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침상 풍경.
환자는 팔순의 할머니신데
올 여름에 중풍이 와
수술을 마치고
지금은 물리치료를 다니신다.
석션기구며 잔뜩 쌓아놓은 기저귀,
보호자의 짐도 선반에 즐비하고
퇴원이라도 할라치면
큼직한 짐가방으로
두 개는 거뜬할 것이다.
목에 구멍뚫어 가래를 뽑아내고
콧줄로 식사하고
치매도 있으니
간혹 한밤중에 콧줄을 빼곤 하는,ᆢ
영락없이
25년 전의 아빠같은 형세다.
어제밤에 다빈과 나는 잠이 안와
휴게실로 나가려는데
그 할머니가 커튼을 젖히고
우리를 보셨다.
꼿줄을 또 잡아뺄까봐
장갑을 끼워 묶어놨는데
그새 장갑을 빼서
우리를 향해 손흔드는 중이셨다
'아..저러면 안되는데..'
"힐머니, 장갑 빼셨네.
그러시면 안돼요.
콧줄 또 빼실려구..안돼요 할머니."
나는 서둘러 간병인을 깨웠다.
한밤중이니 간병인은 깊이 잠들어 서너번만에 일어났다.
얼른 할머니께 장갑을 끼우고
다시 가래를 뽑아냈다.
나는 다빈이와 휴게실에 앉아
자연스레 그 광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극히 자연스런 일..
목구멍에서 그렁그렁 하는 가래를
수시로 빼려면
환자는 가슴이 들썩거린다.
얼굴에 드리워진 콧줄도
귀찮을 것이고,
어디가 가려워도
말소리가 제대로 안나와
표현도 못하는,
보는 이도 앓는 이도
너무나 속상한 그런 모습이다.
이미 오래전에 겪었던 일이라
아득한데도
여전히 애잔한 기억이다.
어제 수술실에서 울던 내게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간호사들은 위로했지만
사실 입원할 때마다 울었던 나는
긴장한 게 아니다.
어차피 전문의를 찾아왔으니
나는 수술하여
좋아질 것을 믿고 있었다.
옛기억..
아빠가 그리 아프셔
25년을 지겹도록 앓다 가셨고
영도가 암센타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던
그 병원생활이 떠올랐을 뿐이다.
모든 아픈 이들의 고통,
보호자들의 고됨,
이런 큰 병원에
외래로 잠깐 오가면 모르겠는데
이런 환자들을 오래 보고있자니
너무 안쓰러워 눈물이 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