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온다 —‘헤세의 그림들 展’을 보고 - 이주남

[시조미학]

초록 온다

—‘헤세의 그림들 展’을 보고

이주남

‘보리죽을 떠먹든 맛있는 빵을 먹든

누더기를 걸치든 보석을 칭칭 감든’*

목숨이 붙어있는 한은

좋은 세상 살만해.

  젊은 날 읽은 소설 ‘싯다르타’ 그림전, 원본을 와서 보니 정말로 반

갑구나. 아름다운 문체와 섬세한 묘사로 온 세상 사랑받아 빛나는 헤

르만 헤세. 20세기 초반의 독일을 대표하는 진짜배기 소설가에 사랑

받는 시인이다. 신학자 가문에서 태어나 열세 살 때, 전통 따라 라틴

어 학교에 가 입학하고, 이듬해 마울브론 신학교 문고릴 잡자마자 개

성에 눈을 뜨며 시인 꿈을 꾸게 됐다. 꿈꾸길 사작하자 신학교 그만

두고, 책 읽기 좋은 환경 서점 점원 되었다가 공장에도 나가보고 이

곳저곳 전전하며 시 쓰고 글을 읽는 문학 수업 골고루 했다. ‘싯다르

타’ 읽으면 바쥬데바 사공과 새끼 뱃사공 하던 일 아직도 기억난다.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가 릴케 눈에 들어 그때부터 돋보이기 시작

했단 이 말 있어, 헤세에겐 아주아주 빛나는 일이 됐다.

  동서양 음악에다 문학까지 통틀어도 세계의 최고 지성 찬탄받을 ‘유

리알 유희’, ‘데미안’ 그만큼은 감명받지 못했어도, 수채화 ‘눈 덮인 계

곡’ ‘티치오 루가노 호수’… 여기서 갓 태어난 샘물 초록물빛 하늘이다.

*헤르만 헤세의 ‘행복해진다는 것(Romantische Lieder)’ 시의 일부.

이주남 198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