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례 감독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영화 중의 한편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김태리(혜원 역)와 류준열(제하 역) 등 적절한 캐스팅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한 몫을 했다고 하겠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감성을 자아내고 있다는 것도 감독의 역량으로 인해 가능했다고 생각되었다.
무엇보다 원작에서는 엄마의 가출 동기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고, 고향에 돌아온 이유도 그리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대학 졸업 후 임용시험을 실패와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한 휴식을 그 동기로 설정하고 있다.
주인공인 혜원이 잠시 머무르고자 생각하고 돌아왔지만, 결국 '아주 심기'를 통해 고향에 정착하는 과정에 잘 그려지고 있다.
특히 어릴 적부터 친구엿던 혜원과 제하, 그리고 은숙(진기주 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우정과 사랑에 대한 잔잔한 감정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혜원이 4살 때 찾은 아빠의 고향에서 정착하며 생활하던 엄마(문소리 분)가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떠나는 것은 결국 딸의 고향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단지 엄마가 고향이 아닌 곳에 머물러 있었던 것은 딸의 안식처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였던 것이다.
만화 원작과 유사하게 다양한 음식 조리법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영화는 음식보다는 혜원이라는 인물의 성장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처음에는 엄마의 가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던 혜원도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여겨졌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임순례 감독의 또다른 영화 <세 친구>가 머리속에 떠올랐다.
고등학교 졸업 무렵의 친구 셋의 성장기를 다룬 <세 친구>와 달리, 이 영화는 20대 후반 친구들의 성장기를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스토리와 더불어 주변의 풍경을 담아낸 영상도 매우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영화였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