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가을볕은
뽀뿌링 호청같이 깔깔하지.
가을볕은 차
젊은 나이에 혼자된 재종숙모 같지.
허전하고 한가하지.
빈 들 너머
버스는 달려가고 물방개처럼
추수 끝난 나락 대궁을 나는 뽁뽁 눌러 밟았네.
피는 먼지구름 위로
하늘빛은
고요
돌이킬 수 없었네
아무도 오지 않던 가을날.
<김사인의 ‘가을날’ 전문>
가을의 한가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뽀뿌링’은 두꺼운 씨실과 가닥이 많은 날실로 짜낸 튼튼한 직물인 포플린(poplin)을 가리킨다. 아마도 포플린으로 이불의 호청을 만들면 쾌적해서 예전에는 많이 사용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시인은 ‘가을볕’을 깔깔한 느낌이 나는 ‘뽀뿌링 호청’으로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 가을볕이 차가운 느낌으로 다가와, 마치 ‘젊은 나이에 혼자된 재종숙모 같’다고 덧붙이고 있다. 그래서 ‘허전하고 한가하’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시인의 시선은 이제 ‘빈 들 너머’ 달리는 버스로 이동하고, 마침 가을걷이를 끝낸 주변의 논을 걸으며 ‘나락 대궁을 나는 뽁뽁 눌러 밟’아보기도 한다. 하늘을 바라보니 ‘먼지구름 위로 / 하늘빛은 /고요’하기만 하다. 그렇게 ‘아무도 오지않던 가을날’을 보내면서, 이 시간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홀로 맞는 가을날의 고즈넉한 풍경이 그대로 그려질 듯하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