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0일
꿈꾸는 언덕님 마을에서 생애 처음한 일...
꽃동무인 꿈꾸는 언덕님이 작년 거창 가북이라는 산골로 들어갔다.
늘~~~수줍은 듯 살며시 웃는 얼굴과 말 건네는 품이 영락없이,
꿈꾸는 언덕에 앉아 풀꽃목걸이 만드는 소녀 같은 분이다.
작가인 꿈꾸는 언덕님의 글과 말에 묻어 난 가북은 자연과 사람이 오롯이 살아있는 그것도 더불어 살아있는 마을이었다.
그 마을에 오미자를 핑계로 거기에 거창 옆 동네인 산청이라는...이웃 마을 핑계로 찾아갔다.
지나가는 개도 잡아 일 시킬 가을날.
복장은 나름 일 할 차림(함께 간 언니는 몸빼바지에다 장화에 장갑에 나름 시골 아낙의 차림인데도 곱다.)이지만,
마음은 도시락 들고 산골로 소풍가는 기분이다.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숩다.
길가 코스모스는 막 피기 시작하여, 이 마을 새댁과 같이 수줍은 듯 살포시 고개 숙이고 바람에 일렁인다.
지나치는 산이 예사롭지 않고, 하늘과 산이 점점이 겹쳐 올 때 쯤,
온통 산으로 둘러 쌓여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끝 간 데...산비탈에 집 들이 자리 잡고 마을을 이루고 있다.
온통 산이다.
높은 산 정상 언저리는 이미 산빛이 가을을 품고 있다.
꿈꾸는 언덕님의 남편인 동진거사님과 함께 일하고 있는 오미자 밭이다.
말은 직접 따서 사는 것이지만, 해가 중천에 있는 점심때 쯤 도착해서,
거기에다 산비탈에 있는 오미자 밭을 알 리 없는 우리를 위해
일하다 마중 나온다고 일 손 멈추고.....
에구구!!! 이리저리 민폐다.
말은 민폐...라고 건넸지만, 눈과 몸은 이미 오미자 보고 흥분했다.
태어나서 처음 오미자 밭에 와서 주렁주렁 붉게 익어가는 오미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몸은 온통 붉은 빛이다.
해발 높은 곳에서 자라는 이곳 거창 오미자는
산비둘기의 노래소리와 밭 위쪽 잣나무에 잣 먹으러 오는 다람쥐 발자국 소리,
밭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
산골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
투명한 햇살이 들려주는 노랫소리로 익어가고 있다.
함께 일 하시는 어르신...
일도 제대로 못하고, 분잡한 도시 놈들 때문에 성가실텐데도,
새댁(?...ㅋㅋㅋㅋ우리 현실의 농촌에서는 우리가 새댁 중에서 애기새댁이다.)들이 왔다고 반겨주신다.
공기와 물이 좋은 곳에 한평생 사신 어르신들이라 그러한지
피부도 곱고 표정들은 또 어찌 저리 좋으신지...
팔순 중반을 넘어가는 이도 다 빠진 우리 친정엄마 같다.
팔순이 넘어도 텃밭 일 년 내내 일구시며 이작적 자식들에게 손 내밀기는 커녕,
성깔 거시기한 남편 뒷바라지하시면서 쌀, 콩, 옥수수, 고추, 깨, 시금치...철철이 수확하신다.
텃밭이라고 하기에는 넓은 밭을 일구시면서도 자식들에게 일 하러 오라하는 법 없이 다 해 놓으시고,
기다리다 기다리다 때 놓칠까봐 갖다 먹으라고 하신다.
그러나 제대로 살지도 못하면서 지 살기 바쁜 자식들....그것도 때 맞춰 가져가지 못하는 자식들에게 택배로 붙이고...
한평생 고생만 하셨지만, 땅 일구며 순리대로 사신 우리 엄마들의 얼굴은 순하고 환하게 곱다.^*^
광주리 하나씩 들고 오미자 따러 들어갔다.
바로 가져가서 담는 오미자는 발갛게 완전히 익은 오미자를,
택배로 보내는 것은 말랑해지기 전....익은 오미자를 따야 가는 중에 물러지지 않는단다.
우리보고 완전히 익은 오미자를 따라고 하는데, 내 눈에는 다 발갛게 익어 구분이 쉽지 않다.
그리고 하도 발갛게 익은 오미자라...이래도 저래도 다 맛있어 보인다.
동진 거사님이 딴 오미자 보고, 복습하는 중이다.^^
오미자 따기는 쭈그리고 앉아서 하는 일보다 그나마 수월하다.
ㅋㅋㅋ잠깐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동안 해 보고 하는 도시놈 소리이다.
생업으로 하는 어르신과 꿈꾸는 언덕님...꿈꾸는 언덕님은 일을 다분히 즐기면서 하는 분이라, 차원이 다르고...
그 어르신들께는 배부른 소리겠지만, 발갛게 익은 오미자 따는 기분은 끝내준다.
뭔가를 수확하는 기분....
우리의 DNA속에 흐르는 수확하는 행동에 대한 전율(?)이 살아난다.
서울 강남에서 살다가 지리산 산골로 들어온 지 1년이 되지 않는 동네 언니!!!
태어나서 처음 거창에 왔다고...
차타고 오는 내내 흥분하더니, 산골 오미자 밭에 들어 와서는 좋아 어쩔 줄 모른다.
"이런 좋은 산골은 처음이에요."
"우와! 내 처음 오미자 밭에 왔어요."
"오미자 처음 따 봐요. 오미자가 이렇게 열려요?"
"처음이다....태어나서 처음이다...."ㅋ
지금껏 살아오면서 해 보기는 커녕 구경조차 하지 못한 것이란다.
서울 촌놈 오늘 횡재했다.ㅋㅋㅋ
그러나 도시 한 복판에서 살다온 티를 내지 않는다.
경우도 바르고 자연친화적인 서울댁은 생긴 것은 서울댁 인데, 하는 폼새는 하나도 서울댁 같이 않다.
어르신들에게도 얼마나 곱고 싹싹하게 하는지....
"거창 가북 오미자에요."
미스...아니......아니다. 그냥 미스 오미자 해도 되것다.ㅋ
인사 하느라, 감탄 하느라, 사진까지...
이제 겨우 집중해서 따려고 하니,
"어이, 새댁들 밥 무로 온나!"
"예."
대답은 하는데, 오미자 찾느라 눈과 손은 바쁘다.
"어이..와!"
몇 번 더 부르시는 소리 듣고, 새참 먹으러 갔다.
된장찌개에 가북표 멸치고추조림, 돼지껍데기 볶음, 갈치조림....푸짐하다.
우리 도시락도 꺼내고,
방금 솥에서 한, 김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 들고 땅에 퍼질고 앉아 먹었다.
간이 짭짤하게 된 음식은 맛있다.
평소보다 많은 양의 밥을,
밥하고 일 하신 어르신의 수고에.... 맛있다고. 진짜 맛있다고....
언니랑 둘이서 추임새 넣어 가며 얼마나 정신없이 맛나게 먹었던지
오후에는 목도 마르고 배는 또 어찌나 부르던지...ㅋㅋㅋㅋ
먹은 그릇은 계곡에 씻었다.
세재 넣지 않고, 물로만 싹싹 씻었다.
고마리 핀 물가에 앉아 그릇 닦는 새댁 모습이 보기 좋다.
저 속에 사람이 함께해서 더 좋다.
직접 딴 오미자다.
밭에서 따 온 오미자를 일일이 손을 본 다음 이렇게 포장해서 택배로 나간다.
올해는 작년보다 오미자 값이 더 나가 사먹는 사람에게는 부담될 지 모르겠지만,
애써 농사 지으신 농부님의 노력에 힘을 보탤 수 있겠다 싶어 기분이 좋다.
오미자 한 시간도 채 못 딴 우리지만....ㅋ
경운기에 실고 집으로~~~
꿈꾸는 언덕님 집에서 가북 오미자 한 잔씩...아니, 두 잔씩 마시고,
이쁜 언니, 태어나서 처음 가보고, 처음 해 볼 사과 따러 갔다.
태풍으로 수해를 입은 과수원에 면에서 조사하러 나와 조사 끝나기를 기다렸다.
너럭바위에 앉아 풀어지는 오후 햇살 받으며 목 빠지게 기다렸다.
해거름의 순한 햇살이 사과나무에 부서진다.
아고!!! 이뿌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한 가득이다.
여기 사과는 가북 중에서 해발이 제일 높은 곳에서 자란다.
해발 700m???
꿈꾸는 언덕님에게 듣긴 들었는데...정확한 숫자는 모르겠고, 어쨌든 마을 제일 위에 위치한 사과밭이다.
산이 많고 높은 이곳에는 물도 많다.
이짝 저짝 온통 물소리다.
해발이 높아 한 여름에도 차가워 멱을 못 감는단다.
조사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사과 하나 따서 맛을 봤다.
아삭하면서 씹히는 살아 있는 맛이다.
맛도 당근 좋다.
이 사과밭의 사과는 사람만 먹는 것이 아니다.
말벌도 먹고, 나비도 먹고, 등애도 먹고....이름 모르는 무수한 벌레도 먹는다.
"전에 여기 왔더니, 정말 큰 산토끼가 사과를 먹더라고요.
산토끼는 내가 와도 아무렇지 않게 먹는데, 나는 어찌나 놀랬던지...."
깜짝 놀라며, 원래 큰 눈이 더 커졌을 꿈꾸는 언덕님 얼굴이 상상이 된다.
사과 먹는 산토끼와 놀래는 순한 산골아지메...우와!동화다.
드디어 사과 따기!!!
잘 익은 사과는 살짝 갖다 대기만 해도 톡 떨어진다.
난생 처음 해보는 사과 따기에 푹 빠져 있는 언니 모습이 보기 좋다.
햇살 좋고, 사과 좋고, 함께 한 이 좋고....
잘 익은 사과가 어찌나 탐스러웠던지,
아니면 내 속의 감춰진 욕심이 발동을 했는지,
따서 박스에 담고 보니, 양이 엄청났다.
집에서 받는 것보다 직접 따서 사면 더 많이 준다고 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을 만큼 많다.
과수원 주인아저씨께서 포장할 때, 어찌나 무안하던지....
무안해 하면서도 끝까지 덜어내지 않고, 가져왔다는.ㅎㅎㅎ
한살림 모임에 가서 이 날 사과 꺼내면서 이 이야기 했다가, 눈치 없고,
농부님들 애써서 지은 농산물에 욕심내는 개념 없는 아지메로 따가운 눈총과 잔소리를 들었다는....ㅠ
농부님! 욕심내서 죄송합니다.^^
농부님의 손길과 자연이 기른 맛있는 사과와 오미자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꿈꾸는 언덕님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 가보고, 처음 해 본...
첫 경험을 해 봤다. ^*^
첫댓글 우와, 선생님 고마워요. 정성껏 써 주시고 올려주신 사진! 그날의 정서를 그대로 담아놓으셨네요.
글과 풍경들을 맛깔나게
그날의 좋은 시간들을 눈에 선하게 전해주시는군요.^^
오미자랑 사과가 너무 곱고
거기다 사람들까지 가을열매들을 닮아 그대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렸네요.
또 한 편의 가을동화, 즐거이 보았습니다.^^
'고마리'라는 들풀은
친구들이 제게 지어준 야생화 이름이기도 해서 무척 반갑기도 했고요~~
사과밭은 해발 900미터에 있답니다.
저희집이 해발 650미터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