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23일 목포 9도
오메, 덥지라 뜨겁소야
먼 일이끄나잉
요로케도 뉜도 안와불고 더와불믄 우짠당가
바람나 집 나간 마누라 찾아다니다
죽음을 만난 장씨
그 장씨 어머니의 슬픈 언어에서
처음으로 '고년'에 대한
원망이 담기지 않은 말이 나왔다
엄니
으짠당가요 좋제라
이리 따솨분께 맴도 녹는 것 같소야
흔적만 남은 그녀의 눈이
반원을 그린다
요망한 날씨다
그러나 무섭지 않다
그 간질러진 햇살이
손주 셋만 남긴 아들의 죽음을, 고년의 무정함을
잠시나마 잊게 했으니
잎 지다
뜨거운 여름 갈아
초록으로 빚은 나뭇잎들
서럽게 서럽게 불 타오르다
핏기없는 바람 일렁일 적에
짧은 경련과 함께
숨 놓는다
시월
숨 쉴 적마다 차오르던 열기로 두려웠던
나의 사랑은
그런 짧은 경련도 없이
숨 멎었다
한 시절엔 보드라웠고
한 시절엔 향기로웠으며
또 한 시절엔 건강한 푸른 피로 세상을 다 안을 수도 있었던
그 날들을
물기 없는 바람 한 줄에 위태로이 걸고
마지막 춤을 추며
무녀의 칼춤에 혼을 놓듯
겁 없이 죽음으로 향하는
나뭇잎
너와 나의 사랑도
목마른 바람의 의식
그런
마지막이 있어야 했다
김영미
2023년 지필문학 등단
목포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