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 -수석교사제
요즘 TV에서는 달인에 대한 소개가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공부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자신과 주변 환경의 어려움을 딛고 공부의 비법을 찾아낸 전국의 우수 학생들을 발굴하여 그들이 최고 수준에 오르기까지의 고된 노력의 과정을 소개하고, 그들이 터득했던 공부의 비법도 알려줌으로써 다른 학생들에게 실질적이고 응용이 가능한 공부 방법을 나눠주고, 학습 의욕을 고취시켜주는 내용을 만납니다.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수십 년간 한 분야에 종사하며 부단한 열정과 노력으로 달인의 경지에 이르게 된 사람들을 만납니다. 비록 소박한 일이지만 평생을 통해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노력과 끈기를 통해 이뤄낸 보통 사람을 뛰어넘는 놀라운 모습을 소개해 줄 때마다 감탄과 존경이 나오고, 부러운 마음을 느끼며, 나의 하는 일에 대해 돌아보면서 큰 자극을 받습니다. 경력 11년의 김미선(41)달인은 하루 10000번의 젓가락질은 기본이요, 크고 작고 두껍고 얇고 아무리 부서지기 쉬운 전이라도 다 뒤집으며, 떨어지는 전까지 젓가락으로 낚아채는 놀라운 기술을 보여줍니다. 경기도 인근의 24시간 북적이는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면 돈가스를 순식간에 8조각으로 자르는 이용욱과 임세훈 달인들과, 면발의 물기를 한 번에 깔끔하게 제거하는 우동코너의 우호군 달인, 밥 하나 잡았다하면 초스피드로 충무김밥을 만드는 조용옥 달인, 그리고 가볍게 캔을 던지면 골인시키는 노병문 달인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맛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도 있고, 이름은 조금 달라도 역시 최고의 달인이나 인간 승리자를 소개하는 다른 프로그램도 많이 있습니다.
교직에도 이와 유사한 제도가 생겼는데 ‘수석교사제’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교과지도나 수업 전문성이 뛰어난 교사를 수석교사로 선발해 수업 전문성을 후배 등 다른 교사와 공유하도록 하는 체제로서 선임 교사가 관리직(교장, 교감)이 되지 않고도 정년까지 수업, 장학, 신규 교사 지도를 맡을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교사들이 행정관리직인 교장으로 승진하고자 과도하게 경쟁하는 풍토가 완화되고 교직 사회에 수업 잘하는 교사가 우대받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를 기대하면서 도입한 것인데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제대로 준비가 안 되면 역시 탁상 행정의 하나로 끝나지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이전에도 ‘장인’이라는 이름으로 수업을 잘 하는 교사들을 선발하여서 연수를 시키고,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을 모이도록 하여서 시범 수업을 하도록 한 것이 기억납니다. 그런데 연수를 가서 보니까 일부 공립학교의 선생님들은 수업을 잘 하지 못하지만 점수를 받기 위하여 그 제도를 이용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정으로 움직이는 우리 사회에서 수석교사제 역시 나이가 많은 교사들에게 편히 쉬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예의상의 조치’로 끝난다면 처음에 의도한 좋은 목적은 결코 달성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달인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여러 가지로 짚어보아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이 중요하고 귀하지만 자라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일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교사들에게서는 생활의 달인들이 보여주는 책임감이나 근면성이나 창의성이 오히려 더 적게 보이는 일이 많다고 여겨집니다. 자기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여서 가르치는 수업만 아니라 생활에서도 학생들에게 본이 되고 소위 ‘role model'이 되어야 하는데, 안정된 신분 때문에 그런지 안주하는 모습을 보이는 일이 많고, 교사 본연의 임무 외에 지나치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일도 많이 보입니다. 요즘에는 컴퓨터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자기는 컴퓨터를 잘 못하니까 담임도 못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교사가 있습니다. 자기의 건강 관리나 심지어는 재테크에 지나칠 정도로 많은 시간과 마음을 쏟는 분들도 보입니다. 학생들과 상담을 하거나 생활 지도를 하는 일은 말썽이 생길 수 있다고 해서 거의 관심을 쏟지 않는 분들이 날마다 늘어갑니다. 사회는 엄청난 속도로 바뀌고 있으며, 앞으로 그런 사회에서 적응하고 살아가야 할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교사들의 책임은 너무나 큰데 왜 이렇게 나쁜 쪽으로 바뀌고 있는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모든 사람이 달인의 경지에 오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에 무엇이 있는지는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성실한 자세, 그리고 자기가 속한 사회나 직장을 위하는 마음과 일반 사회인을 위하는 마음은 누구라도 기꺼이 배워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달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짧지 않은 시간을 교단에서 가르쳤지만 도대체 나의 모습은 왜 이 정도인지 부끄럽기만 합니다. 하루하루 퇴보라도 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고 몸부림을 해야 하겠습니다. 학생들은 비록 앞에서는 내놓고 말하지 않을지라도 돌아서면 우리 교사들의 어떠함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래서 교사들이 ‘교원평가제’를 필사적으로 거부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 당당히 평가를 받고, 잘 한다고 박수를 받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졸업을 한 저들을 다시 만날 때에 선생님 덕분에 이렇게 되었다고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교사로서 살아온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2011.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