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1958~)
결국,
나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며,
생은 온갖 시행착오를 거치기 마련이라는 것,
자신의 시행착오를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시행착오라는 것,
따라서 자신을 괴롭힐 일들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그곳에 막연히 서 있을 순 없는 일이다.
어디로든 가야만 했다.
삶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 오래 정지해 있을 수 없는 것.
너무 오래 망설이면 오히려 엉뚱한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지금 나는 깨닫는다.
내가 지나온 모든 길이 하나의 과정이었음을.
내게 필요했기 때문에 그 많은 일들이 일어났음을.
한때 나는 어리석었고 긴 방황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과정이었다.
지금 이 순간, 이 자리로 나를 데려오기 위한 필연적인 단계였다.
꿈 속에서 나는 어김없이 너와 함께 웃었다.
그렇다. 모든 것이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름답고, 기억에 오래 남고, 또 다시 꾸고 싶은 나의 꿈!
어느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다시 그 꿈을 꾸고 싶어서.
그것은 나 스스로 한 약속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으로 나를 찾아온 것들,
진실한 것들 그리고 순수한 기쁨들,
그런 것들만 기억하자고,
그것은 내 스스로의 다짐이었고 자주 찾아오지 않는 행운의 계시였다.
생에 가장 아름다운 여행의 순간이었다.