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애(酷愛)> 이근배 시인
사랑하는 거
하나쯤은 있어야 사람이지
사람, 아니면
책이나 그림 따위 아무 거라도
목숨보다 아낄 줄 아는 게
사랑이지
“사람 사랑은 없었네”
올해 여든 살 나치 시절 미술상 아들
코넬리우스 구를리트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피카소, 샤갈, 마티스......., 10억 유로어치
작품들을 빼앗기고는
“살아있는 동안만 사랑하게 해 달라”고 했다
어쩌다 조선의 옛 벼루에 홀린
나도 동병상련?
그래도 사람이 먼저지
어떤 값으로도 치를 수 없는
한 생애 혹애 한 번쯤은
*혹애 : 지독한 사랑
<이근배시인의 약력>
* 1940년 충남 당진 출생
* 1961~64년 경향, 서울, 조선, 동아, 한국 5개 일간지 시, 시조, 동시 신춘문예 당선
* 시집 [사랑을 연주하는 꽃나무] [노래여 노래여]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종소리는 끝없이 새벽을 깨운다] 시조집 [동해바닷속의 돌거북이 하는 말] [달은 해를 물고] 장편서사시집 [한강] 기행문집 [시가 있는 국토기행] 활판시선집 [사랑 앞에서는 돌도 운다] 등
* 제2회, 제3회 문공부신인예술상, 가람문학상, 중앙시조대상, 한국문학작가상, 육당문학상, 월하문학상, 편운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시와시학작품상, 유심작품상, 만해대상 (문학부문) 등 수상
* 예술원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