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의 젊은 나이로 극장에서 숨져간 시인이 있었다
본인에게는 미안한 노릇이지만 그 죽음이야말로 얼마나
시적인 죽음인가
그는 적어도 안방에서 비디오를 보다가 손에 리모콘을 쥔 채 죽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극장은 바로 그러한 곳이다
죽음이 엄숙할 수도 비루할 수도 아니면 아주 생생한 현실일 수도
있지만 극장처럼 죽음을 죽음의 철학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또 있겠는가
그것도 '살인의 추억'이라니!
나는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제목이 갖는 무국적성을
매도하였었다 그것은 한국어에는 있을 수 있는 말이 아니었고
더욱이 '살인'이 '추억'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하고
휴머니즘적 잣대를 갖다 댔던 것이다
어찌됐든 이 영화는 그러한 나의 선입견을 통째로 날려버릴 만큼
아주 정교한 장치로서 앞 뒤 밑 속이 얽어져서 한 편의 잘 짜인
소설을 읽는 만족감을 가져다 주었다
이런한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잘 생기고 영웅적인 형사는
이 영화에는 없다 잘 생기고 영웅적인 형사가 등장한다면
그 영화는 애초에 볼 것조차 없지 않겠는가
그러한 형사의 손에 잡히지 않는 범인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매우 일상적인 표정 연기의 경지에 도달한 송강호
그는 끊임없이 '씨펄' '좆같이' 등등의 욕을 입에 물고 다니며
날카로운 눈매를 희번덕거리고 다니지만
잡혀온 용의자들은 결정적 물증의 없음이나
아니면 그들의 섣부른 예단으로 매번 애꿎은 피해자가 될 뿐이다
거기다 오른쪽 군화에 덧버선을 신고 용의자들을
마구 짓밟는 성질 급한 그의 후배 형사는
바로 그 오른발을 자신에게 구타당한 용의자에게
찔려 파상풍을 입고 문제의 오른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
자신들은 명민하다고 생각하지만 어눌하고 허점투성이인
경관들을 비웃듯이 동일한 수법의 강간살인 사건은
연이어 터지는데
범인의 윤곽은 전혀 엉뚱한 데서 좁혀지기 시작한다
그것은 음악 방송을 즐겨 듣는 한 신참 여자 경관의 비수와 같은 통찰
때문이었다
범인은 비오는 날,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를 방송국의
음악채널에 신청해 들은 다음 저지른 것이라는...
삶의 비밀은 우리의 상투적 관성을 벗어난 곳에 있다는
작가의 이 놀라운 통찰을 보라!
범행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정신 박약아는
달리는 열차에 치여 죽고
손길이 부드러웠다는 (나도 누구못지 않게 손길이 부드러운데)
그 용의자는 역설적이게도 얼음짱 같은 냉정함을 보이며
열에 달뜬 형사들을 압도해버린다
폭풍처럼 질주하는 열차가 지나간 뒤의 터널에서
등뒤로 수갑이 묶인 그 용의자가
뒤돌아 보던 그 얼굴
그 얼굴 표정...이 영화가 주는 견딜 수 없는 소름의 압권이었다
그의 유년 시절 중고등학교 시절 군대시절의 사진을 관객은 이미
보았는데,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라고 생각했는데
어두운 터널 속에서 그의 일상적 얼굴 표정은 철저히 생략되고
그의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인생 역정이라는 것이
이토록 끔찍한 범행의 범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으로 비쳐져서 소름이 끼치는 것이다
악을 향해서 인간의 얼굴이 취할 수 있는
저토록 무서운 광기가 아마 내게도 존재하고 있으리라
이렇게 생각하면서 소름이 끼쳤던 것이리라
이 영화는 화성이라는 대도시 근교의 한 허름한 한국의 지형이
만들어 낸 영화이면서도 푸코 프로이트 도스토옙스키의 영화이며
악에 한 다리를 걸치고 있는 모든 인간의 영화이기도 하다
벅스 뮤직에서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를 들었다
극도로 서정적인 음악이 흐른 뒤에
항상 끔찍한 강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그날 밤 비가 내려 준다면...
알림 : '사람의 깊이' 식구 중에서 이 영화를 보러 간다면
또 보러 갈 의향이 있음 단, 팝콘과 아이스크림은 각자 비용으로
충당할 것이며 혼자 보러 갔다가 심장이 멎는다할지 등의
사태는 전혀 본인의 책임이 아님
아니긴 머가 아녀^^ 헤헤헤! 메롱^ㅜ^ 나도 그 영화 봤지롱~ 아직도 그 섬뜩함이 남아있어요! 어제는 화성연쇄살인 사건 기사도 읽어봤는데 넘 끔찍했어요. 정말 인간으로서 어떻게 저런 잔인한 짓을 할수 있을까 싶더군요. 물론 저도 개미처럼 약한 곤충들 잔인하게 죽여본적은 있습니다만...-_-! 쩝~ 행복하이소~
첫댓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것이 언제였는지 아득하네-
나도
어버이날 부모님과 동생과 이렇게 넷이서 '살인의 추억'을 봤어요. 어버이날이라 식사와 영화를 우리가 쐈지요. 인상적인 영화였어요. 김상경(서울서 온 형사)한테 반해서 그런건 절대 아니구요. ^^
아니긴 머가 아녀^^ 헤헤헤! 메롱^ㅜ^ 나도 그 영화 봤지롱~ 아직도 그 섬뜩함이 남아있어요! 어제는 화성연쇄살인 사건 기사도 읽어봤는데 넘 끔찍했어요. 정말 인간으로서 어떻게 저런 잔인한 짓을 할수 있을까 싶더군요. 물론 저도 개미처럼 약한 곤충들 잔인하게 죽여본적은 있습니다만...-_-! 쩝~ 행복하이소~
선생님 언제 부터 그렇게 궁해지셨는지^^ 팝콘과 아이스쿠리무 제가 쏠테니깐 또 보러가여~~! 안준철 선생님과 함께^^ 언제부턴가 안준철 선생님 팬이 된 송태웅 선생님 제자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