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山下晩晴 비 개인 저녁 산을 내려오며
崔曙(唐) 최서(당)
寥寥遠天靜 아득히 먼 하늘 고요도 하이
溪路何空濛 시냇길은 또 왜 이리 몽롱하던가
斜光照疎雨 저녁의 비낀 햇살 성근 빗발 비추어
秋氣生白虹 가을날 하아얀 무지개 선다
雲盡山色暝 구름 걷힌 산에는 저녁 어스름
蕭條西北風 서북에서 불어오는 쓸쓸한 바람
故林歸宿處 하루를 묵으려 옛 숲에 드니
一葉下梧桐 떨어져 내리는 오동잎 하나
며칠째 자분자분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여름비가 그대로 가을비로 바뀌었습니다. 참 신기합니다. 어떻게 그 잠 못 들게 하던 여름이 하루 이틀 사이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지! 빗속에 하얗게 핀 옥잠화는 이어지는 비에 꽃대가 살짝 기울었습니다. 그 기울기가 꼭 계절의 기울기 같습니다. 아직도 기세 좋게 하늘 하나를 가릴 만큼 커다란 잎을 허공으로 피워올리며 비를 맞고 있는 파초가 오늘은 어쩐지 오스스 소름이 돋는 추위를 느낄 것 같습니다. 9월이, 가을이 왔습니다.
가을 소리는 나그네가 가장 먼저 듣는답니다. 올 가을에는 나의 귀가 나그네의 귀 이기를!
<직지사 박물관장 흥선스님>
첫댓글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이 오기가 이대도록 어렵습니다. 며칠 째 내리는 비에 지난 여름의 잡다한 일들이 깨끗하게 물러가고 새로운 계절이 되었습니다. 이 가을에는 더 깊고 더 맑은 영혼으로 금강회가 다시 태어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