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다244895 판결 구상금 (마) 상고기각
【사건명】
숙박계약 중 원인불명 화재로 손해 발생 시 증명책임의 분배가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숙박업자가 고객과 객실에 관한 숙박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숙박기간에 객실 등 숙박시설에 대한 숙박업자의 지배가 지속되는지 여부(적극)
2. 고객이 숙박계약에 따라 객실을 사용․수익하던 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로 발생한 손해가 숙박업자의 부담으로 귀속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판결요지】
1. 임대차 목적물이 화재 등으로 인하여 소멸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에, 임차인은 이행불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고, 그 화재 등의 구체적인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한 때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38182 판결,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임대차 종료 당시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 상태는 아니지만 반환된 임차 건물이 화재로 인하여 훼손되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6984 판결 등 참조).
2. 가. 숙박업자가 고객과 체결하는 숙박계약은 숙박업자가 고객에게 객실을 제공하여 이를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고객은 숙박업자에게 그 사용에 따른 대가를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는 점에서 임대차계약과 유사하다. 대법원이 숙박계약을 ‘일종의 일시 사용을 위한 임대차계약’이라고 한 것(대법원 1994. 1. 28. 선고 93다43590 판결, 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다38718, 38725 판결 등)은 이러한 유사성에 착안한 것이다. 그러나 아래에 살펴보는 것처럼 숙박계약은 통상의 임대차계약과는 다른 여러 가지 요소들도 포함하고 있으므로, 숙박계약에 대한 임대차 관련 법리의 적용 여부와 범위는 이러한 숙박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에 따라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인도하여야 한다(민법 제623조). 임차인은 목적물의 점유를 취득하여 이를 사용․수익하면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 목적물을 보존하고, 임대차가 종료되면 목적물을 원상에 회복하여 반환하여야 한다(민법 제374조, 제654조, 제615조). 임차인은 목적물을 인도받아 이를 사용․수익하는 동안 그 목적물을 직접 지배한다고 추단된다. 그러므로 목적물에 화재가 발생한 경우 그 화재가 임대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거나 임대인의 지배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그 화재로 인한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는 임차인의 부담으로 귀속된다(위 대법원 2012다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 숙박업자와 고객의 관계는 통상적인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와는 다르다. 숙박업자는 고객에게 객실을 사용․수익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서 고객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숙박할 수 있도록 시설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의 안전을 배려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1994. 1. 28. 선고 93다43590 판결, 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다38718, 38725 판결 등 참조). 숙박업자에게는 숙박시설이나 설비를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할 공법적 의무도 부과된다(공중위생관리법 제4조 제1항 참조). 숙박업자는 고객에게 객실을 제공한 이후에도 필요한 경우 객실에 출입하며 고객의 안전 배려 또는 객실 관리를 위한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숙박업자가 고객에게 객실을 제공하여 일시적으로 이를 사용․수익하게 하더라도 객실을 비롯한 숙박시설에 대한 점유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라. 그러므로 객실을 비롯한 숙박시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숙박기간 중에도 고객이 아닌 숙박업자의 지배 아래 놓여 있다고 보아야 한다(위 대법원 2000다38718, 39725 판결 참조). 그렇다면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중 목적물을 직접 지배함을 전제로 한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 이행불능에 관한 법리는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숙박계약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고객이 숙박계약에 따라 객실을 사용․수익하던 중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로 인하여 객실에 발생한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숙박업자의 부담으로 귀속된다고 보아야 한다.
【사실관계】
1. 보험회사인 원고는 모텔 건물의 소유자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모텔의 일부 객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자, ➀ 위 모텔 객실에서 발생한 화재가 투숙객(고객)인 피고 A로 인해 발생되거나 확대되었고, ➁ 그 화재 원인이 불명인 경우에도 임대차계약의 법리에 따라 모텔 객실을 임차한 피고 A가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 시 임차인에게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할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A 및 그 책임보험회사인 피고 B를 상대로 보험자대위에 기하여 손해배상 명목의 구상금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함
2. 원심은, 숙박업자로서는 투숙객(고객)에게 객실 등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뿐만 아니라 투숙객(고객)의 안전을 배려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는 이유로, 원고가 투숙객(고객)측에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
3. 대법원은, 숙박계약이 임대차계약과 유사하기는 하나, 숙박계약의 특수성 등에 비추어 일반적 임대차계약과 달리 해당 객실을 비롯한 숙박시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숙박기간 중에도 투숙객(고객)이 아닌 숙박업자의 지배 아래 놓여 있으므로,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직접 지배함을 전제로 하는 임차목적물 반환의무 이행불능에 관한 법리는 그대로 적용될 수 없고,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로 인하여 객실에 발생한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숙박업자의 부담으로 귀속된다고 보아, 결과적으로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원심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