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외교육동향영국 기초학력 지원 체계 및 전문 인력 운영 현황
이혜지(영국통신원)
코로나19 이후 학습결손 회복은 영국에서도 교육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다뤄져 왔다. 특히 잉글랜드에서는 초등 저학년의 기초 문해력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 속에서,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조기에 찾아내고 지원하는 체계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고는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기초학력 지원 프로그램과 전문 인력의 운영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리 밝혀둘 점은, 잉글랜드에는 우리나라의 기초학력 전문교원처럼 별도 직위의 교원이 기초학력 부족 학생을 직접 집중 지도하는, 일대일로 대응되는 제도는 없다는 것이다. 대신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인력이 운영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먼저 잉글랜드 기초학력 지원 체계의 구조를 개관한 뒤, 주요 프로그램과 인력의 운영 사례를 지원 시기와 영역, 인사, 재정, 성과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1. 잉글랜드 기초학력 지원 체계 개관
잉글랜드의 기초학력 지원 체계는 국가 수준의 평가로 부진 학생을 조기에 진단하고, 취약 학생 지원을 위한 재정을 학교에 제공하며, 정부 지침으로 교실 수업의 질을 관리하는 세 요소로 구성된다.
가. 국가 수준 평가를 통한 조기 진단
진단의 출발점은 공립학교의 해당 학년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치르는 국가 수준의 평가이다. 잉글랜드는 초등학교 재학 기간 동안 여러 차례의 국가 평가를 배치하여 기초학력 형성 과정을 단계적으로 점검한다. 먼저 초등 1학년 말에는 2012년부터 파닉스 선별평가(Phonics Screening Check, PSC)가 실시되고 있다. 파닉스는 글자와 소리의 대응 관계를 통해 읽기를 가르치는 방법으로, 이 평가는 교사가 학생과 일대일로 마주 앉아 실제 단어와 무의미 단어 40개를 소리 내어 읽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40개 중 32개 이상을 정확히 읽으면 기대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판정한다. 무의미 단어를 포함하는 이유는 학생이 단어를 통째로 암기했는지가 아니라 처음 보는 낱말도 해독할 수 있는지, 즉 읽기의 기초 원리를 실제로 익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기대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은 학교에서 집중적인 보충 지도를 받은 뒤 2학년에 재응시한다. 이어 초등 4학년에는 구구단 암기 수준을 확인하는 곱셈표 평가(Multiplication Tables Check)가 실시되어 수리력의 기초를 점검하며(STA, 2025), 초등 마지막 학년인 6학년 말에는 흔히 SATs로 불리는 국가표준화평가(Standard Assessment Tests)를 통해 읽기, 수학, 문법과 철자 영역에서 기대 수준 도달 여부를 최종 확인한다.
이러한 평가 체계는 개별 학생의 지원 필요를 조기에 확인하는 진단 도구인 동시에, 정책의 성과를 측정하고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기반 자료로 기능한다. 학교별 평가 결과가 축적되어 공개되므로, 정부는 이를 토대로 기초학력 부진 학생이 많은 학교를 파악하고, 지원 프로그램의 대상 학교를 선정하거나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는 자료로 활용한다. 실제로 2025년 파닉스 선별평가에서 기대 수준에 도달한 1학년 학생 비율은 80%로 팬데믹 이전 최고치인 82%(2018년과 2019년)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DfE, 2026), 이러한 데이터가 기초 문해력 지원 정책을 강화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나. 학생 프리미엄을 통한 재정 지원
재정 측면에서는 학생 프리미엄(Pupil Premium)이 표적 지원의 주된 재원 역할을 한다. 학생 프리미엄은 2011년 도입된 제도로, 최근 6년 내 무상급식 대상이었던 학생과 위탁 보호 아동 등 사회경제적 취약 학생 수에 비례하여 학교에 추가로 지급되는 예산이다. 2025/26 회계연도 기준 초등학교는 해당 학생 1인당 연간 1,515파운드(한화 약 288만 원)를 수령하며, 학교는 이를 활용해 소그룹 지도, 튜터링, 학습 보조인력 운영 같은 부진 학생 지원 활동을 자율적으로 운영한다(DfE, 2025b).
다만 자율에는 책무가 따른다. 학교는 학생 프리미엄을 어떤 활동에 사용할지 계획한 전략서를 매년 작성하여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하며, 교육부는 효과가 입증된 접근법의 목록을 제시하여 예산이 증거 기반의 활동에 사용되도록 유도한다. 예산 활용의 적절성은 잉글랜드의 학교 감사기관인 교육기준청(Office for Standards in Education, Ofsted)의 학교 평가에서도 점검 대상이 된다(DfE, 2025b). 요컨대 잉글랜드는 부진 학생 지원 인력을 국가가 학교에 직접 배치하기보다, 재정을 제공하고 그 활용을 학교의 판단에 맡기되 계획 공개와 평가를 통해 책무성을 확보하는 방식을 기본 구조로 삼고 있다.
다. 국가 지침을 통한 교수법 관리
교수법 측면에서는 교육부가 발간하는 국가 지침이 교실 수업의 방향과 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읽기 프레임워크(The Reading Framework)와 쓰기 프레임워크(The Writing Framework)이다. 2023년 개정된 읽기 프레임워크는 유아 단계부터 중등 초기까지의 읽기 지도 방법을 다루는 지침으로, 체계적인 파닉스 지도를 초기 읽기 교육의 표준 방법으로 제시한다. 구체적으로는 교육부가 품질을 검증하여 목록으로 공개한 파닉스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를 학교가 선택해 학년과 학급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사용할 것, 학생의 해독 수준에 맞는 읽기 교재를 사용할 것, 그리고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발견되면 뒤처짐이 누적되기 전에 즉시 따라잡기 보충 지도를 제공할 것을 권고한다. 별도의 시간을 내어 나중에 보충하는 방식보다, 매일의 수업 직후 짧게라도 즉각 개입하는 것이 격차 확대를 막는 데 효과적이라는 원칙이다.
2025년 7월 발표된 쓰기 프레임워크는 유아 단계부터 초등 졸업까지의 쓰기 지도 지침으로, 읽기 프레임워크의 후속 격에 해당한다. 이 지침은 쓰기가 글씨 쓰기, 철자, 문장 구성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인지적으로 부담이 큰 활동임을 전제로, 글씨 쓰기와 철자 같은 기초 기능을 조기에 반복 연습시켜 자동화함으로써 학생이 생각을 표현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가르칠 것과, 쓰기에 어려움을 보이는 학생을 즉각 지원할 것을 강조한다. 또한 학교가 자체 쓰기 교육을 점검할 수 있는 진단 도구도 함께 제공한다(DfE, 2023b; DfE, 2025a). 두 지침 모두 법적 강제력은 없으나 학교 평가와 정부 재정 지원 사업의 기준으로 활용되면서 교육 현장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지며, 특히 뒤에서 살펴볼 잉글리시 허브의 교원 연수가 이 지침들을 학교 현장에 정착시키는 통로로 기능한다.
이처럼 잉글랜드는 평가, 재정, 지침으로 이루어진 지원의 틀은 갖추고 있으나, 이 틀 안에서 기초학력 부족 학생만을 전담하는 별도의 전문교원 직위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 대신 기초학력 지원 기능은 여러 프로그램과 인력에 나뉘어 수행되고 있으며, 다음 장에서 그 구체적인 운영 사례를 살펴본다.
2. 주요 지원 프로그램 및 전문 인력 운영 사례
가. 학업 멘토: 국가 튜터링 프로그램
국가 튜터링 프로그램(National Tutoring Programme, NTP)은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결손 회복을 위해 2020/21학년도에 도입되어 2023/24학년도까지 4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 잉글랜드 최대 규모의 기초학력 집중지원 사업이다. 튜터링, 즉 소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집중 지도는 특히 취약계층 학생의 학력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증거가 축적되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그 증거에 기반하여 국가 재정으로 튜터링을 전국 학교에 보급하고자 한 시도였다(DfE, 2024a).
프로그램은 세 가지 경로로 운영되었다. 첫 번째는 튜터링 파트너(Tuition Partners)로, 교육부가 교육의 질을 심사하여 승인한 외부 튜터링 기관의 튜터가 학교에 파견되어 학생을 지도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학교 주도 튜터링(School-led Tutoring)으로, 학교가 지원받은 예산으로 퇴직 교사, 기간제 교사, 보조인력 등 자체 인력을 확보하여 튜터링을 운영하는 방식이며, 실제로 가장 많이 활용된 경로였다. 세 번째가 본고의 관심 대상인 학업 멘토(Academic Mentors)로,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에게 집중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학교가 직접 고용하는 상주 인력이다. 학업 멘토의 인건비는 대부분을 교육부가 보조했으며, 초기에는 티치 퍼스트(Teach First) 1) 가 멘토의 모집과 연수, 학교 배치를 담당하여 취약 지역 학교에 우선 배치했고 이후 별도의 계약 기관이 이 기능을 승계했다(DfE, 2024a; EEF, 2021). 즉 학업 멘토는 교원 자격을 요건으로 하는 별도의 교원 직위가 아니라, 학교에 상주하며 부진 학생 지도를 전담하도록 채용되고 훈련된 전문 인력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기초학력 전문교원과 형태상 가장 유사하면서도 위상에서는 차이가 있다.
지원 방식을 보면, 튜터링은 정규수업 시간 중에 학생을 소집단으로 분리하여 지도하는 방식과 등교 전이나 방과 후에 지도하는 방식을 병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지원 영역은 영어(문해력)와 수학(수리력) 교과에 집중되었다(EEF, 2021). 재정 구조의 특징은 국가 보조율을 해마다 낮추어 학교의 자체 부담을 늘려가는 단계적 축소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2022/23학년도에는 튜터링 비용의 60%를, 마지막 해인 2023/24학년도에는 50%를 국가가 보조하고, 나머지는 학교가 앞서 살펴본 학생 프리미엄 등 자체 예산으로 부담하도록 했다(DfE, 2024b). 이는 국가 보조가 끝난 뒤에도 학교가 튜터링을 자체 재원으로 지속하도록 유도하려는 설계였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프로그램을 통해 약 617만 개의 튜터링 과정이 제공되었으며, 2021/22학년도 한 해에만 학업 멘토 경로로 약 9만 2천 명의 학생이 지도를 받았다(DfE, 2024b).
성과는 전국 단위 학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독립 평가를 통해 검증되었다. 교육부의 의뢰로 국립교육연구재단(National Foundation for Educational Research, NFER)이 수행한 영향 평가에서, 학교 주도 튜터링은 초등과 중등 졸업 단계의 수학 성취에 약 1개월의 추가 학습 진전에 해당하는 소폭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으며, 영어 성취에서도 소폭의 효과(1개월 미만의 추가 학습 진전에 해당)가 확인되었다. 특히, 튜터링 시간이 많을수록, 참여 학생이 많은 학교일수록 효과가 커지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학업 멘토와 튜터링 파트너 경로에서는 성취 향상과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House of Commons Library, 2024). 반면 현장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어서, 마지막 해 조사에서 학교 관리자의 4분의 3 이상이 우선 지원 대상으로 정한 학생들에게 튜터링을 제공할 수 있었던 점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DfE, 2024a). 결국 프로그램은 2024년 8월 국가 보조 종료와 함께 마무리되었고, 교육부는 학교가 자체 재원으로 튜터링을 이어가도록 권고했으나 추가 재원이 없는 학교에서는 상주 인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속가능성의 과제가 남았다. 요컨대 국가 튜터링 프로그램은 대규모 한시 재정으로 지원의 양적 확대는 달성했지만, 별도 채용 인력의 전문성 축적과 제도적 지속성 확보에는 한계를 보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나. 문해력 전문가: 잉글리시 허브
잉글리시 허브 프로그램(English Hubs Programme)은 파닉스와 조기 언어, 독서 문화 교육의 개선을 목표로 2018년 시작된 교육부 사업으로, 특히 읽기 진전이 가장 느린 학생들을 핵심 지원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교육부는 파닉스 교육의 우수성이 검증된 초등학교 34곳을, 공모를 통해 허브 학교로 지정했고, 각 허브 학교는 배정된 권역 안에서 다른 학교들의 읽기 교육 개선을 지원하는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즉, 우수 학교가 다른 학교를 지원하는 학교 간 지원(school-to-school support)이 이 프로그램의 기본 원리이다(DfE, 2026).
이 지원을 실제로 수행하는 인력이 문해력 전문가(Literacy Specialist)이다. 각 허브에는 운영 책임자인 허브 리드(Hub Lead)와 함께 문해력 전문가팀이 배치되어 있다. 문해력 전문가는 새로 만들어진 별도 직위가 아니라 문해력 지도에 뛰어난 기술과 경험을 갖춘 현직 교육 전문 인력 가운데 지정되며, 전국 단위의 잉글리시 허브 연수센터(English Hubs Training Centre)로부터 훈련과 지속적인 지원을 받는다. 자기 학교에서의 검증된 실천 경험을 바탕으로 비슷한 여건의 다른 학교를 지원한다는 점이 이 인력의 전문성의 핵심이며, 우수 교사의 전문성을 인증하고 순회 지원에 활용하는 잉글랜드 특유의 전문 인력 운영 방식을 보여준다(DfE, 2026).
지원 대상 학교의 선정에는 앞서 살펴본 국가 평가 결과가 직접 활용된다. 허브는 파닉스 선별평가 통과율이 낮고 학생 프리미엄 대상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를 교육부의 우선순위 기준에 따라 파트너 학교(partner school)로 선정한다. 파트너 학교로 선정되면 통상 2년간 문해력 전문가의 집중 지원을 받는데, 전문가가 학교를 방문하는 지원일은 프로그램 초기 연간 3일에서 최근에는 연간 6일까지 늘었다. 방문일에 전문가는 파트너 학교의 읽기 지도 담당 교사(reading lead)와 짝을 이루어 수업 시연과 코칭, 수업 관찰 등 학교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담당 교사가 다시 학교 안의 동료 교사들을 지도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확산된다. 이와 함께 파닉스 지도 실태 진단, 진단에 기초한 맞춤형 실행계획 수립, 교육부가 검증한 파닉스 프로그램 구입비 지원(학교 부담과 연계하는 매칭 방식으로 최대 3천 파운드, 한화 약 570만 원,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면 최대 6천 파운드, 한화 약 1,140만 원), 교원 연수가 결합된다. 집중 지원 대상이 아닌 학교에도 문호가 열려 있어, 2020년 9월 이후 1만 개교 이상이 연수를 포함한 허브의 지원을 받았고 약 1만 개교가 자원 구입비를 지원받았다. 이는 잉글랜드 전체 공립 초등학교의 절반을 훌쩍 넘는 규모이다(DfE, 2026).
성과 관리 측면에서 잉글리시 허브는 가장 체계적으로 효과가 검증된 사례이다. 교육부가 2026년 2월 발표한 영향 평가는 파트너 학교와 여건이 비슷한 미참여 학교를 통계적으로 대응시켜 비교하는 준실험 방법으로 프로그램의 효과를 추정했다. 그 결과 허브의 집중 지원은 지원 종료 시점 기준으로 파트너 학교의 1학년 파닉스 선별평가 통과율을 3~5%p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60명 규모의 학년이라면 2~3명의 학생이 추가로 기대 수준에 도달한 것과 같으며, 학생 1인당 약 2개월의 추가 학습 진전에 해당하는 효과였다. 효과는 지원 연차가 쌓일수록 커졌고, 지원이 끝난 뒤에도 부분적으로 유지되었으며, 팬데믹 기간에 지원받은 초기 학교들과 회복기에 지원받은 최근 학교들에서 비슷한 크기로 확인되어, 약 3천 개 파트너 학교라는 대규모 운영에서도 지원의 질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DfE, 2026).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5년 9월부터는 지원 범위가 초등 중, 고학년의 읽기 유창성 연수, 쓰기 프레임워크 정착을 위한 연수, 그리고 중등학교의 읽기 부진 학생 지도 연수와 중등학교 집중지원 시범사업으로 확대되었다(DfE, 2026).
다. 마스터리 전문교사: 수학 허브
수리력 영역에서는 수학 허브(Maths Hubs)가 잉글리시 허브와 유사한 거점 지원 체계를 이루고 있다. 수학 허브는 2014년부터 운영되어 온 수학교육 개선 사업으로, 전국 40개 허브가 각 권역의 학교들을 지원하며, 교육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국립수학교수센터(National Centre for Excellence in the Teaching of Mathematics, NCETM)가 전체 프로그램을 총괄한다. 수학 허브가 보급하는 핵심 교수법은 마스터리(mastery) 접근이다. 이는 수학 성취가 높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수업 방식에서 착안한 것으로, 학급을 성취 수준에 따라 나누어 다른 진도로 가르치는 대신, 학급 전체가 같은 내용을 충분한 깊이로 함께 배우면서 뒤처지는 학생에게는 즉각적인 보충 지도를 제공하여 모든 학생이 탄탄한 이해에 도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처음부터 학습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수업 자체를 설계한다는 점에서, 기초 수리력 부진을 사후에 보충하기보다 예방하는 접근이라 할 수 있다(NCETM, 2026).
이 교수법을 학교 현장에 확산시키는 인력이 마스터리 전문교사(Mastery Specialist)이다. 마스터리 전문교사는 별도로 채용되는 인력이 아니라 소속 학교에서 수업을 계속하는 현직 교사가 선발을 거쳐 겸하는 역할로, 소속과 신분은 그대로 둔 채 마스터리 교수법의 전문성과 동료 교사 연수를 이끄는 리더십을 개발하는 것이다. 양성 과정을 보면, 초등의 경우 1년의 연수 기간 동안 학기마다 열리는 합숙 연수에 참여하며 마스터리 교수법의 원리와 수업 설계를 깊이 있게 익히고, 연수 사이사이 자신의 학교와 학급에 배운 내용을 적용하며 정착시킨다. 연수에 참여하는 약 10일의 수업 대체에 대한 비용은 수학 허브 프로그램이 전액 부담한다. 연수를 마친 뒤에는 지역 수학교육 리더(Local Leader of Maths Education)로 활동하게 되는데, 여러 학교의 교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워크그룹(Work Group)을 이끌며 다른 학교의 수업 개선을 지원한다. 또한 해당 활동으로 자리를 비우는 동안의 수업 대체 비용 역시 허브가 부담한다. 중등은 2년 과정으로 운영되며, 교원자격(Qualified Teacher Status, QTS)과 2년 이상의 교육 경력이 지원 요건이다(NCETM, 2026).
주목할 만한 최근 변화는 지원 대상의 확장이다. 잉글랜드에서는 만 16세에 치르는 중등교육자격시험(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 GCSE) 수학에서 기준 등급인 4등급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은, 이후 진학하는 교육기관에서 재시험을 준비하거나 실생활 수리력 자격인 기능적 수리력 자격(Functional Skills Qualification, FSQ)을 이수해야 한다. 이에 이들 과목 담당 교사를 위한 마스터리 전문교사 과정도 신설되었다. 이로써 기초 수리력 지원이 초등부터 의무교육 이후 단계까지 이어지는 체계가 갖추어졌다. 모든 과정은 수학 허브 프로그램의 재정으로 참여 학교에 무상 제공된다(NCETM, 2026).
라. 특수교육요구 조정교사(SENCO)
학교 내에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 대한 지원을 총괄하는 인력으로는 특수교육요구 조정교사(Special Educational Needs Co-ordinator, SENCO)가 있다. 잉글랜드의 모든 일반학교는 SENCO를 의무적으로 두어야 하며, SENCO는 교원자격을 갖춘 교사 또는 교장이어야 한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잉글랜드의 특수교육요구(Special Educational Needs, SEN) 개념이 우리나라의 특수교육 대상보다 훨씬 넓다는 것이다. 장애 진단을 받은 학생뿐 아니라, 경계선 지능과 같이 뚜렷한 진단명이 없더라도 또래 대다수보다 학습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특수교육요구 지원(SEN support)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어려움의 진단, 지원 계획 수립, 실행, 점검을 반복하는 단계적 접근(graduated approach)이 적용되고, SENCO는 담임교사, 보조인력, 학부모, 외부 전문가를 연결하며 이 과정 전체를 조정한다. 결과적으로 SENCO는 교과 부진과 학습 곤란이 중첩된 학생에 대한 교내 지원의 사실상의 총괄자 역할을 수행한다(DfE, 2023a).
주목할 만한 변화는 이 직책의 전문성을 국가 자격 체계로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23년 3월 발표된 특수교육요구 및 대안교육 개선 계획에 따라, 2024년 9월부터 새로 SENCO를 맡는 교사는 리더십급 국가전문자격(National Professional Qualification for SENCOs, NPQ for SENCOs)을 직무를 시작한 후 3년 이내에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이 자격은 18개월의 연수 과정으로 운영되며 국가 장학금이 지원된다. 국가전문자격(NPQ)은 잉글랜드가 교장과 중간관리자 등 학교 리더십 직위별로 운영하는 국가 공인 연수 자격 체계이다. 학습지원을 총괄하는 직책이 이 체계에 편입되었다는 것은 부진 학생 지원을 학교 리더십의 한 영역으로 공식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DfE, 2023a; DfE, 2024c).
한편, 교사 외의 인력을 훈련하여 검증된 중재 프로그램의 실행자로 활용하는 모델도 정착되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너필드 조기 언어 중재(Nuffield Early Language Intervention, NELI)이다. 이 프로그램은 리셉션(Reception) 2) 학급에서 언어 능력이 가장 취약한 학생을 선별한 뒤, 훈련받은 보조교사(Teaching Assistant)가 20주에 걸쳐 소그룹 지도와 개별 지도를 표준화된 절차에 따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교육기부재단(Education Endowment Foundation, EEF)의 무작위 대조 평가에서 약 4개월의 추가적인 언어 발달 효과가 확인되었다. 또한, 4천여 개교로 확대된 이후의 평가에서도 효과가 거의 감소하지 않아, 소규모 시범에서 확인된 효과가 대규모 보급에서도 유지된 드문 사례로 평가받으며 교육부 재정 지원 아래 전국적으로 보급되었다(DfE, 2026에서 재인용). 이는 전문 인력 개인의 역량에만 의존하는 대신, 효과가 검증된 표준화 프로그램과 훈련된 보조인력을 결합하여 조기 지원의 규모를 확보하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1) 2002년 설립된 영국의 교육 자선단체로, 우수한 대학 졸업자를 선발해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역의 학교에 교사로 양성 및 배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정부와 협력하여 교원 양성과 교육 격차 해소 사업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국가 튜터링 프로그램 1차년도에 학업 멘토의 모집과 연수를 위탁받아 수행했다. ↑
2) 잉글랜드 초등학교의 첫 학년으로 만 4~5세 아동이 다닌다. 잉글랜드의 의무교육은 만 5세부터 시작되므로 리셉션 취학이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사실상 많은 아동이 만 4세가 되는 해 9월에 리셉션으로 입학한다. 초등학교 안에서 운영되며 본격적인 교과 학습이 시작되는 1학년(Year 1)에 앞서 놀이 중심 활동으로 학습의 기초를 다지는 단계로,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병설유치원과 비슷한 위치라 할 수 있다. ↑
3. 맺음말
잉글랜드는 기초학력 부족 학생을 전담하는 별도의 전문교원 직위를 두는 대신, 국가 수준 평가를 통해 부진 학생과 부진 학교를 조기에 식별하고, 학생 프리미엄이라는 재정을 학교에 제공하며, 국가 지침으로 교수법의 방향을 제시하는 체계 위에서 성격이 다른 여러 프로그램과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을 직접 지도하는 학업 멘토, 교사의 지도 역량을 높이는 허브 전문교사, 교내 지원을 조정하는 특수교육요구 조정교사가 서로 다른 기능을 분담하는 구조이다. 운영 방식의 특징도 뚜렷하다. 전문 인력의 대부분은 별도 정원의 신설이 아니라 현직 교사가 국가 지원 연수를 거쳐 역할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우수 학교와 우수 교사가 거점이 되는 허브 구조를 통해 소수의 인력으로 수천 개 학교에 지원이 닿으며, 지원의 효과는 국가 평가 데이터와 준실험 방법으로 상시 검증되어 정책에 반영된다.
우리나라 기초학력 전문교원 제도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잉글랜드에서 학생을 직접 지도한 한시적 인력은 성취 효과의 근거가 제한적이었던 반면, 교사의 수업을 바꾸는 허브형 전문교사는 대규모 운영에서도 일관된 효과가 확인되었다. 이는 전문교원의 역할을 부진 학생 직접 지도에 한정하지 않고 동료 교사의 지도 역량을 높이는 기능과 결합할 때 지원의 지속성과 파급력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평가 데이터로 효과를 검증하고 그 결과로 사업의 확대와 종료를 판단하는 성과 관리 방식은, 도입 초기 단계인 우리 전문교원 제도가 성과 분석의 틀을 설계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Department for Education (DfE) (2023a). Special educational needs and disabilities (SEND) and alternative provision (AP) improvement plan.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send-and-alternative-provision-improvement-plan
Department for Education (DfE) (2023b). The reading framework.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the-reading-framework-teaching-the-foundations-of-literacy
Department for Education (DfE) (2024a). National Tutoring Programme: evaluation and reflections. Research report.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media/66e2c1f46cc3c902a6e6fbed/National_Tutoring_Programme_-_evaluation_and_reflection.pdf
Department for Education (DfE) (2024b). National Tutoring Programme, Academic year 2023/24. Explore Education Statistics.
https://explore-education-statistics.service.gov.uk/find-statistics/national-tutoring-programme/2023-24
Department for Education (DfE) (2024c). Special educational needs co-ordinator (SENCO) national professional qualification.
https://www.gov.uk/guidance/special-educational-needs-co-ordinator-senco-national-professional-qualification
Department for Education (DfE) (2025a). The writing framework.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the-writing-framework
Department for Education (DfE) (2025b). Pupil premium: overview.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pupil-premium/pupil-premium
Department for Education (DfE) (2026). English Hubs Programme phonics impact evaluation 2019 to 2025. Research report.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media/699d88183e672177d0bc7562/English_Hubs_Programme_phonics_impact_evaluation_2019_to_2025.pdf
Education Endowment Foundation (EEF) (2021). National Tutoring Programme: NTP Academic Mentoring.
https://educationendowmentfoundation.org.uk/projects-and-evaluation/projects/national-tutoring-programme-ntp-academic-mentoring
House of Commons Library (2024). Tutoring provision. Commons Library Debate Pack.
https://researchbriefings.files.parliament.uk/documents/CDP-2024-0058/CDP-2024-0058.pdf
National Centre for Excellence in the Teaching of Mathematics (NCETM) (2026). Primary Mastery Specialist Programme.
https://www.ncetm.org.uk/maths-hubs-projects/primary-mastery-specialist-programme/ (2026. 8. 13. 접속)
Standards and Testing Agency (STA) (2025). Multiplication tables check: administration guidance.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multiplication-tables-check-administration-guidance
본 자료는 해외통신원의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한국교육개발원 및 교육정책네트워크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