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둥대고 게으른 일상속의 틀이 깨진 날이라고 해야할까. 카드 지갑을 분실했다는 것을 알게된 순간부터, 허둥댔다. 짐작은 갔지만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분실신고를 해야하고, 아들 카드는? 그 지갑속에 잡다한 것들이 들어있는데, 뭐가 들어있는지도 알지못하니 뭐 중요한 것은 없겠지만, 꼭 잊어버린 다음에야 아쉬워하는게 나 아닌가. 다행히 지갑은 찾았다. 뭐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지만 누구도 귀담아 듣는것 같지도 않았다. 병원은 어제보다는 좀 덜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결국 처방전만 받아가지고 나왔다. 가까운 병원으로 바꾸는 것도 생각해봐야 할것 같다. 집 가까히 있는 병원은 늘 한산할 정도여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 큰 병이라면 몰라도, 혈압약이나 감기정도는 꼭 무슨 병원이어야 할 필요는 없는게 아닐까 싶다. 딸과도 쉴세없이 입을 놀렸다. 남들은 딸과 만나면 무슨 얘기들을 할까, 문득 궁금하다. 여과없이 무슨 말이던 할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다행인가. 나를 포장없이 내보일수 있는 단 한사람이 있다는 것도 다행이다. 꾸미고 가리고 포장을 해야하는 대상이 무슨 친구이고 가족이겠는가. 사실 아들마저도 다 까발릴수는 없더라. 안경점에도 다녀왔다. 마즈막 삼아서 좋은것으로 비싼것으로 했다. ㅎㅎㅎ. 비싼거라고 하고나니까 민망하다. 설마하니 이재용까지는 아니더라도, 교회 여느 권사도 이가격대의 안경을 쓸까나? 안경메니저들도, 기존 안경이나 그사람 모양세를 보면 가격대가 절로 나오는것 아닐까 싶다. 그래서 현명하게 합당한 가격대를 재시하는 것이겠고, 그래서 나처럼 허당한 노인의 자존심까지 채워주는 것일게다. 참 친절한 메니저다. 고맙다는 인사를 여기서도 거듭했다. 사실 이제는 모든게 다 고마울수밖에 없다. 붕어빵 2개와 꽈백이 2개가 아이들에게는 어떤 것일까. 가난을 달고사는 내게는 맛있는 간식이거나 2끼 식사 대용이 될수도 있지만, 모든게 풍성한 아이들에게까지 그걸 바랄수는 없다는 것도 알고는 있다. 그렇지만 내가 줄수있는게 그것 뿐이라면 그러라도 주고 싶은게 내 마음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봐야 막대 아이스크림 하나다. 이런 할머니가 만족스러울까. 우리 아이들은 때를 쓰지않는다. 아들 딸도 마찬가지였다. 소풍이라도 가느날, 함께 마트엘 가서 간식을 고를때마저도 많이 사겠다고 조르는 일이 없었다. 얼마어치라고 정하면, 조금 벗어나도 상관없을텐대도, 꼭 맞추려고 애를 쓰곤 했다. 아이들은 나의 형편과 처지를 나보다도 더 잘 알았을까. 다시 생각해봐도 가슴이 아파온다. 지금도 뭐든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은 뭔가 사주고 싶긴하는데, 손주들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것 같아서 오히려 씁쓸하다. 교횔다녀오는 길에도 햄버거라도 사주겠다 해도 됐단다. 그냥 막대아이스크림이면 된단다. 가진게 넉넉한 할머니들이 부렵다. 거한 선물을 안겨주거나 할수 있을테니 말이다. 가난을 달고사는 사람들은 쓸대없이 슬프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다. 참 쓸대없는 감정소모가 많다!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