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직원과의 일상적인 대화가 그 끝을 보일 즈음, 서로가 자의식으로 집중하고 싶을 즈음, 난 슬그머니 한가지를 실행하겠다란 의지로 2층 탈의실, 아무도 없는 공간으로 향한다. 제법 쌀쌀한 대기를 한 십 초 정도 뚫고 탈의실 문을 열면, 아무도 없는 곳의 대기를 데우기 위해 마련된 전기 스토브의 잔잔한 위력을 실감할 수밖에 없는 적정한 온도와 마주칠 수 있다.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윗옷을 벗을 것인가 말 것인가. 벗기에는 서늘한 기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인터넷을 떠돌던 어느 글인가에서, 공복에 시행할 것을 주문했던 기억이 난다. 줄없는 줄넘기가 시작된다. 이 새로운 유산소 운동 종목을 시행하게 된지는 채 며칠이 되지 않았다. 간헐적으로 벌어지는 탁구치기만으로는 아무래도 그 효과를 자각하기 어려워서였을 것이다. 뛴다.
물론 회사엔 직원이 갖다논 줄넘기가 비치돼 있기도 하다. 몇번 시도를 해봤지만 번번히 줄에 걸리기가 일쑤여서 운동의 리듬을 뺐기게 된다. 그래서 시도된 가상의 줄넘기, 그 효과는 120%, 점점 호흡이 벅차다.
줄넘기를 소개하는 글마다 천차만별이지만, 20분 정도 연속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란 생각이 든다. 역시 그 효과는 파괴적일 정도다. 공복, 아무도 없는 공간, 줄없는, 20분 이상 연속되는, 줄넘기.
모든 사람이 나에게 왜 운동을 해 살을 빼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혹을 보낸다. 오히려 살을 더 찌워야 할 사람이 말이다. 그건 모르는 소리다. 살을 찌우는 건 간단하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먹고 자면 그뿐이니까. 하지만 그 역은 다르다. 새로운 차원을 하나 형성하는 중요한 자의식으로 자리잡게 되니 말이다.
줄넘기가 끝나고, 20분 정도 리듬감 있게 움직이던 몸을 정지시키면, 전신의 감각은 극도의 혼란을 겪게 된다. 지구의 중력장을 다른 감각으로 느끼게 된다는 말이다. 숨이 차오른다. 아킬레스건의 수축과 이완에의 감각이 비정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