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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문학도시 Vol.250
시조의 국제화 담론
-번역 담론을 중심으로-
문학평론가 안수현
1. 문화수용과 번역
문학 공간은 작위적인 장르를 불문하고 일종의 시적인 과정에 의해 서정적인 의미와 더불어 합리적인 의미를 동시에 갖게 하는 이질적인 공간으로 기꺼이 변화된다. 외압적이고 물리적인 타력이 아니더라도 ‘현세계’에 대하여 문학은 언제나 까다롭고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번역은 이문화를 수용하고 문화를 세계로 알리는 문화의 창이다. 따라서 번역은 문화 간의 소통행위라 할 수 있다. 번역은 문화의 확장, 문화의 재창조 작업이다. 따라서 문화의 이해 없이 번역은 불가능하다. 최적의 문화적 등가성 확보는 번역 과정에서 겪게 되는 가장 어려운 난관이자 경계이다. 특히 문화적 등가성이 존재하지 않는 이문화 요소 번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왜냐하면 이문화가 만나는 접점에 번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환언하자면 번역이 원작과 완전히 등가적 가치를 부여받을 수 없는 숙명적 그림자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 시조 담론의 확장을 지향하는 경로의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그 경로에는 문화수용reception theory의 개념이 유용할 것이다. 흔히 문화는 자각한 인간 스스로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성취해 가기 위하여 시행착오를 거치며 학습하고 공유하며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행동양식으로 해석해 왔다. 자신의 경계를 해체함으로써 편협한 세계를 벗어나 외부 세계의 문화를 수용해야 한다.
자의든 타의든 우리 사유를 드러내는 문학의 중심에 한시漢詩를 경유하여 재생산한 성과물이었다. 경우에 따라 중심에 합류하지 못한 주변의 문학으로 내몰려 경계를 넘지 못한 변경의 문학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한글 창제 이후 문학 담당자르 성장한 시조문학의 구성원들은 문화수용이라는 큰 틀에서 마침내 우리의 고유한 서정 양식을 생산했다. 창조적인 사유를 갈망했던 시인들은 이질적인 문학 형식을 수용 후 점차 자신의 풍토에 적합한 문학양식으로 재탄생시키려 한다. 예컨대 오랫동안 유럽의 변방에 머물러야 했던 영국의 문학가들이 대륙 유럽에서 발생한 문학 형식을 차용하여 영문학의 대표적인 시 형식으로 탄생시키는데 성공한 것이 곧 14행으로 구성된 소네트이다. 르네상스 시기의 이탈리아에서 출발한 소네트를 차용 후, 세익스피어, 존 밀튼, 워즈워스와 같은 문인들에 의한 소네트의 영국화로 확립한 사례가 잘 보여 준다. 시의 내용은 그 다음에 고민할 일이다. 즉 문화수용의 수순은 먼저 1차적으로 텍스트 번역을 통해 외부 세계의 형식을 적극적으로 차용함으로써 자국 문학으로서의 새로운 변형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문화수용이 전제된 문학 번역을 통해 체화된 문화형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자국의 문학이 탄생하는 것이다.
2. 번역주의와 시조
2-1 번역주의와 하이쿠(俳句)
하이쿠가 과연 오늘날 전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양식인가라는 화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가려진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전제조건이 작용했기 때문에 일반화된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이쿠의 서정이 계절의 노래이어야만 하는가라는 주장은 현세계에서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시간대이어야 한다. 이 문제는 ‘수용과 배제’의 기능을 뚜렷하게 요구하는 현실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하이쿠는 한마디로 서민의 문학이다. 병적일 만큼의 미적이고 실존적인 상투성에서 미학을 발견하려는 삶의 노래인 셈이다. 5-7-5 음수율의 17자로 구성된 정형시이며 세계에서 가장 짧은 정형시 하이쿠의 기원은 6․7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장 오래된 시가 형태는 알려진 와카和歌가 지배적이었다. 와카가 서정적, 귀족적, 관념적, 여성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 하이쿠는 서민적, 해학적, 암시적, 즉물적이다. 하이쿠가 일본을 대표하는 정형시가로 자리 잡은 것은 17세기 마쓰오 바쇼松尾芭蕉의 공헌이다. 바쇼는 속화된 하이쿠를 자연과 인생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서구 영어권에 소개된 하이쿠의 국제화는 당시 도쿄대 교수였던 챔벌린(B.H.Chamberlain,1850-1935)이 1880년 출간한 시선집 『일본의 고전시가』(The Classical Poetry of the Japanese)와 블라이스(R.H.Blyth,1898-1964)의 『하이쿠Haiku』에 의한 번역주의 사유가 가져온 결과물이다. 서구인에 의해 번역된 하이쿠는 삼행 또는 이행의 무운시無韻詩의 형식을 취하게 되는 등 하이쿠 본래의 원칙 17음절은 형식적인 면에서 고집하는 음수율에 집중하는 것 보다 하이쿠가 의도하는 이미지, 시선 및 극도로 응축된 내용의 구성방식을 선호하게 되었다.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는 텍스트화된 일본의 전통적인 미의식을 시적 혁신의 새로운 대체안을 모색하던 과정에서 일본의 17음절의 정형시 하이쿠에 열광했으며, 플린트F.S. Flint, 플레쳐J. G. Fletcher, 로웰A. Lowell 등과 같은 주지주의(主知主義)경향 시인들이 주창했던 이미지 중시의 무운시 운동은 하이쿠의 화장과 더불어 서양 문학의 정점을 이루었다. 하이쿠가 독자들을 열광시킨 환경은 자연과 공생하는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과 삶의 진리를 명확하게 담론한다는 것이다. 하이쿠 고유한 특성은 서정의 압축과 생략을 강조한다. 감상자들에게 언어를 넘어선 시의 세계를 보여준다. 인간의 언어로는 기본적으로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감성을 표현하기에 역부족인 까닭에 언어 너머의 또 다른 언어로 호출한다. 단수한 구조로 설계된 하이쿠는 가시적인 세계를 묘사한다. 주위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자연이 주요 소재이다. 관찰되는 순간과 조우하는 대상이 내면의 시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사색의 여운을 철저히 보장한다. 설명의 배제와 오로지 직관과 느낌을 중시하는 점은 감상자의 상상력에 방임하고 있다. 릴케R.M.Rilke와 예이츠W.B.Yeats 역시 일본의 문화와 문학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1906년 프랑스의 폴 루이 꾸쉬P. L Couchoud는 100여 편의 하이쿠 번역집 『Des Pigrammes Lyriques du Japon』을 출판했다. 이후 독일어, 스페인어, 폴란드어, 러시아어 등의 번역이 이어졌고, 특히 1920년대 프랑스에서는 수많은 하이쿠 번역서들이 쏟아져 나왔고, 아마추어 작가들로 구성된 하이쿠 동호회가 결성되어 직접 하이쿠 작품을 생산했으며, 프랑스어 하이쿠 대회까지 개최하기도 했다. 하이쿠는 프랑스 상징주의 사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전 유럽으로 확산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하이쿠는 불교의 선禪 사상과 함께 유럽을 넘어 미 대륙에서 환영받았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옥타비오 파스O. Paz와 게리 스나이더G. S. Snyder 등 현대 시인들이 자신들의 작품에 하이쿠적 요소를 수용했다.
2-2 시조 번역 담론의 경로
2-2-1 영어 번역 시조
역동적인 개화기 속 시조문학은 문화자본의 첨병으로서 조선에 상륙한 ‘보는 자’의 서구의 시선에 의해 ‘보여 지는 자’의 조선의 모습을 대변했다. 서구의 ‘시선’은 개화를 경험하지 못한 조선이라는 구질서에 대한 편견이었고, 서구 중심에서 변경으로 이동하는 문화 경로 역시 어디까지나 ‘보는 자’와 ‘보여 지는 자’가 뚜렷하게 구분된 시선이었다. 초창기 시조 번역은 서구 선교사에 의해 시도된 영어번역 시조가 주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나다 출신 선교사 게일(James Scarth Gale,1863-1937)과 헐버트에 의해 영어 시조 번역이 이루어졌다. 먼저 게일은 시조창 가집『남훈태평가南薰太平歌』에 대하여 조선에서 약 40년간을 체재하며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시선 변화 양상에 따라 세 차례에 걸쳐 번역했다. 미국의 호머 헐버트(Homer Hulbert,1863-1949)는 3행 시조를 원전으로 제시하면서도 영어권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의역을 선택했다. 그러나 서구 중심주의 사유에 의해 시조 원문의 내용과 다소 이질적인 번역이 이루어진 점도 적지 않았다. 1930년대 이후 시조 번역은 선교사를 대신하여 1930년대 국내외에서 자력으로 시조 번역에 착수한 한국인 문학가들이다. 영어 시조 번역의 선구자에 해당하는 인물은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 작가 강용흘(1903-1972)이다. 그는 1929년 『Translations of Oriental Poetry』에서 중국, 한국, 일본의 시를 번역했는데 고시조 33편을 실었다. 이 책은 영어로 시조를 번역한 최초의 작품이다. 이듬해 프랜시스 킬리Frances Keely와 함께 『Anthology of Chinese, Japanese and Korean Poetry』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간하고자 하였으나 계획대로 되지 못했다. 영시의 형식을 기준으로 한 번역이었던 만큼 우리 시조의 서정을 담아내는 형식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말았다. 한편 변영로는 영시의 각운을 맞추기 위해 원작의 내용과 형식을 변형, 훼손시키면서까지 시도한 4행시 번역을 선호했다. 그러나 시조 3장 즉 3행을 4행으로 설정했지만 내용이 충실하게 전달되지 않았고 시상 또한 전개되는 흐름도 자연스럽지 못했다. 해외문학파 정인섭은 시조의 영어 번역에 있어 형식적 문제가 곧 본질적 문제이며 번역의 필요성을 세계문학 속의 한국문학의 가능성에 대한 『시조영역론』을 발표했다. 1936년 변영태 역시 『SONGS FROM KOREA』를 통하여 영어 번역 시조를 완성했으나, ‘약강 4보격 (iambic tetra metre)’과 같은 소네트 형식을 차용하고 말아 시조 형식의 틀을 벗어나고 말았다.
광복 이후 현대사의 복잡한 경로를 거쳐 시조 문학의 영어번역은 상당한 기간 개인적 차원에 머문 채 시간이 흘렀 으나 1990년대에 들어와 미국 내 시조 번역 양상 가운데 엘리자베스 쟈크E. St. Jacques의 영어창작 시조집 『Around the Tree of Light-a collection of Korean Sijo-』(1995)과 김은송의 『Poems of Modern Sijo』(1995) 출간이 주목할 만하다. 김재현(Kim, Jai-Hiun)은 ‘Sijo Reviewed’(1983)에서 많은 시조를 영어로 번역한 경험을 바탕으로 『Modern Korean Verse in Sijo Form』(1997)를 출간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멕케인(David McCann)은 2000년 한국 고전문학을 영어로 번역했는데, 이곳에 여러 편의 시조가 영어로 번역되어있다. 멕케인 교수 개인적으로도 2009년 자작 ‘영어 시조’ 60편을 모아 『도심의 절간Urban Temple』을 출판했으며 《시조》 잡지를 창간하고 시조백일장을 개최하는 등 시조의 세계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마크 피터슨Mark Peterson의 시조 강의 등은 미국 내에서 시조의 확산에 이바지하고 있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시조 지원에 대한 공식적인 지원과 행사는 지난 2004년도에 시카고에 세워진 세종문화회(The Sejong Cultural Society)를 들 수 있으며, 매년 글쓰기대회 주요 응모 분야가 시조로 채택되어 있다. 국내의 경우 한국문인협회 시조 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영어번역 시조집 『해돋이』(2019), 스페인어 번역 시조집 『시조, 꽃 피다』(2021), 영어 및 아랍어 번역 시조집 『시조축제』(2021)을 발간하여 시조의 세계화에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부산시조시인협회에서 작품 활동해 온 이광, 정희경 시조시인은 ‘한국의 시조 : 한류의 뿌리’『K poem sijo: the Root of Korean Wave』(2023)를 영문으로 번역 후, 전 하버드대학의 데이비드 맥캔 교수와 미국 시카고 세종문화회 루시 박 사무총장이 서문을 쓴 eBook 영문시조집을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서점에 올려 한국 시조 문학의 확장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2-2-2 일어 번역 시조
조선 말기부터 개화기에 걸쳐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본어 번역은 1894년 6월 갑오개혁 당시 대외 교섭 업무를 담당한 외무아문外務衙門 산하 외국의 공문과 서신 번역을 맡았던 번역국飜譯局이 수행했다. 다음 해 번역국이 폐지되고 번역관繙譯官으로 축소되었고, 1910년 궁내부宮內部 소속 예식원禮式院에서 공문에 관한 일본어 번역은 계속되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평가는 보류한다면 34년간 일본에 머물며 다양한 장르에 걸친 한국문학을 번역하여 일본에 김소운을 들 수 있다. 『조선구전민요집(朝鮮口傳民謠集)』(1933) 『조선동요선(朝鮮童謠選)』(1933) 『조선민요집(朝鮮民謠集)』(1941) 『유색(乳色)의 운(雲)』(1941)과 자유시에 경도된 『조선시집(朝鮮詩集)』(1943) 등의 번역문학작품을 남겼다. 일제강점기 동안 시조문학의 일역 번역은 근현대사와 맞물려 제도적으로 드러나기는 힘들었고 광복 이후 역시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성숙한 한일문화교류 차원에서 지난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해외에 우리의 시조를 세계로 알려야 한다는 자각이 일기 시작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우리 시조의 일역 번역에 대한 관심과 사업의 결실은 다양한 곳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2016년 국제시조협회는 경상북도와 청도군의 후원으로 처음으로 국제시조대회를 개최하여 일본의 하이쿠, 중국의 율시, 한국의 시조를 키워드로 한 국제 학술대회를 계기로 시조 작품의 일본어 및 중국어, 영어 등 적극적으로 시조 국제화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하여 『時調四四三首選』『장순하문학전집』(2010)『사랑의 시조』(2011)『청동물고기』일본어 및 중국어번역『동짓달 기나긴 밤을』(2016)『개화』(2016)『꽃벼랑』(2016)『아지랑이』(2016)『둘의 가락』(2019)시조와 하이쿠의 만남을 시도한 『겨울밤』(2018)『침향』(2018)영어,일본어, 중국어『엄마의 목소리』(2019)『들풀의 아침』(2019)『다반향초』(2020)『엄마의 일기』(2020)『현대시조 100인선』(2020)『시조에서 하이쿠까지』(2020)『봄여름가을겨울』(2021)시조와 하이쿠 합동시집『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2022) 등의 결실을 이루고 있다.
3. 시조문학의 세계화 방안
시조는 현재 하이쿠와 더불어 아시아를 상징하는 시문학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하이쿠의 확산에 비해 시조 문학의 후발적 세계화는 결코 늦지 않았다. 세계화의 실현이 가능한 것은 시조의 번역과 결부시켜 해석하는 작업은 필수적인 단계이다. 시조의 정형성은 번역 과정을 거치면서 시조의 특징과 미학을 최대한 보전하면서도 이질적 언어와 문화에 적합하게 번역하는 것이 중요하다. 번역가와 문학 비평가들의 공조와 지속적인 검토를 통해 의미와 문화수용을 통한 번역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바람직한 세계화를 지향한 시조 담론의 성장에 대한 몇 가지 방법론을 제안한다.
첫째, 번역의 질 향상이다. 시조 문학을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 원문의 감정과 미학을 최대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번역가들은 문학적 감각을 가지고 특히 음운, 구문, 어휘 등을 고려하여 정확하고 감동적인 번역물을 제작해야 한다.
둘째, 다양한 언어 번역이다. 시조 문학을 다양한 언어로 번역하여 세계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 세계에 소개하고 국제적인 문학 교류를 촉진할 수 있다.
셋째,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홍보이다. 번역된 시조 문학 작품들을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여 홍보하고 전 세계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 폰의 보급과 더불어 수많은 이용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소셜 미디어, 전자책 플랫폼, 문학 웹사이트 등을 적극 활용하여 시조 문학의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발전은 시조의 세계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여 시조를 온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시조를 홍보하고 국제적인 관심을 유도하는 데에도 노력해야 한다.
넷째, 교육 활성화이다. 학교 교육에서 시조 문학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국의 문학적 유산을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외국어 교육에서도 한국의 시조 문학을 소개하여 문학 교육의 다양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문학상과 지원 정책 강화이다. 시조 문학 작가들에 대한 문학상과 지원 정책을 강화하여 창작 활동을 촉진하고, 높은 수준의 작품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시조작가뿐만 아니라 국내외 시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세계인들이 더욱 열정적으로 시조문학에 참여하게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지난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가곡歌曲은 곧 시조이다. 시조는 우리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이며 국제적으로 이미 평가를 받은 문학적 유산이기도하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시조 생산의 경우 형식을 알리되 강요해서는 안될 것이다. 작품을 감상한 차원에서 자신들의 모국어로 생산할 경우 형식의 기준을 탄력적으로 열어줘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시조의 근본적인 특성 ‘반복과 전환의 구조’를 가지는 스토리성을 번역을 통해 재현되어야 한다. 나아가 시조가 이질적인 정형시와 문화적으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경로를 열어야 한다. 형식과 내용은 대립되어서는 안 되며, 내용을 위하여 형식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조의 주체의식은 번역이라는 공간을 통과하면서 긴장과 불편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약력
안수현 / 부산가톨릭대 인문학연구소 연구위원, 시조시인 (한국동서문학 신인상), 문학평론가, 문학번역가,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 부산문인협회 외국문학평론분과위원장, 국제시조협회 평론번역분과위원장, ,Japan Tanka Poets’ Society, 한국하이쿠연맹 사무총장, 번역시조집 (봄여름가을겨울, 들풀의 아침, 시조에서 하이쿠까지, 고시조100선) 등 다수, 번역시집 (박목월 시 100선), 저역서 (藤原定家의 詩学), 시조번역과 르네상스-대립과 공존의 언어- 다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