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근본적인 하자는
끝까지 하자일 뿐이다.
깨진 도자기를 붙여 놓는다 해도
그건 못 쓸 도자기인 것.
그 여자의 조언이
뒷통수 한 대 맞은듯 여운이 남는다.
2..개밥 주는 일 외엔 마당밖으로 나가보질 않았더니
슬슬 나가보고 싶어졌다.
바다보다 카페로 가서 빵이나 사올까.
드라이브 하자고 고형을 부를까.
아.맞다..차에 기름부터 넣어야 하지..
어차피 나가보긴 해야겠구나.
3..점심으로 떡국을 준비하며 소노 아야코의 수필집을 읽기 시작했다.
'중년 이후'란 책인데
나는 아직 그 시기는 아니다만,
(어디부터가 중년인지는 제각각 생각하기 나름)
미리 읽어두는 것도 괜찮겠지? 싶어 펼쳤더니
그녀의 생각에 중년은
30대 중반부터 50대까지를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ㅡ..ㅡ
30대 중반이 무슨 ..
아직도 청년축에 속하겠구만.
이 책이 1900년대 초반의 것도 아닌데 ..아야코의 생각을 더 읽어봐야겠다.
4..
다이소에서의 쇼핑은 늘 즐겁다.
3층까지 혼자 오가며 내가 필요했던 것들을 찬찬히 골라 보았다.
차량용 주머니.목욕타올.분무기.
바늘.쪽가위.큼직한 수납함.
다용도분사기.섬유탈취제.수세미실...
혼자 느긋하게 둘러보는 재미도 있고 벗과 함께 이것이 좋네,
저것이 예쁘네 얘기나누며
시간 보내기도 좋은 곳.
다이소로의 동행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실컷 고르고 담아도
몇 만원 되지 않아 부담없이 고르라고 인심써도 되는 곳.
킬킬 웃으며
나는 과자 한 봉과 커피 여과지를 집었다.
5..
엄마와 간단히 저녁을 먹고 멍하니 티비를 보기에 허전했던 나는
수세미를 뜨기 시작했다.
두툼하고 내 손 크기에 맞아야
설거지가 짜증나지 않으므로
나는 모양내기는 생략하고
내가 쓰기 좋을 방향으로 떠 나갔다.
수도꼭지에 걸어둘 고리로 마무리 짓고 엄마에게 드리니 만져보시고는
아주 좋다고 하신다.
역시 뜨개질은 참 실용적이고
즐거운 작업이다..
6..너는 내가 몇 년 동안 지켜보며 느낀거지만 ...
처음이나 지금이나 참으로 늦다.
그것이 네가 가지고 있는
본성인지는 모르겠지만
매번 늦었고
그래서 놓치고 후회했었고
또 한참을 망설이고.
그렇게 세월만 흘리고 있었다는걸
너는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했구나.
늦음...또 느림.
아 그러고보니 너 고향이 충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