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내릴 때까지도
그는 내가 환자임을 잊었는가 보다.
그가 내 오른팔을 잡아끌자
나는 무섭게 비명을 질렀다.
며칠 전에 수술하고 나온
그 팔을,
손목이 너무 아파 무거운 깁스는
잠시 빼두고
압박붕대만 감아둔 그 팔을
그가 잡아 끌었던 것이다.
그게 누구든간에
내 오른팔을 건드리는 자체가
내겐 공포였고 아픔이었다.
그제서야 내가 병원신세를 지고 나온 환자였다는 걸 기억해낸 세영은
잔치국수를 먹으려던 계획을 바꿔
보쌈집으로 향했다.
"환자는 단백질을 먹어야 돼!"
그러더니 상추에 골고루 얹어 쌈을 싸서
연신 내 입에 넣어주었다.
세영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 사람이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난 수술하고 오늘이
첫 나들이인 셈이야.
운전을 못하니 어디 다닐수가 있어야지..매일 집에만 있었어.
그리구 고기도 처음 먹네..
나는 그가 싸주는 고기를 잘도
받아먹었다.
"많이 먹어..그래야 얼른 회복하지."
퇴근하고 와 배고픈 본인보다
환자인 나를 더 먹이는 그 상황에서
순간 감동이 훅 밀려들었다.
왜 그런거 있잖아..
의술의 힘, 기도의 힘, 그런 것처럼
사람의 말도 별 것 아닌 것이
정말 약이 되기도 하고
큰 힘이 되고 그러잖아?
나 이 만찬을 즐기고나면
정말 기적처럼 빨리 나을 것 같다.
당신이 그렇게 진심으로 바라며
먹이고 있으니까.
그 우정의 힘이 나를 낫게 할것 같애.
이국종같은 의사가 되고 싶댔지?
진정 사람을 살리는 그런 의사.
당신이 수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의사는 못되었어도
적어도 당신은 나를 살려놓은
훌륭한 의사야..
나는 분명 당신의 우정으로
잘 회복될 것을 믿거든.
오래 살다보니, 간혹 어떤 확신이 강하게 들곤 하는데
빨리 나을거란 이런 확신.
아..너무 좋아!
편의점 커피로 두시간을 채웠어도
할 얘기가 남아
우리는 휴일에 또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