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엄청 오거나
오늘처럼 눈이 오는 날이면
스카이라이프의 신호미약을 이유로 TV가 안나온다.
아침부터 화면이 어째 이상하다 느꼈는데
역시나 티브이가 먹통이 되었다.
차량운행도 힘들고
집에 갇혀있어야 하는 오늘같은 날
TV도 못보게 되다니..
다빈이는 이게 다 총량의 법칙에 따른 거라며 한숨을 쉬었다.
TV 먹통이 왜 총량의 법칙과 연관있느냐 물었더니
그동안 할머니가
너무 열심히 TV를 보셨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TV를 보는 양이 정해져 있는데 할머니가 다 써버리셔서
더이상 남은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하긴 계엄령 선포하던 새벽부터
윤씨가 어떤 모습으로 숲속의 집을 나오나 기다리던 오늘까지
엄마와 나는 다른 프로그램은 틀어보지도 않고 JTBC나 YTN, MBC 의 뉴스를 지켜보았다.
엄마, 공수처에서 영장들고 출발했대.
눈만 뜨면 뉴스부터 읽던 나는
3일 새벽 6시반에 공수처의 출발을 읽자마자
TV를 켜고 엄마를 깨웠다.
엄마는 한숨 더 자볼까 하고
누워있던 상태였는데
그 역사적인 순간이 궁금하여
큰 화면으로 봐야겠다고
거실로 나오실 정도였다.
그랬던 엄마였으니
하루종일 뉴스를 틀어놓고
내란수괴가 언제 잡혀가나
지켜보셨고
나는 수시로 인터넷뉴스를 펼쳤다.
그러니 다빈이가 말한대로라면
우리는 TV 보는 시간을
뉴스로 다 써버린 셈이다.
옥상에 올라 눈을 치우는데
강둑 위 철조망에 앉은
까치는 신나게 까각거렸다.
너는 무슨 좋은일이라도 있느냐며
넌지시 물았다.
새해들어 내린 함박눈으로
연하장 그림에서나 보던
멋진 풍경이 만들어졌으나
즐거움도 모르겠다.
정치나 경제, 그밖에 사회적인 어떤 이슈도 그닥 눈길이 가지 않는,
그래서 뉴스도 별다른 것 없어
하루에 두 번이나 방송할까 싶게
조용한 날들이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