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김하리
우연히 TV채널을 돌리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라는 제목이 좋아 시청하다
솔직하고, 사람냄새 나는 기안84, 김희민을 만나다
무소유도 소유하고 싶다고, 운동 시합하듯
웹툰 작업을 했다는 84년 생, 마흔 한 살.
자신의 삶을 기묘한 섬으로 표현하고 싶다 했나?
그래서 기안84를 닉네임으로 썼다 했던가?
어쨌거나 기안84는 날 것 자체였다
솔직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는 자체가 좋다
무대포 기질, 여리고 착한 마음이
빙어 속살 보듯 투명하게 다 보였다
여행 프로를 빠짐없이 시청한 이유는
기안84의 행동이 재미있어서 본 게 사실이다
함께 여행을 한 것처럼, 키득거리며 보면서.
기안84랑 나랑 전생에 이란성 쌍둥이인가?
할 정도로 동질감을 참 많이 느꼈다.
나 역시,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여행을 가면 늘
커리어는커녕, 입은 옷 포함해서 두, 세벌 옷과
필요한 칫솔, 샘플 화장품 등 배낭에 넣고
3일이든 7일이든 15일 여행을 다녀온다.
빨아서 채 마르지 않은 옷은 입고 말리고
드라이기가 있음 대충 말려서 입는다
옷이 똑같아서 장소가 바뀌어도 그 곳이 그 곳이라
사진 배경을 자세히 봐야만 딴 장소임을 알 수 있다
가위로 이발을 하는 모습을 보고 어찌나 웃었던지,
나 역시 양쪽으로 나누어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른다
어차피 묶을 거니까, 일 년에 두어 번 미용실을 가긴 한다.
오래 된 옷을 입는 이유에 대해서 기안84는
환경오염까지 생각했지만, 나는 그저 낯설지 않아서이다
오지에서 그 곳 사람들과 쉽게 동화되는 것도
나랑 너무 많이 비숫해서 참 신기했다
다른 나라 말을 못해도 단어 몇 개와 몸짓으로
다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옳다고 생각하면 밀어붙이는 무대포 기질도 그렇고
자유롭게 살면서 낯설음에서 금방 익숙해지고
둔탁한 말투, 잔머리 굴리지 않은 약지 않은 털털함.
가느다란 눈매, 표정에서 충분히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
만나지 않고도 좋아한 사람이 난생처음이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그림 선물하는 기안84.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시 쓰고, 그림을 그리지만
기안84를 더욱 닮고 싶다, 나이는 내가 훨씬 많지만.
2024.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