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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할 무렵 시어머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제사가 있는 데 모실 수 있나"
무늬만 뜻을 이해한 예비 며느리인 나는
하면 되겠지 싶어 "예~!" 했습니다.
시댁은 경남 하동군 횡천면 원곡부락이었습니다.
어느 날, 예비 남편이 나를 데리고 여행 간 곳이 시댁이었습니다.
그 때 내 나이 26살, 어머님 연세 66살 이었습니다.
흰머리 검은머리 섞여 있으셨고 비녀로 쪽을 하고 계셨습니다.
40살의 나이 차이에 나는 이미 나의 친할머니나 외할머니를 뵙고 모시는 듯 하였습니다.
위로는 네분의 누님과 한분의 형님과 또 한 명의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시아버님께서는 네 분의 형제가 있었는 데 두 분은 자식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남은 형제 두 분에게는 아들이 각 두명이 있었습니다.
두 명의 아들을 낳은 두 형제는 맏이는 그대로 남고 둘째 아들을 양자로 보냈습니다.
먹을 것이 없고 자식은 많은 시골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시어머님께서도 둘째 아들을 양자로 주고 받은 재산으로 둘째 아들의 공부를 시키셨다고 합니다.
지금의 남편이 된 둘째 아들은 그 때 받은 양부모님의 재산으로 공부를 마칠 수 있었으니
당연 제사를 지내야 하는 것은 우리 부부의 몫이 되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한 동안은 둘째 며느리의 서글픈 살림 솜씨(?)를 눈치 채시고
"내가 죽으면 주꾸마" 하셨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 데
손주도 보고 아들도 보고 싶은 마음을 헤아렸을 때, 작은 이해를 하였습니다.
시아버님은 지병이 계셔서 결혼 후 얼마 있다가 돌아가시고
힘든 살림에 중이염 치료시기를 놓치신 어머님은 한쪽 귀가 멀으셔서 크게 글을 써야 했습니다.
눈으로 마음으로 많은 정을 표현하시는 나보다 40살 더 많으신 시어머님..
도시에서 자라 얼떨결에 어머님의 며느리가 되었지만
나는 어머니 모시고 목욕 모시고 가서 깨끗이 씻어드리고 맛난 거 사드리고 따뜻한 거 입혀드리고
마음으로 어머니를 열심히 모셨습니다.
어느 날, 남편의 첫번째 누님(왕고모님)께서 제게 물었습니다.
어머니를 어떻게 생각해?
저는 그냥 말했습니다.
"저의 할머니 같아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몇 년의 세월이 흘렸습니다.
그 때 어머님께서 부탁한 제사를 오늘 지냈습니다.
많은 종류를 하진 않지만 어머님께 배운 데로 지냈습니다.
꼬막꼬막 살아라고 꼬막 한 종지 올리고, 5가지 나물중에 고사리는 젤 굵은 토종으로,
탕국에는 여러가지 조개들 양껏 넣어 건데기만 따로도 올리고, 생선 3가지만
과일은 하동에서 많이 나는 딸기, 사과 ,배, 귤,감 5가지 올리고 맛난 술로
정성껏 제사를 지냈습니다.
내 남편의 시어른 제사입니다.
덕분에 명절에는 아들이 좋아하는 산적거리, 생선전, 맛난 과일이 풍성해서 가족간의 대화도 풍성합니다.
친정부모님의 살아계심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첫댓글 고사리 같은 조그만 손으로 정성다해 만들었을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마음과 정성이면 조상님의 감읍이
있을터 이렇게 예쁜며느리 밥상 받았을 조상님들도 기뻐하셨겠네요..참 예쁜마음입니다.흐뭇합니다^^*
클로버님 방가빵가~~~^-----^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늘 건강하셔요
웃음 기쁨 많은 올 한해 되셔요~!!!♥
그냥 성의껏 했습니다
친천부모님 올 해 75살 ,77살 이시네요
영원히 살아계실 것 같아 내 걱정 내생각만 하고 사는데
요즘은 구부정해지는 엄마 허리..손 뜨시는 친정아버지가 눈에 ,마음에 들어옵니다
살아 계실 때 잘 하라는 말도 귀에 들리네요~;;
그때그때 마음 표시 해야겠습니다
정성으로 지내는 제사.명절은 어쩌면 가족들이 만드는 예술품이지요.님의 정성과 노력에 감사와 갈채를 보냅니다.
응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셔요~♥
가족과 함께 하는 명절이 감사하고 기쁩니다
큰 아이가 내려와서 조잘조잘거리니 하루가 금방인듯 합니다
고맙습니다~
시크릿님은 크리스챤인 걸로 아는데 제사를 모신다니 마음이 참 예쁩니다. 조상을 잘 모시면 음덕이 따르니 복 많이 받으실 것입니다. ^^
무설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3년전 곤명 춘성골프장을 찾게되면서 한국에서 뵈었던 선교사님 계신곳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중국면세에서 샀던 보이차도 못 믿게 되면서 쳐다보지도 않았던 보이차들을 맛보면서 보이차에 대한 막연한 생각도 버리게 되었고 소수민족의 열악한 삶을 보면서 충격을 받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게 되었습니다.
그때 선교사님의 간절함에 진정성을 느끼고 한국에 들어오면서 집앞 수영로교회에 가게되었습니다.
작곡을 전공한 저는 신디로 또다른 학문을 익히게 되어 기쁨도 느끼면서 믿음이 주는 기쁨도 맛보고 있습니다
남을 돕는 일에 인색했는데 믿음이 이제는 마음의 안식처 같이 느껴집니다~^-^
무늬(?)만 맏며느리인 저는 하는게 없어 많이 부끄럽습니다..
신식(?)며느리..바쁜며느리들 이해하시는 울시어머님께서는 명절 장 혼자 봐 두시고 동서랑 저는 전날 가서 어머님이 장만해 놓으신 재료로 그저 굽고 튀기면 될뿐...
어린 나이에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음식 장만하며 도란도란 얘기하는 것이 즐겁기만 합니다...
울시댁이 큰댁이 아니라 비교적 가볍게(?) 명절을 지내는 터라 명절증후군은 저와는 거리가 멉니다...^^
이래저래 일복(?)과는 거리가 먼 저는 세상사가 그저 수월한 듯하여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시크릿님
절대 일 못하게 생기셨는데 맏이 노릇 척척해내시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ㅋㅋㅋ
절대 일 못하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실제 일 못합니다..ㅋ
남편과 같이 장보고 장만하는것도 해주고 고기굽기,부치기도 남편이..나는 탕이랑 나물,산적만 하면 끝입니다..ㅎ
넘 작나요???^-^
크던작던 같이 하면 쉽고 편하고 후딱하고..같이 놀고~^-^
무늬만 며느리입니다.;;
현명..현명...저도 그리살고 있습니다...ㅋㅋㅋ
이젠 울신랑이 저보다 잘합니다...ㅋㅋㅋ
며느리와 딸의 존재는 같은 입장이면서도 다른 위치인데, 그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시크릿님의 마음가짐이 아름다워 존경스럽습니다.
경헌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기쁨 가득한 하루하루되셔요~!!!
전혀아닙니다
명절에는 예뻐해주셨던 어머님 생각이 나서 괜스레 몇글자 적은겁니다.
귓가에 들리는 듯 한 어머님 말씀이 작은 정성이라도 쏟게됩니다.
마음으로 사랑 주시는게 느껴져 하동 시댁가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거봉감 젤 큰거 따서 자꾸 주시고 한개 먹을 때마다 좋아하시며 환하게 웃으셨던 모습..
작은 일상이 기쁨이었던 곳이었습니다
늘 건강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