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영아' 전수조사 결과 이번 주 발표…최소 27명 사망
지자체 수사의뢰 867건, 경찰수사 780건 진행
출생통보제 1년 후 도입…보호출산제 논의 중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병원에서 태어난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이른바 '유령 영아' 2100여 명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가 이번 주 발표된다.
전수조사와 함께 진행된 경찰 수사에서 최소 27명이 사망하고 780여 건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는 만큼 추가 피해 사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복지부는 오는 12일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지난 7일 오후 6시까지 지자체로부터 전수조사 결과를 보고받아 취합 중이다. 조사 사례 중 사망 및 불법입양, 유기 등 아동학대 사례가 몇 건인지 구체적인 수치가 나올 전망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7일까지 열흘 간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통합관리시스템에 입력된 아동 중 임시신생아번호로만 남아있는 2015년부터 2022년 출생 아동 2123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전수조사는 경기 수원시에서 영아 2명을 살해해 냉장고에 보관한 30대 친모 A씨 사건이 드러나면서 촉발됐다.
감사원은 출생 직후 접종하는 B형 간염 바이러스(HBV) 1차 예방접종 시 등록된 임시 신생아번호를 활용해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출산기록, 즉 아동학대로 의심할 만한 사례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간 2236건 있다는 점을 찾아냈다. 전수조사에서 제외된 113명은 이후 출생신고가 이뤄졌거나 사망하는 등 소재가 확인된 사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2시 기준 지자체가 출생 미신고 영아와 관련해 수사 의뢰 한 사례는 총 867건에 달한다. 경찰은 이 중 780여건을 수사 중이며 나머지 87건은 아동 소재가 확인되거나 혐의가 없어 사건이 종결됐다. 사망 아동은 총 27명으로, 향후 수사결과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그간 논의가 미진했던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도입에도 불을 붙였다.
국회에서는 아동의 출생신고 누락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기관에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한 '출생통보제법'이 통과돼 1년 뒤 시행된다. 또한 출생통보제 시행 시 임신·출산 사실이 알려지길 원치 않는 임산부가 병원 밖에서 위험하게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보완책으로 '보호출산제' 도입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복지부는 보호출산제 특별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미혼모 등 위기 임산부에 대해서도 주거, 소득 등 생활 지원뿐만 아니라 심리지원 방안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전수조사 후 각 지자체가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는 과정에서 절반 이상이 베이비박스에 유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베이비박스에 대한 수사 및 처벌, 영아를 베이비박스 등에 유기한 친모 처벌에 초점을 맞춘 기존 법령과 제도에 대한 여론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경찰은 베이비박스에 유기할 당시 설치기관과 상담한 점이 확인되면 입건하지 않고, 상담 없이 아이를 두고 갔을 경우 입건한다는 원칙을 세운 상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환경에서 살리기 위한 선택을 한 만큼 선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복지부는 일단 경찰 수사로 넘어간 부분에 대해서는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대신 오는 12일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영아 살해나 유기 등의 원인에 대해 1차 분석 결과도 함께 내놓을지 검토 중이다. 2015년 전 태어난 영아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지 여부도 관심사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지난달 22일 브리핑에서 2015년 이전 출생자로 대상자를 확대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일단 2236명을 조사한 후 다시 한 번 살펴보겠다"고 답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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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영아 살해·암매장… 보호출산제 서둘러야
경기 용인에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를 살해하고 유기한 친부가 긴급 체포됐다. 인천에서는 출생 하루 만에 숨진 영아를 텃밭에 묻은 친모가 긴급 체포됐다. 모두 어제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이다. 병원에서 태어난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안 된 상태로 사라진 아이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작된 후, 친부모에 의해 살해되거나 유기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매일 같이 밝혀지는 참담한 현실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5일 오후 2시 기준 전국에서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 598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6일 파악된 사망 아동은 벌써 24명인데 수사가 진행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출생률 세계 최하위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건 분명 정상적 상황은 아닐 것이다. 전수조사를 계기로 출생 아동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위기의 임신부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의료기관이 아이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출생통보제가 담지 못한 사각지대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임신 사실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 미혼모, 불법체류자 등은 병원 밖 출산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보호출산제’는 출산한 산모가 신원을 숨기더라도 지자체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위기의 임신부와 아기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비밀출산이라 하더라도 생모·생부의 인적사항은 영구 보관되며 추후 아동에게 정보공개청구권이 인정된다. 아동의 부모 알 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 보호출산제 법안은 2020년 12월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출생통보제의 보완 입법인 보호출산제가 함께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는 서둘러 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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