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200만원에 ‘동남아 이모님’?…외국인 가사도우미 ‘뜨거운 감자’
지난해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78을 기록하며 또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2016년부터 합계출산율이 7년째 연속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 전 세계 ‘꼴찌’ 출산국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저출생 대책 중 하나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18일 정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정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 계획안을 상반기까지 완성할 계획입니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동남아 국가 등 외국인 가사도우미 약 100명을 고용하겠다는 것으로 세계 최악의 저출산국으로서 내놓은 절박한 정책 중 하나입니다.
정부는 건설업과 농축산업 등 비전문 업종의 일시 취업을 허용하는 E-9 비자에 가사근로자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현재는 내국인 또는 중국 동포에 한해서만 가사도우미 채용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동남아 등 다른 국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정부가 고민 중인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정책은 싱가포르나 홍콩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이 국가들은 출산에 따른 여성의 경력 단절을 줄인다는 취지로 1970년대부터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허용했습니다. 이 국가들은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겐 최저임금도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내국인보다 훨씬 낮은 월급으로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려면 월 200~300만 원이 드는데 싱가포르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월 38~76만 원 수준”이라며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왔습니다.
● 한국인보다 30%가량 저렴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부도 맞벌이 부부의 돌봄 부담을 완화하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한국은 싱가포르, 홍콩과 달리 일단은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할 계획인데, 올해 최저임금인 시급 9620원을 적용하면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기준 약 200만 원(주휴수당 포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국내 가사도우미와 비교하면 약 30% 정도 저렴한 수준입니다. 서울에서 자녀 두 명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 유모 씨(35)는 “우리나라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려면 월 300만 원을 넘게 줘야 하는데, 도입된다면 관심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들어오더라도 수요가 크지 않을 거란 반론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매달 200만 원씩 주고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는 가정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경제적 형편이 넉넉한 가정이라면 돈을 더 주더라도 말과 문화가 같은 한국인을 가사도우미로 선호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각에선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을 최저임금보다 낮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습니다. 한국 노동법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걸 금지하고 있습니다. 올 3월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5년간 최저임금 적용을 예외로 하자는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인종 차별 등의 논란이 일자 일부 의원이 이탈하면서 법안이 철회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법안이 다시 발의돼 현재 국회 계류 중이지만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 “아이 낳을 환경부터 만들어야” 지적도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근본적인 저출산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긴 노동시간과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환경, 불평등한 가사노동 등을 개선하는 대신 돌봄 노동을 외국인에게 전가하는 제도라는 이유입니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아이를 낳고 싶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기업과 국가의 책임은 뒤로한 채 시장을 통해 해결하는 편리한 방법만 내세우고 있다”며 “외국인 여성을 도구적 관점으로만 생각한 정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내 노동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낮은 가격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도입되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한국인 가사도우미는 다른 직종으로 이직할 가능성이 높은데, 나중에 이 공백을 외국인 가사도우미로 다 채울 수 있겠냐는 지적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구 전문가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우리보다 인구가 적기 때문에 외국인 가사도우미로 돌봄 수요를 충족할 수 있었다”면서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도입할 경우 오히려 수급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일단 정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본격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과정에서 한국 실정에 맞는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정책 전문가들은 선한 의도가 항상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읍니다. 효과보다 부작용이 큰 정책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사지원기자 4g1@donga.com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498198?cds=news_media_pc
"동남아 가사도우미 월 200? 말도 안 통하는데 너무 비싸" 맘카페 '와글’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도입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이를 실제로 이용하게 될 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나온다.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은 특히 '월 200만원'의 비용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맘카페에서는 "말도 안 통하는데 내국인이랑 최저시급을 똑같이 가져간다는 게 이해 안된다. 이 금액이면 하원 도우미 쓰는 게 나을 것 같다", "월급이 너무 비싸다. 이 가격이면 조선족 아줌마가 낫다. 말도 음식도 안 맞는 동남아인을 뭘 믿고 쓸까", "월 200이면 상당히 큰돈인데 오히려 시터 시장의 평균 급여를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말 안 통하는 외국인이 이 정도 받는데 한국인은 더 받아야지'라는 논리로" 등 최저임금 적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에 반가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입주 도우미 월급 300만~400만이 기본이다. 맞벌이 부부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정책이다", "조선족 시터들이 담합해서 돈 올라가는 건 덜할 것 같다. 견제책으로 굿이라 생각한다", "무리한 시세 올리기를 막는 해결 방법이다. 단계적 도입은 정말 찬성한다" 등 부모들의 기대감도 이어지고 있다.
syk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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