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물건만 있을 때는 수납공간이 많았는데, 다빈이가 공부할 책들을 가져오는 바람에 침대 머리맡에 저 물건들이 놓이곤 한다. 수술을 하고 꼬박 24시간 이 지나니 조금씩 통증이 줄어들고 있다. 하여 수납장을 정리 좀 하려는데 낯익은 거즈 조각이 보인다. 저것은 내가 수술실에 들어가서 자꾸 눈물이 나니 간호사가 아예 내 왼손에 쥐어준 것이었다.
그들이 나를 수술대에 눕혀 오른팔을 한참 소독했고 마취는 부분마취라 오른쪽 목에 주사바늘을 꽂아 천천히 주입하였다. 그들은 내가 겁에 질려 우는 것 같으니 아예 재워드릴까요 하고 물어왔지만 나는 주치의에게 인사를 하고 잠들겠다 하였다. 그렇게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전하고 나는 잠들었다. 그리고 내 병실로 돌아올때는 잠이 약간 깬 상태였다.
그랬다면 수술을 시작하며 내 손에서 떨어질 수 있었을텐데 내 병실까지 저걸 쥐고왔단 말인가? 잠이 들면서 손도 느슨하게 열렸을텐데 저걸 계속 쥘 수가 있었을까.. 눈물을 닦고는 꼭 쥐고있던 그 안에 뇌수술했던 아빠생각, 수술도 못해보고 간 영도 생각. 우리 엄마도 26년 전에 팔이 부러져 한 달을 입원하시곤 무척 아팠을텐데 하며 콩꼬투리를 따고 있을 엄마생각. 그 거즈가 내 손에서 쥐어져 있으면 우리 가족들이 나를 응원할거라 믿으며 손에 쥐고 잠든 게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