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축산업계, 소리없는 ‘방역 전쟁’
아프리카 돼지열병, 조류독감 등 악성 가축전염병 뉴스가 축산농가의 가슴을 졸이는 일이 잦아지면서 전염병이 돌지 않는 일상의 시간에도 소리없는 방역전쟁이 진행중이다.
강원도는 지난 20~22일 3일간 철새도래지 9개소, 사료제조업체 2개소, 가축분뇨·비료제조업체 16개소, 식용란선별포장업체 3개소 등 30개소를 대상으로 방역실태 일제 점검을 실시했다. 겨울 철새 도래 시기가 다가오고 야생조류 분변에서 조류독감 항원이 전국적으로 지속검출 되는 등 조류독감 발생위험성이 증가하고 최근 기온이 낮아짐에 따라 소독시설의 동파 및 효과 감소를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축산업을 겸하는 농가는 대부분 소독 및 방역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점검사항은 소독시설 정상운영, 기록부(소독, 출입) 작성 여부, 출입 차량·출입자 소독 시행 여부 등 7가지 항목이었다.
점검결과 위반시설에는 관련 규정에 의거 시설개선 명령,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이 내려지고 방역위반 사항에 대한 지속관리를 통해 방역의식 고취를 유도한다. 소독·방역시설 설치·보완을 원하는 업체에는 시설설치 비용을 도에서 지원한다.
또, 도는 가금농가 출입 축산차량은 철새도래지 출입과 인근 도로이용을 자제하고 농장 방문마다 3단계 소독(업체-거점-농장)을 철저히 이행, 도내 고병원성 조류독감 발생방지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매년 겨울은 연례행사처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시기라 도 방역 당국은 이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방역활동 점검 사업을 벌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축산업계 농민들의 불만과 애로사항 또한 꾸준히 제기돼 온 것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과 농가의 불편한 관계가 연출되는 대표적 상황은, 축사 소독기 등의 소독시설을 추가해야 해서 사유지 공간이 줄어들거나 추가 토지 구매가 불가피한 상황이 빚어질 때이다.
법에 정해진 규정에 따라 시설 점검을 하는 공무원과 법 기준 적용 대상인 농민들 사이에 생기는 ‘인지부조화’는 담당공무원들로서도 힘들고 안타까운 상황을 연출한다. 도 동물방역과 안재안 사무관은 “기준이 되는 법안이라는 것은 항상 보편타당성에 의해 만들어져왔고 축산업계라고 물론 예외는 아니다”며 “법안을 다시 설명할 때 모든 농민의 입맛에 맞춘 법안을 제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안사무관은 “점검자와 피점검자 모두 얼굴 붉히고 싶지 않지만 서로 이해가 상충되기 때문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얼마나 고생하며 키워온 가축인지 알기에 도가 소독시설 구입비 지원도 서슴지 않지만 사유지를 줄이거나 토지확장을 위한 매입 등을 설득해야 할 때는 굉장히 힘든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가축 전염병 발생 소식이 없는 겨울 초입에 축산농가 방역 현장에서는 방역 당국 공무원과 농민, 업계 관계자 등 사이에서 소리없는 전쟁이 진행중이다.
최익준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