워 오는걸까..
아무렇지 않게 우리를 배신하고는
기억도 흐물흐물
이름조차 모르게 시간이 흐른뒤
또다시 친한 척 안부를 묻는,
자기는 이제 친구도 하나 없으니
네가 내 친구가 되어줬으면 한다는
별 웃기지도 않는 요구를 하다니
대체 얼마나 뻔뻔하면
이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