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재봉의 우리말 바로 쓰기] 18. 외래어 오용: 일본어 잔재 및 악영향 (5)
1) 일본식 외래어 발음
앞에서 일본어를 우리말로 고치지 않고 그대로 쓰는 말을 4회에 걸쳐 살펴봤다. 이 가운데 일본인들은 발음하기 어려워도 우리는 더 정확하게 소리낼 수 있는데 일본식 영어.외래어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우리가 된소리(경음)로 받아들인 말을 정리해 소개한다.
첫째, 우리는 된소리 또는 강한 발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오래 전부터 버스(bus)를 ‘뻐스’로 바이바이(bye-bye)를 ‘빠이빠이’로, 요즘은 소주를 ‘쐬주’로 소리내듯 말이다. 특히 영어 ‘b’와 ‘p’가 들어있는 외래어를 일본을 통해 받아들이며 그런 경향이 더 커진 듯하다. 평음(ㅂ)이나 격음(ㅍ)을 경음(ㅃ)으로 바꿔 발음하는 것이다. back(백)을 ‘빽’ 또는 ‘빠꾸’로, bat(배트)를 ‘빠따’로, slipper(슬리퍼)를 ‘쓰레빠’로, pants(팬츠)를 ‘빤쓰’로, pump(펌프)를 ‘뽐뿌’로, paint(페인트)를 ‘뼁끼’로, paper(페이퍼)를 ‘뻬빠’로, puncture(펑크)를 ‘빵꾸’로 부르는 경우를 꼽을 수 있다.
둘째, 영어 ‘f’는 일본인들이나 한국인들이 제대로 발음하기 어렵다. 일본인들은 몹시 어려울지라도 우리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비슷하게 발음할 수 있다. 굳이 아랫입술을 깨물지 않는다면, 일본인들의 ‘ㅎ’ 보다 한국인들의 ‘ㅍ’이 ‘f’ 발음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도레미화’보다 ‘도레미파’가 더 좋고, father는 ‘화더’보다 ‘파더’가 영어 원음에 조금 더 가깝지 않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일본인들처럼 fry(프라이)를 ‘후라이’로, beef(비프)를 ‘비후’로, foil(포일)을 ‘호일’로, fluke(플루크.요행)를 ‘후로꾸’로 쓴다.
셋째, 영어 ‘l’과 ‘r’이 첫소리로 나오면 일본인들이든 한국인들이든 제대로 구별해서 발음하기 어렵다. lice(이)와 rice(쌀)이나 light(빛)과 right(바른)을 혼동해 발음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l’과 ‘r’이 단어 가운데 있으면 우리는 쉽게 구별해 발음할 수 있다. ‘l’은 ‘ㄹ’을 길게 또는 두 번 ‘r’은 짧게 또는 한 번 발음.표기하면 원음에 비슷해진다. 그럼에도 일본인들처럼 nylon(나일론)을 ‘나이롱’으로, salad(샐러드)를 ‘사라다’로, all right(올라잇)을 ‘오라이’로 발음.표기했다.
넷째, 일본인들도 영어 ‘t’ 또는 우리말 ‘ㅌ’ 소리를 낼 수 있다는데, 우리는 ‘t’로 시작되는 외래어를 받아들이면서 일본인들의 ‘ㅌ’ 발음이 약한 탓인지 ‘ㄷ’으로 받아들였다. truck(트럭)을 ‘도라꾸’로, tire(타이어)를 ‘다이야’로, transformer(변압기)를 ‘도란스’로 부르는 식이다.
다섯째, 일본어는 받침(종성) 체계를 잘 갖추지 못하거나 일본인들은 받침(종성)을 잘 소리내지 못하는 것 같다. ‘김치’를 ‘기무치’로 발음하듯 받침 있는 한 음절을 받침 없이 두 음절로 소리내듯 말이다. 우리는 받침을 붙여 한 음절로 제대로 발음할 수 있는데 일본인들 따라, vinyl(비닐)을 ‘비니루’로, tile(타일) ‘타이루’로, cream(크림)을 ‘구리무’로, drum(드럼)을 ‘도라무’로, milk(밀크)를 ‘미루꾸’로, cup(컵)을 ‘고뿌’로, back(백)을 ‘빠꾸’로, truck(트럭)을 ‘도라꾸’로 부른다.
2) 우리 말과 글에 스며든 일본어식 표현
일본어가 우리말에 끼친 악영향 가운데 우리가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번역할 때 일본어투를 쓴다. 특히 토씨(조사)에 많다.
지난 3월 “지식인의 외래어 중독”에 관해 쓴 글에서 밝혔듯, 내가 1990년대 후반 <한겨레>에 시사평론을 실으면 이수열이란 분이 내 글의 잘못을 지적해주었다. 주로 영어식 또는 일본어식 글투나 수동태 문장이었다. ‘(으)로부터’는 ‘에게서’로 고치라고 조언했다. 나는 일본어를 조금도 공부해보지 않았기에 ‘(으)로부터’가 왜 잘못됐는지 모르지만 될수록 ‘에게서’로 쓰려고 꽤 신경쓴다. ‘(으)로 인해’에서 ‘인해’는 불필요하다고 했다. “교통사고로 죽었다”라고 해도 충분한데 “교통사고로 인해 죽었다”라고 쓸 필요 없다는 것이다.
아마 늦어도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1970년대부터 ‘우리말글 바로쓰기’운동을 펼쳤던 이오덕 선생이 1989년 펴낸 『우리글 바로쓰기』 라는 책에서도 강조하는 대목이 있다. ‘에 있어서’, ‘에서의’, ‘(의)로의’, ‘(의)로서의’. ‘(의)로부터의’ 등이 모두 일본어에서 왔다며 병든 말이라는 것이다. ‘의하여’, ‘의해(서)’, ‘의하면’ 등도 일본어에서 왔다며, ‘의하여’나 ‘의해(서)’는 ‘으로’로 고쳐 쓰고, ‘의하면’은 ‘따르면’으로 고쳐 쓰라고 권한다.
이에 대한 반론이 국어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모양인데, 난 이런 말들이 우리말인지 일본어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말글 바로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거듭 느낀다.
1) 일본식 외래어 발음
앞에서 일본어를 우리말로 고치지 않고 그대로 쓰는 말을 4회에 걸쳐 살펴봤다. 이 가운데 일본인들은 발음하기 어려워도 우리는 더 정확하게 소리낼 수 있는데 일본식 영어.외래어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우리가 된소리(경음)로 받아들인 말을 정리해 소개한다.
첫째, 우리는 된소리 또는 강한 발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오래 전부터 버스(bus)를 ‘뻐스’로 바이바이(bye-bye)를 ‘빠이빠이’로, 요즘은 소주를 ‘쐬주’로 소리내듯 말이다. 특히 영어 ‘b’와 ‘p’가 들어있는 외래어를 일본을 통해 받아들이며 그런 경향이 더 커진 듯하다. 평음(ㅂ)이나 격음(ㅍ)을 경음(ㅃ)으로 바꿔 발음하는 것이다. back(백)을 ‘빽’ 또는 ‘빠꾸’로, bat(배트)를 ‘빠따’로, slipper(슬리퍼)를 ‘쓰레빠’로, pants(팬츠)를 ‘빤쓰’로, pump(펌프)를 ‘뽐뿌’로, paint(페인트)를 ‘뼁끼’로, paper(페이퍼)를 ‘뻬빠’로, puncture(펑크)를 ‘빵꾸’로 부르는 경우를 꼽을 수 있다.
둘째, 영어 ‘f’는 일본인들이나 한국인들이 제대로 발음하기 어렵다. 일본인들은 몹시 어려울지라도 우리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비슷하게 발음할 수 있다. 굳이 아랫입술을 깨물지 않는다면, 일본인들의 ‘ㅎ’ 보다 한국인들의 ‘ㅍ’이 ‘f’ 발음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도레미화’보다 ‘도레미파’가 더 좋고, father는 ‘화더’보다 ‘파더’가 영어 원음에 조금 더 가깝지 않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일본인들처럼 fry(프라이)를 ‘후라이’로, beef(비프)를 ‘비후’로, foil(포일)을 ‘호일’로, fluke(플루크.요행)를 ‘후로꾸’로 쓴다.
셋째, 영어 ‘l’과 ‘r’이 첫소리로 나오면 일본인들이든 한국인들이든 제대로 구별해서 발음하기 어렵다. lice(이)와 rice(쌀)이나 light(빛)과 right(바른)을 혼동해 발음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l’과 ‘r’이 단어 가운데 있으면 우리는 쉽게 구별해 발음할 수 있다. ‘l’은 ‘ㄹ’을 길게 또는 두 번 ‘r’은 짧게 또는 한 번 발음.표기하면 원음에 비슷해진다. 그럼에도 일본인들처럼 nylon(나일론)을 ‘나이롱’으로, salad(샐러드)를 ‘사라다’로, all right(올라잇)을 ‘오라이’로 발음.표기했다.
넷째, 일본인들도 영어 ‘t’ 또는 우리말 ‘ㅌ’ 소리를 낼 수 있다는데, 우리는 ‘t’로 시작되는 외래어를 받아들이면서 일본인들의 ‘ㅌ’ 발음이 약한 탓인지 ‘ㄷ’으로 받아들였다. truck(트럭)을 ‘도라꾸’로, tire(타이어)를 ‘다이야’로, transformer(변압기)를 ‘도란스’로 부르는 식이다.
다섯째, 일본어는 받침(종성) 체계를 잘 갖추지 못하거나 일본인들은 받침(종성)을 잘 소리내지 못하는 것 같다. ‘김치’를 ‘기무치’로 발음하듯 받침 있는 한 음절을 받침 없이 두 음절로 소리내듯 말이다. 우리는 받침을 붙여 한 음절로 제대로 발음할 수 있는데 일본인들 따라, vinyl(비닐)을 ‘비니루’로, tile(타일) ‘타이루’로, cream(크림)을 ‘구리무’로, drum(드럼)을 ‘도라무’로, milk(밀크)를 ‘미루꾸’로, cup(컵)을 ‘고뿌’로, back(백)을 ‘빠꾸’로, truck(트럭)을 ‘도라꾸’로 부른다.
2) 우리 말과 글에 스며든 일본어식 표현
일본어가 우리말에 끼친 악영향 가운데 우리가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번역할 때 일본어투를 쓴다. 특히 토씨(조사)에 많다.
지난 3월 “지식인의 외래어 중독”에 관해 쓴 글에서 밝혔듯, 내가 1990년대 후반 <한겨레>에 시사평론을 실으면 이수열이란 분이 내 글의 잘못을 지적해주었다. 주로 영어식 또는 일본어식 글투나 수동태 문장이었다. ‘(으)로부터’는 ‘에게서’로 고치라고 조언했다. 나는 일본어를 조금도 공부해보지 않았기에 ‘(으)로부터’가 왜 잘못됐는지 모르지만 될수록 ‘에게서’로 쓰려고 꽤 신경쓴다. ‘(으)로 인해’에서 ‘인해’는 불필요하다고 했다. “교통사고로 죽었다”라고 해도 충분한데 “교통사고로 인해 죽었다”라고 쓸 필요 없다는 것이다.
아마 늦어도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1970년대부터 ‘우리말글 바로쓰기’운동을 펼쳤던 이오덕 선생이 1989년 펴낸 『우리글 바로쓰기』 라는 책에서도 강조하는 대목이 있다. ‘에 있어서’, ‘에서의’, ‘(의)로의’, ‘(의)로서의’. ‘(의)로부터의’ 등이 모두 일본어에서 왔다며 병든 말이라는 것이다. ‘의하여’, ‘의해(서)’, ‘의하면’ 등도 일본어에서 왔다며, ‘의하여’나 ‘의해(서)’는 ‘으로’로 고쳐 쓰고, ‘의하면’은 ‘따르면’으로 고쳐 쓰라고 권한다.
이에 대한 반론이 국어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모양인데, 난 이런 말들이 우리말인지 일본어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말글 바로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거듭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