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위로 포르말린 용액이 떨어진다
떨어지는 속도를 보아 7분 뒤에 정수리, 12분쯤 용기병을 가득 채운다
용기병의 넓이는 실험체의 다리를 굽힌다면 표준치에 알맞다
만져보니 점성이 높아 농도가 기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
밀봉된 용기가 현재 온도에 계속 있는다면
6~7일 안에 부패가 시작된다
밀폐
부패가 13일째 진행됐다.
혀에서 떨어져 나온 피부조직 (이하 A)가 1분 뒤 7시 방향으로 침전돼 9시 방향에 있던 안구 조각 (이하 B)를 밀어내어 왼발 중족골에 닿는다
B 잘 보이지는 않지만 크기를 보아 향후 며칠 동안은 제 모양을 유지한다
A가 부식을 끝낸다면 용기 안의 혼탁함이 전주보다 0.4826% 증가한다.
첫댓글 문송합니다
재밌어요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 한편이네요. 사람이 삶에서 아무리 큰 명예와 자산을 갖거나 업적을 남기더라도 사후에는 결국 땅에 묻혀서 흙으로 돌아가거나 화장되어 뼛가루로 남게되는 그러한 과정을 생각나게 하는거 같습니다. 현자나 천재같은 사람들도 결국 필멸의 생명을 가졌기에 언제가는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고 흙으로 돌아갈텐데... 아무래도 그런 부류의 뭔가 뛰어난 사람이나 위인들을 보면 그의 죽음이 너무 아깝게 느껴지는 게 있는것 같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현자를 포르말린 용액에 담그려고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 사람의 삶이 끝나는게 너무 아쉬어서 포르말린 용액에 담가보지만 사실 그렇게 하더라도 결국 시체는 부패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라는 내용이 생각이 되는 글인것 같습니다. 인간의 삶의 유한함과 언젠가는 무조건 맞이하게되는 죽음에 대하여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현자라고 하는 사람도 죽음이 두려웠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다리를 굽힌다면 용기 크기가 알맞다고 하였는데, 다리를 펴고 일어나서 나오고자 한다면 스스로 나갈수 있는 높이였던거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가지 않고 포르말린 용액에 빠져있었다는건 언젠간 부패하게 될 육신을 보존하고 싶다는 욕구 라고 해야할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 말처럼 그 사람도 어떠한 형태로든 남고싶다 라는 마음이 있었던게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용액속에 들어가있지만 그 용액에서 조차 썩어간다는게, 송장이 부패한다는 절대적인 자연의 법칙을 더욱 강조시키는 것 같네요..
@64기 김선민 와....아니 진짜 진지한 평론 너무 감사해요...더더욱 시는 작가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