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되면
저 옆 침상의 보호자가 온다.
80대의 할머니 환자인데
할아버지와 아들이
매일 면회를 온다고 한다.
몇달 전 뇌출혈이 오신 할머니인데
우리아빠의 옛모습과 다를 게 없다.
가래가 끓고
콧줄을 끼고
말소리는 안나오고..
저녁에야 나는 주변 보호자들과
조금씩 얘길 나눴다.
지금은 옆환자의 아들이
엄마를 위해 기도를 하고
찬송가를 부르고
엄마에게 자꾸 말을 건다.
"우리 엄마, 식사 다 들어갔네.
아버지 좀 봐봐.웃으시잖아.
엄마.오늘은 편안해보여.
재활치료가 힘 안들었어?"
2001년 길병원에서
내가 늘 했던 일들이다..
처음 한 달 가량은 내가
보조침대에서 숙식을 하며
아빠를 돌봤고
그 후론 엄마가 계시니
나는 매일 도시락을 싸서
지하철타고
병원을 오갔다.
언니, 엄마, 내가 아빠를 도맡고
강화집에는 영도가 도맡고.
그런 세월이었다.
저 할머니 가래끓는 소리며
석션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 옛날 아득한 그 기억들이
아주 먼 곳에서의 아우성처럼
가슴속을 두드렸다.
저마다의 사연,
저마다 다른 아픔, 슬픔이겠으나
어느 환자이건
웃는 법이 없고
보호자도 지친 기색이다.
우선 급한대로
다빈을 부르기로 했다,
다빈은 병원생활이 처음인데다
일요일까지 있을 생각이라
각종 공부꺼리를 들고 올 생각인데
괜한 애까지 짐스럽게 하는건
아닌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