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안에 만나 만둣국 한그릇 먹으며 민이 얘기하길
이제 봄도 오게 되면
푸릇해지고 바빠질테니
휠씬 사는 맛이 날거야.
화단정리 하느라 바쁘겠네.
막상 본인은 화분밖에 없어
그것만 정리하면 되지만
나는 화단도 가꾸고
그 많은 과실수 가지치기도 해야하고
밭에 둑 만들어 모종도 심어야하니
나는 엄청 힘들구만..
생동감으로 웃어보기 전에
피로감으로 병나겠을 일이다.
그러나 막상 책상밑에 고이 모셔둔
씨앗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이 많은 것들을 다 어디에 심을까
그 생각만으로도 시름이 사라지고 있었다.
수레국화도 제법 많았고
작년엔 새로운 작물씨앗도 몇가지 사두었다.
작년봄에 심었던 봄꽃 알뿌리에서는 올해도 피어날거고
올해도 양귀비는 많이 키울 것이다.
생각같아선 베란다 앞쪽의 작은밭을 다 꽃밭으로 하고싶건만
그곳에선 토마토, 오이,가지,고추,
등을 심어야 하니
여름날 먹거리를 위해서는
양보해야 한다.
씨앗뭉치를 보니
민의 말이 맞다는 걸 알았다.
나는 역시 이런 곳에서 살아야 했구나..
봄에 씨앗뿌리고
여름내내 물주며 풀매서 가꿔주고
가을에 씨앗 받아두고
땅이 쉬는 겨울엔
그제서야 나도 쉬는 거.
그렇게 또 1년을 살아내는 것이
내게 여울리고 나를 살게하는
일이라는 거.
지난 몇 년간 지켜보며
그는 나의 습성, 취미를 봐왔기에
무엇이 나를 웃게 하는지
잘 알고 있던 것이다.
나무 하나 보낼테니 자리 한 곳 비워두라고 또 당부한다.
천도복숭아를 꼭 심어야겠단다.
그리되면 우리집은 복숭아만 네그루다 ..
지금 있는 것만 해도 복숭아3,체리,사과,살구. 배.대추 2,
매실, 무화과,앵두.보리수. 꾸지뽕. 포도...내가 심은 이 나무들에 약 주기도 얼마나 힘든데
복숭아를 또 심으라고?
장미, 백목련.자목련.제니목련도
올해는 꽃을 피울것같고
미니단호박, 가지고추, 파프리카,
중국참외, 새로운 종자의 토마토,
유홍초.백일홍 .키작은 맨드라미.
금화규도 씨앗을 받아 두었다.
흠...땅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