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진 맥진인가. 아무리 둘러봐도 힘이 나질 않는다. 힘을 낼 구석이 없긴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예전에는 혹시나 하는 헛된 기대감이라도 있었던가. 판타지가 방패막인듯도 했으니 잘도 숨었던 것인가. 이젠 그런 모든것들이 다 나를 지치게 하고 있다. 움직이는 것은 고사하고, 숨을 돌이켤 여유마저 없게된 지금은 당장 두손들고 적앞에 나가고 싶다. 황복 말이다. 그럼데, 내 황복을 받아줄 상대가 없으니 어떻한다? 애초에 게임같은것은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냥 살았다. 살아보니 살아지더라는 말이 참 아프다. 아프게 들린다. 아픈사람 입에서 나오는 말인것을 알기에 그렇다. 결국엔 이도저도 싫다는 감정에 도달한 것인가보다. 끝자락인데, 끝자락에 다 왔다는 생각인데, 여전히 끝이 아니어서, 그만 털고 일어나고 싶은것이다. " 나, 그만할래, 그만 집에 갈래". 털고 일어나고만 싶은데, 누가 말리는 것도 아닌데, 왜 일어나질 못하고 있는것인지 모르겠다. 아니, 싫으면 싫다고, 도중에 파토를 내고 일어나 집에 갈수있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어떤 사람일까. 나는 왜 그렇게 못하는 것일까. 그냥 한숨 쉬는 것으로 대신하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짜증이 머리꼭지까지 차오는다. 우진인 무사히 귀가했다. 누가 더 사랑하고, 혹은 누굴 더 사랑하겠냐는 유치한 질문 수준이 아니다. 나야말로 정신병자다. 아무리 밉다 밉다한들 엄마 발뒷굼치나 따라가겠나 싶다. 다행인다. 암, 다행이고 말고.
신앙얘긴들 진전이 있겠는가. 설교의 홍수시대에 살고있다. 성경공부도 끝도없다. 들으면 들을수록 애매모호 해지기도 한다. 결국엔 듣고싶은 말만 듣게되는것 아닌가 싶다. 아니, 하나님까지도 창조해 내고 있지않는가. 그러기에 같은 하나님이면서 서로다른 하나님이 실존하고 있는 상황이 생겨난 것 아니겠는가. 자기 우상화를 넘어서 자시 숭배 사상까지 번지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남 얘기가 아니다. 작던 크던, 잘났거나 못났거나, 가진자나 못가진 자나, 그 가능성은 얼마던지 있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나는, 교만할만한 사람이 교만한거야 못봐줄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적어도자신이 비천한줄 아는 사람들에게는 교만이 자리잡을 틈은 없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다. 앞가름도 못해서 허둥대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어쩌면 달리 채울게 없어서 일수도 있다. 자기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뭔가 반듯이 필요했을테니까. 그렇게 이해해주면 좋겠다. 정말이지 이해받고 싶어서 그런다. 허영심도 그렇다. 턱없이 기운 운동장에서, 처음부터 불가능한 경주였다. 어쩌면 이 허영심마저 없었다면 지탱하기가 불가능 했을수도 있다. 그러니, 자기우상이나 자기숭배가 꼭 자격있는 사람들의 전용물은 아니라는 얘기다. 어쩌면 나 마저도 내 우상을 만들어서 치장해놓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 하나님 숭배만으로는 부족해서 자기자신마저 숭배하는 외로운 인생들을, 주님은 참아주시고 불쌍히 여겨주시니 참 감사할 뿐이다. 오늘 하루가 감하한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진정으로 원한 하루가 아닐지라도, 선물로 주셨으니 감사한게 맞다. 정말, 진정으로 이 하루를 원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다. 버겁고 힘든 하루하루다
오늘은 남편 기일이다. 지난해 까지는 형식적이긴 했지만, 딸과함께 음식을 만들어서 점심을 먹었다. 격식을 가춘 제사는 없었지만, 나름 이날을 잊지않고 기억하고 지내온 샘인가. 올해부터는 그마저도 멈추었다. 딸을 부르지 않았고, 따라서 음식도 만들지 않고, 혼자서, 어느날이나 마찬가지로 밥을 먹었다. 생선을 굽긴 했으니 생선 비린네는 풍긴것인가. 다 변했는데, 변하는게 당연하다. 그리고 25년씩이나 기억해주었으면 된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나는, 그나마 누가 기억해주지? 아들은 자기 가족 살피기에도 바쁘고, 딸도 마찬가지다. 해준것도 없는 엄마가 뭐그리 좋아서 기억하고 싶겠는가. 또, 잊혀지는게 당연한것 아닌가. 소멸이 좋다는 생각이면서 정작 잊혀지기는 싫은가. 이것도 헛된 욕심이다. 지금 세상은 옛날보다 더 강팍해지고 메말라서 누군가를 기억해주는게 만만치가 않다. 나 역시 누굴 기억하고 말고도 없지않는가. 어쩌면 그리운게 없는게 더 좋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