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에 가림막을 좀 치우고 싶은데, 여전히 영하의 날씨다. 더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하긴 얼마 안남긴 했다. 2월도 중순을 지나는 중이고 곧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입춘이 지난지는 언제더라? 눈속에 파아란 새싹이 돋고 있으니 봄이 오고 있는것은 사실이다. 봄이 왔다 싶으면 어느세 또 봄은 지나간다. 이렇게 봄을 기다려 본적이 있던가. 오면 오나 가면 가나 하고 살아온게 나였다. 아니, 오거나 말거나 였던 것 아니었나 싶다. 봄을 기다리는것은 단지 취위가 싫어서 일수도 있다. 가스요금 때문에? ㅎㅎㅎ. 그럴수도 있다. 간밤 꿈에, 양할머니를 뵜다. 정작 꿈 내용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잠시 깨었을때는 분명 기억했는데, 지금은 하나도 모르겠다. 얼마전에도 두분 할머니와 어머니를 뵈었는데,,, 정말 이제는 갈때가 되고있나. 주님 부르시면 한달음에 달려가려 했는데, 망서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뭐라도 미련이 남는게 있어선가. 아쉬운게 있는 것인가. 사실 다다. 안심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내가 도움이 될수있는게 있는것도 아니다. 아이들 공부를, 혹은 가정의 행복을, 하다못해 경제적인 유익을 주지도 못한다. 아니, 어서어서 가주는게 그나마 보탬이 될거라는 생각이다. 내 진심이 이럴진데, 아쉬운게 있을리 없다. 몇일후면 남편 기일이다. 혼자서 굴비나 구워 먹고말지 싶은데, 딸에게 의사를 물었더니 마침 주일이기도 하니 아빠한테나 다녀오면 어떠냔다. 거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걸 보면 치매 초기가 의심스럽다. 남편이 있는곳엘 다녀온지도 아주 오래전이다. 가다가 멀미를 하는 바람에, 그걸 핑개로 멈췄는데, 어쩌면 마지막 삼아 한번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남편에 대해, 정말이지 이해하는 부분이 전혀 없다. 사랑은 고사하고서도 기본적인 책임감이나 인간으로서의 성실함도 찾기 어려웠으니까. 어쩌면 내 기대치가 너무 높았을까. 무지로부터 시작한것은 다 같다. 누가 처음부터 뭘 알고 시작했겠는가. 결혼이, 가정을 이루고 남편이나 아내가 된다는게 이처럼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누가 용기있게 시작이란 것을 했겠는가. 다들 무지에서 부터 시작해서, 시행착오를 거처가며 더듬어 알아가고 찾아가는게 행복이고 보람이 아니겠는가 싶다. 실패는 실패로 끝났고, 이해나 용서는 그 다음 문제다. 아닌가. 이해나 용서가 더는 필요 없을수도 있다. 쌍방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그리고 이미 지난일인데, 거기 억매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일수 있다. 회한 또한 미련일수 있으니까. 용서가 안돼는 것도 이래서가 아닐련지 모르겠다. 남편은 내게 유일한 남자였다. 가령 손을 잡거나 몸을 맞대어본 유일한 남자, 그 유일함이 썩은 채소 한줄기였다면 얼마나 허망한 일이겠는가. 그렇다면 나는 싱싱한 채소였을까. 그렇다고 장담할수 있을까. 용서가 터무니 없다고 길길이 뛸만끔 나는 당당한가 하고 묻는 다면 그도 아니지 않는가. 허접 쓰레기 속에서 꿈틀거리는 냄새나는 벌래에 지나지 않으면서 누구더러 썩은 채소라고 비난한단 말인지, 앞뒤가 맞지않는다. 하나님 아버지, 영 기분이 않좋습니다. 일상 모든게 즐거운 것과는 거리가 멀고요. 그러나 끝마무리만은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도와주십시요. 유종의 미를 거두고 즐겁게 거리낌 없이 훌훌 날아서 주님께 가고싶읍니다. 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