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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고전문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그것이 갖는 보편적인 의의를 오늘의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의도로 이 책을 기획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하여 '죄와 벌의 관점에서 고전문학을 읽는다'라는 부제를 붙이고, 다양한 고전문학 작품을 대상으로 ‘징벌’의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고 하겠다. 실상 우리 고전소설의 전형적인 구조로 이해되는 '권선징악'이라는 주제 역시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한다'는 의미로, 죄를 지은 자는 벌을 받는 ‘징벌’을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고전소설 작품이 일률적으로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로 재단되어 논의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작품마다 지니는 형상화의 측면에서 다양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대상은 고려가요와 다양한 시가 작품들, 가사와 서사무가, 민담, 그리고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전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를 통해 저자의 관심은 고전문학 전반에 걸쳐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모두 5장으로 구성된 목차에서, '징벌의 문학적 형상화'라는 제목의 1장을 통해 저자는 '죄와 벌'이라는 관점에서 고전문학 작품을 읽어내는 자신의 관점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어지는 2장부터는 구체적인 작품을 소개하고 분석하면서, 각 작품에 형상화된 면모에 대해서 그 의미를 짚어내고 있다. 먼저 '죄인의 몸'이라는 제목의 2장에서는 <구운몽>과 <숙향전> 등의 고전소설, 김삿갓으로 잘 알려진 김병연의 한시 <삿갓을 읇음(?笠)>과 가사 <여자탄식가> 등 모두 4 작품을 통해서 등장인물 혹은 화자가 '죄인'의 처지에 서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주지하듯이 <구운몽>에서는 수도자로서 팔선녀에게 한눈을 팔았다는 이유로, 성진이 꿈속에서 양소유로 환생해서 화려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물론 그 결말이 꿈속의 상황은 ‘일장춘몽’일 뿐이며 끝내 수도자로서의 깨우침을 얻는다는 결론으로 귀결되고 있지만, 그것을 '죄인'의 처지와 연결시켜 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천상에서 죄를 얻었다고 설정된 <숙향전>의 숙향이나, '홍경래의 난'에 가담했다는 조부로 인해 방랑을 택하는 김병연(김삿갓), 그리고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탄식해야 하는 <여자탄식가>의 화자가 과연 '죄인의 몸'에 적합한 대상인지는 충분히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하겠다.
'벌 받는 나'라는 제목으로 제시된 <정과정>을 비롯한 6수의 고전 시가 작품들 역시 과연 그것이 '벌 받는' 형상으로서 얼마나 절실하게 다가오는가 하는 점에서도 이론의 여지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분류는 '벌 받을 사람들'(4장)이나 '용서는 어디로부터?"(5장)라는 항목들에서도 부분적으로 발견되는 문제로서, '징벌의 상상력'이라는 제목에 맞춰 지나치게 일반화하여 논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에 다소의 도움이 되었다고 하겠다. 전반적으로 ‘징벌’이라는 특정 주제에 맞춰 다양한 작품들을 묶어서 논하고 있는데, 오히려 그러한 기획이 문학 작품을 더욱 풍부하게 해석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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