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잠깐 잠들엇던 게 화근이라 새벽 일찌감치 잠깨서 모자를 뜨고 있었다. 뜨개질에는 오디오북이 찰떡궁합이기에 책읽는 자작나무를 틀어놨는데 이른봄 깊은밤에 그 정취를 적은 시인이나 거위털같은 눈을 맞으며 매화를 찾던 시인의 얘기들이 들려왔다. 봄밤의 느낌이야 말해 뭣할까.. 차갑지만 차가움만 있는 게 아니다. 은근히 배어있는 봄의 기운이 있어 무척 촉촉하고 포근하다.
그런 조용함속에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니 저 옥림리쪽이나 선악골쪽에 누가 아픈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시간 이런 촌에서는 어떤 구급차도 소리를 내며 움직이진 않는다.. 빨리 비키라고 소리낼 만큼의 차가 없으니 왠만하면 구급차는 소리없이 다닌다. 아빠가 쓰러지던 새벽에도 소리없이 왔었다. 하여 나는 습관처럼 저 아픈 누군가가 어서 보호받기를 기도하였다. 그런데 사이렌 소리가 꿈결처럼 계속 이어지는 느낌이다. 구급차라면 벌써 읍으로 들어갔을테고 소리가 사라졌어야 하는데 이건 내게 어떤 횐청이 들리는가 싶어 창문을 열었다.. 북한에서 쏘아대는 대남방송에서 사이렌 소리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