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 중국사, 황인우 외, 까치, 1997.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나의 정답을 제출할 수는 없겠지만,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곧 ‘역사관’에 의해 같은 현상을 달리 해석되기도 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현존하는 사료에 대해서 귀납법을 광범위하게 이용하여 고도로 압축’하여 다루는 역사관을 ‘거시역사’라고 정의하고 있다. 물론 그 대상은 중국사이며, 저자는 역사 서술에서 ‘한 세기나 한 왕조를 두루 섭렵’하는 귀납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제한다. 저자의 이러한 역사 서술 방식은 <중국과학기술사>를 저술한 조지프 니덤의 영향을 받았으며, 그 결과 이 책의 체제와 목차를 완성하여 그 내용을 채울 수 있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책 역시 중국의 역사를 시대순으로 다루고 있지만, 각각의 시대가 지닌 사건을 종합하여 그것의 인과관계를 저자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그리하여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었던 각각의 역사적 사건들이 저자의 관점에서 하나의 줄기를 이루어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 역시 중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역사관 가운데 하나라고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여타의 역사서와는 다르게,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 고대 문명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던 ‘서안과 황토시대’의 특징을 서술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신화시대와 역사시대에 걸쳐 잇는 ‘하 은(상) 주’ 삼대의 역사가 펼쳐졌던 곳으로, ‘11개 왕조의 서울이었던 서안’이야말로 ‘중국 역사의 시발점’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어지는 항목도 공자에 이어 ‘아성(亞聖)’이라 지칭되는 맹자에 초점을 맞추어, 춘추전국시대와 진나라로 통일되는 과정의 역사를 ‘아성과 진시황’이라는 제목으로 서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역사에서 최초의 퉁일국가였던 진나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계속해서 ‘토양과 풍향과 강우량’과 ‘병마용의 배후’ 그리고 ‘최초의 통일제국 : 규범의 확립’이라는 항목들을 두어 그 의미를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관점은 이후 당나라와 명나라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하겠다. 특히 근대 이후의 역사에 적지 않은 비중을 두고 있다고 파악되는데, ‘1800년 : 반성과 전망의 기점’이라는 항목을 통해서 19세기로부터 시작되는 중국 근대사의 문제를 저자의 관점에서 조망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부각된 20세기 후반 이후의 역사를 주목하면서, ‘현대 중국과 세계에서의 그 위치’는 물론 이제는 중국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전개될 수밖에 없는 ‘대만, 홍콩 마카오’의 문제도 마지막 항목을 통해서 나름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기존의 중국사와는 다른 체제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귀납적인 방법으로 역사의 합리성을 강조하는 그의 인식만큼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졌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