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도 감기처럼 걸렸다 낫는 병” 68.1%
“국민인식 개선중”…내년부터 24시간 정신응급대응 체계도 가동
F32와 F41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정신질환들에 붙이는 코드이다. 전자는 우울증, 후자는 공황장애를 가리킨다. 우리나라는 현재 F코드의 공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신질환과 그 치료에 대한 인식이 열악하지만 해외의 사정은 다르다. 정신건강 선진국이라 불리는 호주의 이야기를 보자.
2006년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의 주지사 제프 갤럽은 본인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치료를 위해 스스로 주지사직에서 물러났다. 호주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지만 이는 호주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 인식의 변화가 일어났다. 또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매우 낮아졌으며, 정신건강에 대한 공론화가 정책으로 이어졌다.
이를 보여주듯 호주 빅토리아주의 멜버른에는 가장 혁신적인 정신보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정신건강 응급처치 센터’가 있다. 이곳은 2000년부터 정신건강에 ‘응급처치’라는 개념을 붙이면서 지역주민들에게 교육을 하고있다. 신체적 응급처치만큼이나 정신적 응급처치도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호주는 정신질환은 공동체의 힘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신질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2018년 15세 이상 65세 미만 1천2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 따르면 ‘누구나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질문에 82.3%(1002명)가 ‘그렇다’고 응답했고 ‘정신질환은 치료가 가능하다’는 질문에 68.1%(829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한 번이라도 정신질환에 걸리면 평생 문제가 있을 것이다’는 질문에 26.6%(323명)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사회에 기여하기 어렵다’는 질문에는 24.6%(299명)가 ‘그렇다’라고 답해 다수는 정신 질환의 회복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The H는 실제로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희주(20)씨는“정신질환은 감기처럼 쉽게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라 생각한다”며 “이 병에 걸리더라도 사회가 나서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황상두(44)씨는 “아무래도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하고는 함께 활동하기가 꺼려지는게 사실”이라며 “정신질환 진단기록이 있으면 취업에 걸림돌이 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처럼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선, 황 씨가 이야기한 ‘정신질환 기록이 있으면 취업에 걸림돌’이라는 말은사실이 아니다. 본인의 동의나 법에 명시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외부에 자료가 제공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신질환에 대한 긍·부정적인 사회 인식이 공존한다면, 정신 질환 치유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제도는 어떨까?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정신건강 지도(mental health atlas)’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정신보건 지출은 영국이 277달러로 가장 많고 미국(272달러), 일본(153달러)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44달러로 미국의 1/6, 일본은 1/3도 안되는 수치이다. 그나마 2016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국가 정신건강현황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인구1인당 지역사회 정신보건예산은 전국 평균 3천657원에 불과하다. 44달러가 아니라 3달러 수준이라는 말이다.
또,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이 발표한 ‘정신건강분야 인력 현황’에 따르면 정신건강 분야 인력은 2017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 당 30.6명에 불과하다. 이는 OECD 국가 평균 97.1명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신 질환 치료에 대한 정부 지원 시스템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이는 정신건강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다. 호주의 경우 앞서 언급한 ‘정신건강 응급처치‘센터가 있다. 또, 멜버른의 비영리 정신건강 지원단체인 ’웰웨이즈‘는 지역주민이 지역주민을 돌보는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정신건강 문제를 직접 겪었거나 정신질환이 있는 가족을 돌봐본 사람들을 직원으로 두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국민건강서비스(NHS)는 특별히 당사자들의 연령과 정신질환의 다양한 종류에 따라 적절한 의료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근래들어 정신질환 대책들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고를 예방하고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인 치료와 재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증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방안‘을 발표했다.
또,내년 중으로 각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응급개입팀과 24시간 정신응급대응체계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정부의 정신질환 대책들이 효력을 발휘, 호주·영국과 같은 선진적 정신질환 대응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황유찬 대학생기자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 인식과 정신질환을 사회적으로 대응하는 해외 사례, 정부의 계획 등이 골고루 포함돼 하나의 이슈에 대한 기획기사 차원의 접근이 이뤄졌지만 관계 당국(정진건강 복지센터 등과 같은)에 대한 직접 취재가 아쉬움. 시민 2명 취재도 좋긴 하지만 특별히 이 두사람이 이 주제에 대한 국민인식을 대변한다고 보기가 힘든 측면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