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심사장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을 했다. “충남 쪽입니다.” “일수 사업을 더 벌이려고?” “이번 길은 사업이 아닙니다. 비 따라 홍성으로 가는 거지요.” “비를 따라 가다니?” 동문서답처럼 점점 더 알 수 없는 소리만 하고 있었다. “홍성에 가면 뒤쪽으로 뒤로 흐르는 시내가 있습니다.” “그 먼 곳까지 물 구경 가는 게야?” “아니지요. 돌을 찾아갑니다.” “돌이라면?” “홍수가지면 돌이 밀려나오지요.” “무슨 말이오?” “수석 말입니다. 홍성 쪽에서 나는 수석이 모양도 특이하고 오석이라 돌질이 아주 좋습니다.” “예끼, 여보쇼, 물난리 나면 집이 떠내려가는데 당신은 돌 건지러 간다 그 말이오?” 참 알 수 없는 사람이다. 홍수 대비하느라고 걱정이 태산인 곳에 돌 건지러 간다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 “세분한테 신세를 너무 많이 졌습니다. 진작부터 신세 갚음으로 무얼 선물할까 했는데 적당한 것이 없어서 망설였거든요.” “우리에게?” “언제 보아도 변함없는 수석만한 선물이 없습니다. 제 취미기도 하고 돈도 들지 않는데 신세까지 갚을 수 있으면 일 석 삼조가 되는 셈이지요.” 듣고 보니 갸륵한 생각이다. 아무리 낯이 두꺼워도 알 것은 알고 있구나 하고 생각을 하니 그동안 돼지 귀때기 몇 점 먹는 걸 눈치까지 한 것이 오히려 미안하기조차 했다. “점심이나 먹고 떠나쇼.” 마음 약한 최 사장이 감동을 해서 그동안 미운 생각 다 버리고 심사장 팔을 끌었다. “고맙습니다.” 순대 국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하고 심사장은 떠났다. 심사장이 없으니 화투판도 열리지 않았다. 아주 귀찮은 사람인줄 알고 구박을 했었는데 막상 자리를 비우고 나니 뭔가 좀 허전하다는 생각과 함께 재미가 반감되고 말았다. “오늘은 빈대가 없으니 우리 중앙로에 나가서 맥주라도 한 컵 할까?” “좋지.” 세 사람은 모처럼 비싼 술로 정신이 몽롱하게 취했다. 그리고 또 서로 술값을 내겠다고 몸싸움을 했다. 그 날 밤 최 사장은 심사장의 꿈을 꾸었다. 돌을 배낭 속에 가득 담아 짊어지고 낑낑대는 모습이 너무 무거워 보여 낄낄대다가 잠에서 깼다. #8 다음날은 심사장이 예견한대로 큰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뭔가 선경 지명이 있는 사람이라고 서로 쳐다보면서 웃었다. 그리고 각자 받을 수석 선물을 생각하면서 이번에 돌아오면 아예 화투판 심판으로 정식 임명을 해주어야겠다고 합의를 했다. 비는 끝일 줄 모르고 계속 내렸다. 충청도 어딘가는 큰 물난리가 났다고 뉴스에 나왔다. 삼일만 있다가 돌아온다던 심사장이 소식이 없다. 아마 큰물에 갇혀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물에 떠내려 온 좋은 수석을 너무 많이 주워서 돌아오는 길이 더뎌지나 했다. 은근히 자신들 몫의 수석이 궁금하다고 웃기도 했다. 또 소식이 없이 이틀이 지나갔다. 세 사람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안 보이는 것이 좋을 듯싶은데 엉뚱하게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족이 있어 안달을 하는 것도 아니어서 장마가 끝나기 전에는 돌아오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하고 말았다. 비가 그쳤다. 장마가 지나간 것이다. 심사장이 떠난 것이 열흘이나 지났다. 아직도 소식이 없는 것이다. 어찌된 것일까? 정확하게 간 곳을 모르니 연락을 해볼 길도 없다. 가족이 없으니 세 사람 말고는 걱정하고 기다릴 사람도 없다. “무소식이 희소식 아닐까? 제 살 구멍은 귀신처럼 찾는 인간 아니던가?” “하긴 그래, 무슨 일 있으면 연락이 오겠지.” “심사장 없으니 화투판이 재미가 없다.” “이러다가 자린고비 선물 놓치는 거 아냐?” “글쎄 말이야. 가보로 보관하려 했는데.”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까지 심사장 종적이 없고 보니 시장의 일수 돈 쓴 사람들이 더 조바심을 냈다.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나서 밀린 돈 한꺼번에 내놓으라고 할 것 아니냐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거기다가 일수 돈을 써야 할 사람들은 더 난리를 쳤다. 시장바닥에 깔아 놓은 일수 돈까지 수금을 하지 않고 있는 걸 보면 사단이 나도 크게 난 모양이다. 실종 신고라도 해야 할 것 아니냐고 의견이 분분하다가 갑자기 고 지점장이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간첩 아니냐?” “맞다.” 듣고 보니 어김없는 간첩이다. 가족도 없다. 고향이 어딘지 나이가 몇인지도 모른다. 더구나 지금까지 그가 한 행적을 보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수석은 핑계였을 것이다. 비가 오는 동안에 사람 눈을 피해서 접선을 하러 간 것이 분명하다. 아니 북으로 넘어갔다 오려다가 뭐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 간첩과 반년이나 함께 생활한 사람들이다. 변명을 하기는커녕 빠져나갈 길이 없다. 그러고 보니 누가 나서서 실종 신고를 할 처지도 아니다. 생각해 보니 보통 큰일이 아니다. 불안에 떨고 있을 때 확인이라도 해주듯 홍성 경찰서에서 최 사장을 찾는 전화가 왔다. #9 마침 모여서 있던 세 사람은 올 것이 왔다고 겁이 나서 주저앉고 말았다. 최 사장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에서 메마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홍성 경찰서 박 경장입니다.” “무, 무슨 일로?” “성우실업에 최일호 사장 맞습니까?” “그, 그런데요.” “거기가 어디입니까?” “예?” “그러니까 지역이 어디냐 그 말입니다.” “구, 군산인데요.” “혹시 심태준씨를 압니까?” “그러니까 그것이.....” “아십니까?” “네....알기는 합니다만.....” “다행입니다. 혹시 가족에게 연락이 됩니까?” “그러니까 그것이.....” “오셔서 이야기해야 하겠습니다.” “네?” “홍성 경찰서로 나오십시오.” “무슨 일입니까?” “오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말 죽을 맛이다. 이대로 도망칠 수도 없는 일이다. “같이 가자.” 최 사장이 김 소장에게 말했다. “변호사라도 사야 하는 것 아니냐?” “간첩죄는 변호사도 필요 없어.” “뭐가 좀 이상하다.” 지점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 또 뭐냐?” 심사장이 우리를 다 불었다면 벌써 잡으러 왔겠지 우리보고 홍성까지 오라고 하겠냐?“ “그래 맞다. “일단 가보자.” 최 사장 혼자만 오라고 했지만 세 사람은 함께 장항선 기차를 탔다. 홍성까지 가는 동안 기 차속에서 세 사람은 엉뚱한 일에 휘말렸다는 불안감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다. 긴장한 탓에 세 사람은 그렇게 좋아하는 소주 한 병도 사먹지 못하고 빈속에 점심때가 훨씬 지난 다음에야 홍성에 도착을 했다. 몹시 시장했지만 점심을 먹을 정신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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