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비밀, 지오프리 코넬리우스 외, 유기천 역, 문학동네, 1999.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자연현상을 관측하여 그 원리와 방향을 예측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태풍이 다가오거나 많은 비와 눈이 올 것이라는 예보도 가능하게 되었고, 때로는 인공적으로 자연 현상을 제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자연현상의 원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과거에는 그로 인해 사람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현상이 발생하면, 그것을 ‘하늘의 뜻’ 혹은 ‘신의 뜻’이라 여기곤 했다. 그러한 가운데 특히 별과 천체의 운행이 인간과 사회에 큰 영향을 준다고 믿는 점성술이 자연을 이해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간주되었다.
예컨대 매번 비슷하게 반복되는 천체의 모습에 뭔가 다른 점이 나타난다면, 그것이 인간과 사회의 운명을 예견한다고 해석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리하여 갑작스럽게 일식과 월식 등의 현상이 나타나면 뭔가 불길한 일을 예고한다든지, 유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누군가의 죽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하였던 것이다. 16세기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보편적인 원리로 받아들여지면서, 별과 천체를 보고 인간과 사회의 운명을 점치는 점성술의 영향은 급격하게 쇠퇴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태어난 별자리를 통해 그 사람의 성격과 운명을 예견한다든지, 특정한 별에 대한 강한 믿음을 견지하는 등의 점성술의 잔향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하겠다.
대체로 그리스 신화의 구조나 등장인물들은 별자리 혹은 자연 현상을 상징하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하늘의 신비를 푸는 시각적 열쇠’라는 부제를 지닌 이 책은 서양의 천문학에 대한 역사와 의미를 풀어내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하여 서양에서 전래되었던 다양한 신화와 별자리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우주의 질서에 입각하여 인간의 처지를 정의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다고 논하고 있다. 밤하늘의 별들의 움직임을 통해 ‘우주를 도식화해서 표현하려는 강렬한 욕구’를 지적하고, 그 의미를 당대의 문화적 관념에 입각하여 상징적으로 풀어내는 내용이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먼저 ‘하늘의 과학’이라는 제목으로 지구와 태양 그리고 달, 떠돌이별과 붙박이별의 의미와 태양이 움직이는 지구 궤도를 뜻하는 황도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실상 이러한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별자리와 연관된 천체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웅대한 구상’이라는 항목에서는 과거 점성술의 토대가 되었던 관념을 설명하고, 다양한 문화에서 점성술이 어떻게 이해되었는가를 ‘상응의 원리’라는 제목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해와 달, 떠돌이별’에서는 태양계의 천체들에 대해서 소개하고, 밤하늘에 보이는 다양한 ‘별자리들’의 위치와 의미 그리고 그것들이 신화나 점성술에서 어떻게 해석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지막 장에서는 점성술의 토대 위에서 천체의 움직임을 해석하려는 지구상의 다양한 ‘신성한 유적들’을 제시하면서, 그러한 유적들이 어떤 천체 현상을 관측하려고 했는지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미 거대한 천체 망원경으로 천체의 다양한 현상들을 관측할 수 있는 21세기에 점성술의 의미는 더 이상 크게 각광받지 못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별과 달을 보면서 소망을 빌어보는 등 밤하늘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낭만적인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별자리나 천체의 움직임이 과학적인 해석의 대상임은 분명하지만,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낭만적인 대상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