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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시가문학에 대한 연구는 주로 시조와 가사를 중심으로 주변부 작품들을 망라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최근 그동안 연구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과 갈래들을 주목한 연구 성과가 제출되고 있어, 문학사의 시야를 넓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 다뤄지고 있는 연구 분야는 저자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조선 전기와 후기를 구분하고, 다시 애국 계몽기의 다양한 작품과 갈래들을 포섭하여 다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그동안 문학사의 공백으로 남겨져 있던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고 여겨진다.
‘조선 전기 시가의 양상’을 다룬 1부에서는 다시 ‘시가의 형식적 변모’와 ‘경기체가와 악장’을 중심으로 연구 주제가 분류되고 있다. 조선 건국을 주도하였던 이들에 의해 창작된 악장과 경기체가는 그 당위성을 날리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훈민정음이 창제된 이래 처음으로 창작된 <용비어천가>는 중국의 역대 사적과 태조의 4대조로부터 태종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육룡(六龍)’의 행적을 한글로 형상화한 장편 서사시에 해당한다. 그 내용이 조선 건국의 당위성과 해당 인물에 대한 칭송에 그치고 있어, 지금도 ‘00어천가’는 아부의 비유적 의미로 사용되는 실정이다. 분명 그러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글의 쓰임새와 문체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작품은 중요한 문화적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밖에도 경기체가와 악장을 비롯하여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실록 등 각종 기록을 통해 ‘조선 전기 시가의 이면’을 탐구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잘 나타나고 있다.
‘조선 후기와 근대 전환기 시가의 변모’라는 제목의 2부에서는, 크게 조선 후기의 시가와 근대 전환기의 시가로 구분하여 연구 성과가 제출되어 있다. 18세기 후반 강력한 왕권을 구축하고자 했던 영조의 국문시가에 대한 관심을 가사 <권선지로가>와 이를 근거로 창작한 <권선지로행>과 연결시켜 논한 성과는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와 함께 조선 후기 궁중 악장의 개편 시도와 고전시가의 ‘어부 모티프’ 그리고 시조에 나타난 ‘전주의 형상화’에 대한 연구 성과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시조와 가사에 대한 연구 성과도 있지만, 이 책에서 다뤄지고 있는 주제는 그동안 국문학 연구사에서 비주류로 인식되었던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한 성과를 통해서 동시대 혹은 전후 시기 문학사의 흐름과 연결시켜 바라보는 관점이 덧붙여진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시대에서 근대로의 전환기에 해당하는 시기의 문학적 성과는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의 주변부에 해당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이 시기를 ‘애국 계몽기’ 혹은 ‘근대 전환기’라고 할 수 있을 터인데, 저자의 관심은 이 시기에 간행되었던 신문 <대한민보>에 게재되었던 시조들을 매체의 성격과 작가층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문학자 김태준의 저작을 통해서 ‘고려가요’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기도 하고,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문학 인식을 점검하는 작업도 수록되어 있다. 영국 황실의 즉위식에 사신으로 갔던 이종웅이 남긴 가사 <서유견문록>은 유렵을 직접 확인했던 대한제국 관리의 시각을 엿볼 수 잇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시조와 가사 등 주류적 갈래에 관심을 기울였던 나로서는 이 책을 통해서, 문학사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하고 싶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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