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치가 않다. 내가 당당했던 적이 없으니까. 그래도 술취한것 아닌가 하는 의혹은 너무한 것인가.문은 이미 닫혔다. 나는 문을 닫고서 돌아섰다. 혼자하는 소꼽놀이에 지치고 재미없어서 멈추고 말았는데, 이제와서 ? 아니, 늦었다고 생각하는 그 때가 가장 빠른때라는 말도 있긴하다. 그렇다고 이게 내 얘기가 될수는 없다. 나는, 그래, 어쩌면 며늘에 대한 기대가 없지는 않았을게다. 누구보다 허영심이 많은 사람이었으니, 며늘은 잠자고 있던 나의 허영심을 부추기는 대는 충분한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었을수도 있다. 십여년이 지나는 동안, 나는 기대와는 다른 실태에 실망만 한게 아니라, 아직 남아있던 자존심까지 문드러지는 혹독한 채념을 경험했다. 결국엔 문을 닫아걸고 돌아서는 선택을 할수밖에 없게되었다. 소꼽놀이, 혼자서는 못한다. 소꼽놀이 뿐이겠는가. 손벽도 혼자서 치는게 아니다. 호응이 있어야하고, 함께, 같이 놀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명절을 생일도, 제사도 다 접어버리는게 쉬운일은 아니다. 시대가 그렇다니까 내가 고집을 부릴수 없어서가 아니다. 그리 간단한 얘기가 아니다. 어쩌면 나는 내 명절의 시조가 되려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정말이지 황당한 시도였을가. 결국엔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서 문을 닫게 되었으니까. 다 지나간 얘긴가.며늘의 전화를 받고서는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당혹스럽기도 했고, 얘가 술취한것 아냐 하는 생각도 했다. 어쩌면 용기내어 진심을 얘기했는지도 모르겠다. 내 진의가 전달되기까지 이리 오래 걸린것인가. 그렇다면 내 잘못이겠지만 달리 할말은 없다. 상처를 받은것은 "나"이니까. 아닌가. "너"인가. 내가 손을 내민걸 알면서도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그럴수도 있었을게다. 혼자서 외로웠던 사람은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마련이다. 혼자서는 넘어지기 쉽지만 둘이서는 넘어지지 않는다고 하고, 세겹줄은 끊어지지 않는다잖아. 누가 몰라? 알아도 혼자가 더 좋은 사람이 분명 있다. 나 역시 혼자가 더 좋은 사람이다. 며늘은 남이다. 며늘을 내 안으로 들이려 했다면, 그럴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착각이다. 아니, 착각정도가 아니라 개벽할 일이고 경천동지할 일이다! 며늘은 남 중에서도 가장 멀리있는 남이다. 그걸 뼈속깊이 알고있는 중이니까. 어제는 딸과 점심을 먹고, 이것저것 선물을 받아왔다. 금 일봉도. 나는 어머니께 해드린게 너무없다. 끝까지 받기만 했다. 부끄럽고 민망하다. 정관장을 손주가 샀다고 한다. ㅎㅎㅎ. 좋다고, 기쁘다고 말하고 또 했지만, 과연 기쁘기만 했을까. 지지리도 못난 딸일수밖에 없는 내가 참 한심하고 또 한심하다. 마음을 풀고 다시 시작하면 안될까. 아니, 전화 한통에 되살아날만끔 가벼웠던 것인가. 와, 역시 내가, 내 탓이다. 나를 어떻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