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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인 의미로 보자면 ‘행정’이란 법 아래에서 국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행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일컫는다. 흔히 입법과 사법과 함께 병칭되면서, 일반적으로 극가 기관에서 행하는 정책을 집행하는 사무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행정의 적극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개념으로서 ‘통치’라는 표현이 사용되는데, 이 책에는 행정학 전공자들이 근대적 의미의 ‘통치성’의 의미와 그 다양한 양상들을 학술적으로 조명하여 연구한 내용들을 수록하고 있다. ‘근대는 주체적인 개인들을 토대로 한 국민국가의 형성과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의 확산을 통해 자유주의적 통치성을 확립’했음을 전제로 하면서, 행정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주의적 통치성’의 개념은 물론 그 장단점과 한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조망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서문을 포함해서 각각의 세부 항목을 집필한 9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정책적 차원에서 근대적 통치성’에 대해 밀도 있게 분석한 결과물이라고 이해된다. 책의 서문에서 연구자들의 이론적 기반은 미셀푸코의 ‘자유주의적 통치성 개념’과 칼 폴라니의 ‘사회적 경제론과 구성주의’를 비롯한 다양한 학설을 원용했음을 밝히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부각되고 있는 ‘주민자치’의 문제에 대해, 푸코의 이론에 기대 그 의미를 탐구한 결과물이 ‘주민자치에 대한 이해와 오해’라는 제목의 첫 번째 항목에 배치되어 있다. 이와 함께 ‘제정 투명성 및 조세윤리 제고 정책과 통치성’이라는 두 번째 항목에서, 국가의 재정과 예산 운용의 원칙과 의미를 탐구한 내용이 이어진다. 최근 정치권에서 주요한 정책적 화두로 제기되고 있는 ‘기본소득의 통치성’이라는 세 번째 항목의 글은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접했던 내용이라고 하겠다. 이상의 글들은 대체로 미셀 푸코의 ‘통치성’의 개념이 기대어 분석한 결과물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칼 폴라니의 공동체와 국가, 그리고 사회적 경제’라는 제목의 네 번째 항목의 글 역시 최근의 행정 사례를 소개하면서 논의를 펼쳐나가고 있다. 중앙 정부가 행정의 주체로 인식되었던 상황에서,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이제 자치단체와 시민사회의 자유로운 공동체들이 이끌어가는 사회적 경제의 의미를 이론적인 측면에서 고찰하고 있다. 또한 ‘구성주의적 시각을 통한 평화 통일 교육의 새로운 접근’이라는 글은 최근 적대적 관계로 회귀하고 있는 현 정권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 성찰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이해된다. 이밖에도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 규제의 통치성과 위헌심사의 역설’이라는 주제는 그들을 역차별하는 정책으로 인식될 수 있음을 환기시키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극소한 차이로 인해 당선과 낙선이 엇갈렸던 지난 대선 결과를 분석한 ‘선거 이슈와 유권자 선택의 다층성’이라는 항목은 대중들의 투표 성향과 그 결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라고 이해된다. 아울러 최근 인공지능(AI)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데, ‘인공지능(AI)은 통치 수단일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마지막 항목은 그에 대한 정치적 활용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고 하겠다. 인공지능의 의미와 활용에 대해 다양한 견해들이 제출되어 있지만, 결국 그것의 활용은 인간의 의도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효율성 못지않게 윤리성의 측면에서 정밀한 검토가 필요한 분야라고 여겨진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이 전반적으로 이론적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어 읽기에 쉽지 않았지만, 행정 혹은 통치성의 개념을 통해 이처럼 다양한 주제들이 포괄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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